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 올해 연 매출이 3조원을 돌파했다고 21일 밝혔다. 단일 유통 시설이 연 3조원 매출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이달 20일까지 올해 누적 매출 3조원을 달성하며 ‘3조 클럽’에 입성했다. 2000년 개점 이후 2010년 당시 최단 기간 연 매출 1조원 돌파한 강남점은 2019년 국내 첫 2조원 점포가 됐고, 4년 만인 올해 3조원 벽을 뚫었다.
단일 점포 3조원은 세계 유수 백화점 중에서도 ▲영국 해러즈 런던(지난해 약 3조 6천400억원) ▲일본 이세탄 신주쿠점(지난해 약 3조1천600억원) 등 소수 점포만 기록한 드문 성적이다. 백화점 하루 영업시간 10시간을 기준으로 보면 1초에 23만원씩 판매한 셈이며, 강남점의 올해 영업면적 3.3㎡(평)당 매출은 1억800만원에 달한다.
신세계 백화점은 "소비 한파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강남점은 탄탄한 VIP(우수고객)층을 기반으로 성장을 이어갔고, 백화점 주요 고객으로 떠오른 2030세대와 엔데믹 이후 외국인 고객 공략에 성공하며 3조원의 위업을 달성했다"며 "독보적인 브랜드 수와 상품기획(MD) 구성, ‘1등 백화점’을 향한 그간의 과감한 투자와 혁신이 결실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고객 절반이 VIP...상품기획 역량·명품 라인업 빛발해
강남점이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최고 매출을 달성한 데는 구매력을 갖춘 VIP 힘이 컸다. 올해 신세계 강남점 구매 고객 중 VIP 비중은 절반(49.9%)에 달해 신세계 다른 점포 평균(35.3%) 대비 월등히 높다.
VIP가 신세계 강남점을 찾는 가장 큰 이유로는 MD 역량이 꼽힌다. 2016년 신관 증축·전(全)관 리뉴얼을 단행한 강남점은 국내 백화점 최다 수준인 1천여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명품 라인업도 차별화된 구성과 깊이를 자랑한다. 에르메스(4개), 루이비통(3개), 샤넬(4개) 등 이른바 3대 명품인 ‘에루샤’를 비롯해 구찌(6개), 디올(4개) 등 럭셔리 브랜드들이 강남점에서만 각각 패션·화장품·주얼리 등 카테고리별 세분화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고소득 가구가 밀집한 강남 지역을 끼고 있다는 점도 VIP 확보에 한몫한다. 엔데믹 이후 가전·가구 성장세가 주춤한 분위기에서도 강남점은 예외였다. 서초 반포·강남 개포 등 강남권 신규 아파트 입주에 힘입어 올해 강남점 리빙 카테고리는 35.7% 큰 폭으로 성장한 것. 억대를 호가하는 고가 가구와 대형 가전도 속속 팔려 나갔다.
강남점은 100명에 달하는 VIP 서비스 전담 인력과 등급별 세분화된 VIP 라운지, VVIP 커스터마이징 등을 통해 견고한 우수고객층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신규 고객 절반 2030세대...스트리트·신진 디자인 브랜드 영입 주효
신세계 강남점은 특정 지역이나 연령대에 의존하지 않고 고객군을 고루 확보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호남선과 경부선, 영동선을 운행하는 고속버스터미널, 서울 지하철 3·7 ·9호선 환승역과 이어져 유동인구가 풍부한 교통 요지에 위치한 덕이다.
서울 외 지역에서 신세계 강남점을 찾은 고객이 전체 매출의 50.3%로 과반을 차지한다. 수도권 고객도 23.2%로 타 수도권 점포 대비 10%포인트 이상 높아 명실상부 전국구 백화점으로 입지가 굳건하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30대 이하가 구매객의 40%에 달하고, 특히 20대가 10%를 차지하며 ‘잠재 고객’에서 ‘주요 고객’으로 자리매김한 것이 눈에 띈다. 올해 신규 고객 매출의 절반은 20~30대가 차지했다.
