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취임 초부터 도입 의지를 보인 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14일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열고 특사경 도입을 골자로 한 법안을 상정해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법안심사소위는 건보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의 적합성을 두고 이견이 일면서 심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그렇지만 국회의원 총선거를 넉달여 앞둔 상황에서 21대 국회에서 처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 이사장은 건보공단이 특사경 권한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취임 이후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단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도 “특사경 없이는 연간 2천억 원 정도의 건보재정 손실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기조인 재정 효율화 관점에서 건보재정 누수를 막기 위해 특사경이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실제 건보공단에 따르면, 1천710개 사무장병원으로 인한 건보 피해액은 3조4275억 원에 달한다. 그렇지만 7% 미만에 불과한 실정이다.
정 이사장은 언론 인터뷰와 SNS에도 관련 발언을 여러 차례 해왔다. 본인 페이스북에는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은 국민 건강을 해치고 건강보험료도 갉아먹는 우리사회의 악(惡)”이라고 쓰는가 하면 특사경 도입을 반대하는 누리꾼들과 댓글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의료계와 적잖은 마찰을 빚기도 했다.
건보공단 특사경을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4일 특사경 법안이 법사위에 상정될 것으로 예상되자 지역의사회–건보공단지사 민관협의체를 거론하며 황당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기석 이사장이 의약단체장 간담회에서 민관협의체를 제안했고, 의료계와 얼굴 붉히지 않는 대안으로써 이를 추진키로 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이처럼 정 이사장이 의료계와의 갈등을 무릅쓰고 추진한 특사경이 제동이 걸리면서 22대 국회에서 다시 논의될지 여부는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취임 초 역점 사업의 추진동력 또한 상실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국회입법조사처는 ‘사무장병원등에 대한 단속의 실효성 확보 방안’ 보고서에서 사무장병원 등의 고질적 폐해에 대한 실효성 있는 근절 대책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밝히고 있다. 보건복지부 특사경 운영과 경찰 수사의뢰를 통한 현행 사무장 병원 단속 체계는 그 실효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단속 실효성 확보를 위해 건보공단 임직원에게 특사경을 부여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