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간 줄"…응급실서 7시간 대기한 70대, 심정지 상태로 발견

생활입력 :2023/12/18 16:27

온라인이슈팀

예비 의사들 사이에서 급성 중증환자를 다루는 응급의학과 기피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18일 경찰과 소방 등에 따르면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은 70대 환자가 치료를 받기 위해 장시간 대기하던 중 숨지는 사건이 일어난 것.

© News1 DB

소방당국은 지난 13일 오후 8시36분쯤 강원도 춘천에서 홀로 살던 A(74)씨가 어지럼증과 두통 등을 호소, 오후 8시 52분께 A씨를 강원대병원 응급실로 후송했다.

당시 응급실에는 치료 순서와 병실이 나길 기다리던 환자 19명이 있었다.

위중한 환자를 우선 진료하기 위해 중증도를 분류한 의료진은 A씨를 경증으로 분류, 대기토록 했다.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던 A씨는 병원을 찾은 지 7시간여 만인 14일 오전 4시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당시 A씨가 미동없이 대기실에 앉아 있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의료진이 상태를 살핀 결과 심정지 상태임을 발견, 곧장 심폐소생술(CPR)을 했으나 소용없었다.

앞서 의료진은 13일 11시에서 14일 새벽 2시사이 3차례에 걸쳐 A씨를 불렀으나 아무런 대답이 없자 A씨가 집으로 돌아간 줄 알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대 병원 측은 "응급실에서 대기 중이던 환자가 말없이 귀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중증도1∼2등급으로 높게 분류된 환자였다면 본인이 진료 취소를 원해 귀가했어도 응급실에서 연락을 취했을 것이지만 경증 환자에게까지 일일이 연락하기에는 인력도 부족하고 사정이 여의치 않다"고 해명했다.

앞서 A씨는 지난 2일 강원대 병원 흉부외과에 입원, 치료를 받고 13일 퇴원했다가 다시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A씨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한 한편 병원의 대처가 적절했는지 등을 살피고 있다.

한편 지난 6일 끝난 2024년도 상반기 전공의(레지던트 1년차) 모집에서 수련병원 65곳의 응급의학과 지원율은 80.7%(정원 187명/지원 151명)에 그쳤다.

이른바 빅5(삼성서울병원, 연세대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중 삼성서울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은 각각 125.0%와 116.7%의 지원율을 기록했지만 나머지 3곳은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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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