강남점이 이처럼 2030 세대로 고객층 확장에 성공한 것은 스트리트 패션과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대거 들여오면서다. 강남점은 지난해 뉴컨템포러리 전문관을 시작으로 올해 남성 컨템포러리 전문관, 프리미엄 스포츠·아웃도어 전문관 등을 이른바 ‘MZ 브랜드’ 중심으로 새단장해, 수년간 온라인에 집중됐던 영패션 수요를 오프라인으로 끌어오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스트리트 캐주얼(94.6%), 스포츠·아웃도어(51.6%) 카테고리가 젊은 고객들 중심으로 크게 신장하며 3조원을 달성하는 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
K팝 그룹 세븐틴 팝업 스토어(9월)와 헬로키티 팝업(11월) 등 한정판 굿즈와 체험형 전시 중심의 새로운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소개한 것도 젊은 고객들을 사로잡는 데 주효했다.
이는 중국 싼커(散客) 등 20~30대 젊은 개인 관광객 중심으로 재편된 여행 트렌드에도 맞아 떨어졌다. 올해 해외 100여개국 외국인이 신세계 강남점을 찾으며 외국인 매출은 지난해보다 587% 증가했고, 멤버십 가입 외국 고객 역시 372% 늘었다.
팝업 전문 공간 '더스테이지', 럭셔리 매장 연매출 버금가
다양한 품목과 브랜드를 한 곳에서 비교하고 구입할 수 있도록 매장을 구성한 편집형 ‘전문관’ 시스템(2016년)과 팝업 전용 공간 ‘더 스테이지’(2018년) 등은 신세계가 도입해 백화점 표준으로 자리 잡은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팝업 전용 공간 더 스테이지는 유휴 공간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던 관행을 깨고 임시 매장을 위한 정식 공간을 마련하는 과감한 시도로 오프라인 쇼핑을 다채롭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유명 명품 브랜드들이 더 스테이지 팝업을 통해 시즌 컬렉션이나 신상품을 최초로 공개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올해도 더 스테이지에서 티파니 락(lock) 컬렉션 출시(2월), 루이비통 볼트 주얼리(4월), 버버리 다니엘 리 컬렉션(9월), 블랑팡 피프티 패덤즈 70주년 기념 컬렉션 팝업(10~11월) 등이 잇따라 열렸다. 더 스테이지에서 거둔 팝업 매출로만 럭셔리 브랜드 매장의 연간 매출에 견주는 200억원에 달한다.
강남점은 2019년 국내 최초 연 매출 2조원 돌파 이후에도 혁신적 시도를 거듭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2021년 8월 1 · 2층 사이 문을 연 ‘메자닌’ 공간. 층과 층 사이 중층을 의미하는 메자닌은 소수의 프리미엄 취향을 공략한 콘텐츠로 연 2천명 이상 VVIP(연 1억원 이상 구매 고객)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메자닌에는 부르고뉴 와인·고급 주류 전문숍인 버건디앤(&)과 프리미엄 니치 향수존을 마련했고, 지난해에는 라메르·스위스퍼펙션 등 하이엔드 럭셔리 뷰티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스킨케어룸을 열었다. 메자닌 갤러리에서 김창열 화백 등 국내외 유명 작가 작품을 소개하고, 미술품 구매 등 상담을 위한 프라이빗 룸을 신설하는 등 소수 맞춤형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내년 국내 최대 식품관 연다…“백화점 본질에 집중한 혁신 지속할 것”
내년에는 2009년 이후 15년 만의 식품관 리뉴얼이 한 해에 걸쳐 완성된다. 국내 최대인 1만9천800㎡(약 6천평) 규모로 새로 태어날 강남점 식품관은 신세계의 식음(F&B) 콘텐츠 역량을 총 집결한다. 세분화된 장르와 깊이 있는 구성의 ‘식품 장르별 전문관’을 한 곳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된다. 국내외 최고의 디저트만 엄선해 선보이는 스위트 파크와 프리미엄 푸드홀이 들어설 예정이며, 업계 최초로 위스키·샴페인 모노샵도 도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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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 연 매출 3조 돌파를 기념해 고객 감사제를 연다. 우선, 오는 26일부터 31일까지 모든 신백멤버스 고객에게 신세계백화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신백리워드’ 5천R을 지급한다. 이후 내년 1월에는 본격적으로 감사 대축제를 열고 경품 이벤트와 사은 행사를 펼칠 예정이다.
박주형 신세계백화점 대표는 “강남점의 국내 최초 단일 점포 3조원 달성은 과감한 투자와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얻어낸 귀중한 결실”이라며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백화점으로서, 신세계는 고객의 삶에 쇼핑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또 한 걸음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