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독점적 이윤추구 강력 법 집행"…플랫폼 업계 "사약 내린 격"

공정위 '플랫폼 공정 경쟁촉진법' 추진...'네·카·라·쿠·배' 제재 강화 불가피

인터넷입력 :2023/12/19 17:58    수정: 2023/12/19 18:29

‘네카쿠배당(네이버·카카오·쿠팡·배달의민족·당근)’ 등 플랫폼 기업에 대한 자율규제 원칙을 견지해 온 윤석열 정부가 '유럽식 사전규제안' 칼을 빼들었다. 네이버와 쿠팡 등 회사를 지배적 사업자로 보고, 독점 행위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사전규제안이 플랫폼 산업 특수성을 고려한 ‘안전장치’ 구축이라는 정부 입장과 달리, 플랫폼 업계 안팎에서는 이런 감시망이 자칫 국내 기업 경쟁력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정위, 영향력 큰 기업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지정..."법 집행 시간 절반 이상 단축"

공정거래위원회는 독과점 플랫폼 반칙행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플랫폼 공정 경쟁촉진법’ 제정을 추진한다고 19일 밝혔다. 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기업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사전 지정해 자사우대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최혜대우 요구 등 불공정행위들을 근절한다는 내용이다.

(사진=지디넷코리아)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경쟁촉진법 도입 관련 내용과 방안을 보고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공정위에 독과점화된 대형 플랫폼 폐해를 줄일 수 있는 개선책 마련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다른 플랫폼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거나, 소상공인을 부당하게 차별하는 행위, 소비자 권익을 침해해 독점적 이윤을 추구하는 행위 등에 시정 노력과 강력한 법 집행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대통령실)

플랫폼 공정 경쟁촉진법상 지배적 사업자는 정량·정성적 요건을 기준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기업 매출이나 이용자수, 시장 진입 장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얘기다.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정량·정성적인 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정 기준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량화된 수치로 지배적 사업자를 분류한다는 점에서 유럽연합(EU)이 5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디지털시장법(DMA)과 유사하다. DMA는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는 플랫폼을 게이트키퍼(gatekeeper·문지기)로 지정해, 사전 규제하는 법안이다.

DMA상 게이트키퍼는 시가총액 750억유로 이상이거나, 최근 3년간 EU 내 연매출이 75억유로를 웃돌며 월간활성화이용자수가 4천500만명을 넘는 플랫폼을 뜻한다. 게이트키퍼 기업이 법을 어기면, 연매출 10% 과징금을 매긴다.

공정위는 플랫폼 공정 경쟁촉진법이 규제보다, 공정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데 무게를 뒀다고 설명했다. 조홍선 부위원장은 “전통 산업과 다르게, 플랫폼 시장은 ‘쏠림 현상’이나 네트워크 효과로 독과점화가 빠르다”고 말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이어 “반칙행위인지, 경쟁제한성이 있는지 등 여부를 판단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며, 이를 신속하게 점검·처리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위법 행위 유형들을 특정화하면, 법 집행에서 2년·5년 걸리던 시간을 반 이상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정 과정에서 사업자들에게 ▲지정 전 의견제출 ▲지정 후 이의제기 ▲행정소송 등 항변 기회를 보장하고, 정당한 사유를 입증하면 규제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제재 수위는 구체화하지 않았다. 조 부위원장은 “형벌 조항은 공정거래법보다 외려 약화됐다”며 “시정조치나 과징금 부과에 대해선 협의 단계”라고 설명했다.

자율규제 벗어난 '온플법' 연장선..."기업들 옥죄는 제재안"

업계 안팎에서는 공정 경쟁촉진법이 ‘플랫폼 때리기’ 법안인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연장선으로, 생태계 혼란을 야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법 강제성을 최소화하되, 플랫폼 기업 자율성을 보장하는 민간 중심의 자율규제를 추진해 왔다.

공정 경쟁촉진법은 이와 다른 양상으로, 제재에 힘을 주고 있다는 게 업계 우려다. 

업계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빅테크와 경쟁해야 할 우리 기업들을 옥죄는 제재안”이라며 “기업 경쟁력 제고를 도모한 윤 정부 규제 방향과 정반대로 흘러가 (플랫폼 기업들에) 혼선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으로 구성된 디지털경제연합은 전날 성명을 통해 “이중 규제로 인한 과잉제재와 시장위축, 행정낭비 등 부작용은 조만간 기업과 국민 모두가 떠안아야 할 커다란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토종 플랫폼 기업들의 성장을 원천 봉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사전규제는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플랫폼에 사약을 내리는 격”이라면서 “자국 플랫폼 기업들이 국내 산업과 시장을 지켜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의 해법을 모색하고, 정부가 자율규제 지원과 산업 진흥 정책 마련 등에 적극 나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역시 정부 규제 움직임에 반발했다. 암참은 “디지털 시장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안으로 한국과 미국 플랫폼 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중국 등 외국 사업자들만 유리해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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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공정 경쟁촉진법이 온플법과는 다르다는 시각이다. 지난달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DMA와 비슷한 형태로 지배적 사업자를 분류해 제재하는 온플법을 발의했다. 

조홍선 부위원장은 “이중 규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부처와 충분히 협의하고 있다”며 “위반행위 범위와 사전 지정 요소를 보면, 박주민 의원 안과 상당한 차이가 있고, 전혀 다른 법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