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테크놀로지(Medical Tech)란 질병 예방·진단·치료를 위한 의료기기 관련 산업을 의미하는 말이다. ‘김양균의 메드테크’는 기존 정의를 넘어 디지털 헬스케어 등 신의료 기술을 도입하거나 창업 등에 도전한 의료인 및 의료기관의 스토리를 소개한다. 임홍의 한림대성심병원 교수의 이야기를 2편에 걸쳐 전한다. [편집자 주]
간단한 수술을 받기 위해 며칠 입원을 한 적이 있다. 나이가 많건 적건 환자들은 의료진이 관심을 더 갖고 본인을 대하길 바란다. 그렇지 않다고 느끼면 서운하고 화도 난다. 기자도 그랬다.
하지만 의료진은 적고 환자는 많다. 환자가 서운함(더 많은 경우 화나 짜증을)을 토로하면? 이내 의료진이 이렇게 대답하는 것을 한번씩은 들어보았을 터다.
환자분, 저희가 잘 지켜보고 있어요.
임홍의 한림대성심병원 원격환자진료센터장(순환기내과 교수)은 이 말을 실제로 바꾸고 싶어한다. 임 교수를 19일 오후 안양 동안구에 위치한 한림대성심병원 별관 8층에서 만나, 그가 아이디어를 내고 개발을 주도해 완성시킨 실시간 환자 모니터링 시스템 ‘싱크(ThynC) 플랫폼’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한참 싱크의 구조를 듣다 환자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가 궁금했다. 임 교수는 이렇게 대답했다.
“의사가 항상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은 환자에게 굉장히, 굉장히 중요합니다.”
환자 향한 시선, 기술로 구현
임홍의 교수는 국내 ‘방사선 제로’ 부정맥 시술 권위자로 잘 알려져 있지만, 차세대 신의료기술을 의료 현장에 적용하는 연구에도 전념해오고 있다. 그는 제한적인 의료 자원과 환경에서 환자들에게 충분한 의료서비스가 제공하고 있지 못한 점이 항상 답답했다.
“부정맥을 다루는 의사는 과거나 지금이나 적은데, 제가 진료를 했던 환자의 상태를 알기 위해 생체 신호 정보를 원격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데이터3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환자의 의료데이터를 저장하고 열람해보는 것이 자유로워졌죠. 물리적 제약이 사라지게 된 겁니다.”
병원에 방문한 환자가 혈압을 잰다. 수개월이 지나 다시 내원해 혈압을 잰다. 그러면 의사는 혈압 변화를 보고 환자 상태를 판단한다. 그 사이에 혈압의 변화가 있었지만, 이것이 충분히 고려되지는 않는다. 수시로 변화하는 환자의 건강정보를 파악하기 불가능한 현 의료 시스템의 한계다. 임 교수는 이것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단편적으로 짧은 순간의 바이탈사인(활력징후)으로 환자의 상태를 판단하지만, 그 시간동안 얼마나 다양한 변화가 있었겠습니까?”
지난 2019년 맡게 된 국책사업에서 임 교수는 해법의 실마리를 찾았다. 사업은 응급환자 이송 과정에서 환자 생체정보를 의료진이 확인 가능한 시스템 개발이었고, 사업에 참여한 기업과 임 교수는 의기투합해 이듬해인 2020년 병원-기업 간 MOU가 체결됐다. 싱크 플랫폼 개발이 물꼬를 튼 것이었다.
“씨어스테크놀로지사가 개발한 센서를 환자에게 부착하고, 측정된 환자 데이터 처리를 게이트웨이(다른 네트워크로 들어가는 관문 역할을 하는 네트워크 포인트)를 통해 데이터를 의료전용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시키는 방식으로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시스템으로, 물리적 제한을 없애 의료 접근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봤어요.”
환자는 심전도·체온·산소포화도·혈압·호흡수를 측정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게 된다. 10그램에 불과한 센서는 환자의 생체신호를 게이트웨이로 전송하고, 이는 다시 의료전용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된다. 그러면 의료진은 유의미한 데이터를 선별적으로 전자의무기록(EMR)에 기록하게 된다. 특히 생체신호는 실시간으로 측정된다.
현재는 간호사가 환자의 바이털사인을 잰 이후 이를 EMR에 입력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일손이 부족하다보니 측정과 입력 사이에는 적잖은 시간차가 발생하고, 오류 발생 확률도 높아지게 된다. 이는 궁극적으로 의무기록의 신빙성과 직결된다. 싱크 플랫폼은 바로 이 오류를 해결한 셈이다.
“싱크 플랫폼은 측정된 환자 정보를 곧장 EMR과 연동, 실시간 기록해 의무기록의 신뢰를 높이고 데이터의 오류 발생 가능성을 없애죠. 불필요한 업무가 줄어들면서 간호사들은 환자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지금까지 총 3단계의 업데이트가 진행됐다. 심전도와 체온패치로 시작해 산소포화도 측정이 진행됐다. 내년 초 완료될 세 번째 업데이트는 환자 동선 추적이다. 싱크 플랫폼은 한림대성심병원 별관에 상황실이 설치됐고, 본관 13층 스마트 병동 내 간호데스크에 싱크 플랫폼이 설치·운영되고 있다. 또 본관 7층 병동에 이어 강동성심병원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의료진은 앱을 통해 환자 생체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최대 몇 명의 환자를 커버할 수 있는지 묻자, 임 교수가 이렇게 답했다.
“서버 용량에 달렸지만, 무한대의 환자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