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삶의 이정표이자 동력이다. 꿈은 곧 미래의 삶이다. 꿈은 그래서 소중하다. 꿈은 사람마다 다르고 다른 만큼 다채롭다. 스트업이 꾸는 꿈도 그럴 것이다. 소중하고 다채롭다. ‘이균성의 스타트업 스토리’는 누군가의 꿈 이야기다. 꿈꾸는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른 꿈꾸는 사람을 소개하는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된다. [편집자주]
“새 옷 같은 중고 패션 80% 싸게 사세요”
집에 딸린 필수 가구 가운데 하나가 장롱이다. 사람은 옷 없이 살기 어렵다. 옷을 보관하는 곳이 꼭 필요하다. 장롱 속은 그런데 복잡할 때가 많다. 철이 바뀔 때마다 필요해보여 샀지만 잘 입지 않게 되는 옷이 뒤죽박죽 쌓여있기 마련이다. 혹해서 샀지만 어떤 옷은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다.
김혜성 마인이스 대표는 살 때 느꼈던 마음이 변해 잘 입지 않게 되는 옷은 중고로 파는 편이다. 장롱 속을 넉넉하게 해 필요한 옷을 찾기 쉽게 해주고, 옷의 사용 가치를 유지시키며, 경제적으로도 이득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고로 팔기가 불편하다는 점이었다. 사진을 찍어 앱에 올리고, 구매자가 나타나면 연락을 받아 넘겨주는 일이 번거로웠다. 누군가 그 일을 대신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마인이스의 ‘차란’은 이런 불편을 해소해주기 위해 나온 서비스다.
■“기존 중고 플랫폼의 불편을 없앴어요”
다른 중고 플랫폼과 달리 ‘차란’에서는 판매자가 구매자와 접촉할 필요가 전혀 없다. 팔 옷을 문 앞에 내놓으면 그만이다.
“팔고 싶은 중고 패션이 있을 경우 차란에 회원 가입하고 신청만 하면 됩니다. 그러면 우리가 댁으로 백을 보내드리죠. 팔 중고 패션을 백에 담아 문 앞에 내놓으면 우리가 수거해서 대신 팔고 판매금액을 정산해드려요. 판매 액수에 따라 정산비율이 다르긴 하지만 최대 80%까지 판매자께 돌려드리는 구조죠.”
판매금액은 차란 측에서 판매자에게 제안하지만 결정은 판매자가 한다. 잘 팔리지 않을 경우 시간을 두고 가격을 하향 조정한다. 당연히 모든 헌 옷이 다 팔리는 것은 아니다. 구매자가 살 만한 새 옷 같은 옷만 판다.
“옷이 수거되면 검수 과정을 거쳐요. 우리가 마련한 기준에 따라 팔릴 옷과 그렇지 않은 옷을 먼저 나누죠. 기준은 크게 두 가지예요. 브랜드와 오염 정도. 소비자가 찾을 만한 브랜드인지를 보고 오염이 됐는지 여부를 확인하지요. 팔릴 만한 중고 패션이라고 판단되면 고온 살균, 향 처리, 패키징 등을 통해 새 옷처럼 변신하죠. 새 옷은 아니지만 새 옷과 다름없을 정도의 중고 패션만 판매하는 것이죠.”
팔 수 없다고 판단되거나 팔 수 있다고 판단됐지만 장기간 팔리지 않는 옷은 판매자의 뜻에 따라 세 가지로 처리된다. 판매자는 되돌려 받거나 기부하거나 선택할 수 있다. 원할 경우 무게를 달아 kg 단위로 차란이 매입한다. 이때 매입은 당연히 중고 패션으로 가치가 인정되는 건 아니다. 재활용 폐기물이다.
마인이스는 이를 위해 경기도 남양주에 700평 규모의 센터를 구축했다. 이 센터에서는 검수, 재처리, 물류 등을 맡고 있다.
■“구매자에겐 싸다는 것이 장점이죠”
어떤 이는 중고 패션을 누가 살까 싶겠지만 사실 이미 중고 패션 거래는 활발하다. 중고 플랫폼의 40%가 의류일 정도이다.
“차란은 지난 8월16일에 정식으로 론칭했어요. 이제 4개월 정도 됐죠. 현재 6만 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고, 4만 개의 상품이 등록돼 있어요. 주요 고객은 판매자의 경우 25세에서 34세의 여성이에요. 구매자는 18세에서 34세의 여성이죠. 경기가 침체되면서 중고 거래가 늘고 의류도 예외는 아닌 것이죠.”
새 옷 같으면서도 가격이 싼 게 핵심 이유다.
“차란에서는 브랜드 의류를 80%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게 최대 매력이죠. 물론 새 옷은 아니죠. 하지만 겉보기에 새 옷과 별로 다를 게 없어요. 짧은 기간이지만 첫 번째 구매고객이 두 번째 구매하는 비율이 45%정도 돼요. 두 번 구매한 고객이 세 번 구매하는 비율은 더 높아 60% 정도 되지요. 우리가 보여주는 가성비 때문이라고 판단하죠. 본인이 안 입는 옷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거죠.”
여느 쇼핑몰과 마찬가지로 반품과 환불도 확실하게 처리해준다.
■“온라인 중고 백화점으로 나아갈 생각이죠”
차란은 현재 여성 의류만 취급한다. 하지만 이를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우선 모든 의류로 확대하고 품목도 늘릴 계획이다.
“우리는 중고를 저렴하게 판매하지만 이를 구매한 뒤에 파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재고를 안고 갈 우려가 없어요. 대신 팔리면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수익모델이 확실한 편이죠. 사용가치가 분명히 있지만 잠들어 있는 상품을 발굴해내서 가치를 되살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요. 아직 정확한 비율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판매자가 내놓은 중고 패션의 판매율이 낮다고 볼 수는 없어요. 새 것 같은 저렴한 중고를 원하는 분들이 많다는 뜻이죠. 그리고 살 만큼 충분히 좋은 중고도 많이 있다는 의미죠.”
중고 여성 의류로 시작해 중고 백화점으로 나아가겠다는 뜻이다.
마인이스는 지난해 창업 이후 54억 원의 시드투자를 받았다. 수익모델이 확실했던 게 무난하게 초기 투자를 성공시킨 요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7월 베타 서비스를 끝내고 8월 정식 론칭한 뒤 매출은 월별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11월 매출은 2.4억 원이었다. 내년까지는 연 매출 100억 원을 넘길 계획이다.
■“기회라는 판단이 들어 창업에 나섰죠”
김혜성 대표는 2014년 미국 시카고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미국에 간 건 중학교 3학년 때였다. 대학 재학 중 우연찮은 기회에 창업을 하게 됐다. 졸업 후에도 2년 정도 회사를 운영했다. 하지만 군대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사업을 정리하고 2016년 입국했다. 제대 후 2018년부터는 한 벤처투자회사에서 일했다.
“투자회사 경험이 곧바로 창업으로 연결된 건 아니예요. 그보다는 상황과 느낌이었어요. 경기가 어려워지고 중고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상황에서 제가 특별히 느꼈고 다른 분들도 느꼈을 것으로 짐작되는 중고 마켓의 불편함이 기회라고 판단됐어요. 이 문제를 풀 답을 찾아가면 길이 있을 것으로 보았죠. 창업하기로 결심하고 우리 팀에 꼭 필요한 분들을 직접 이리저리 수소문해 어렵게 초기 팀을 꾸렸고요.”
마인이스는 임직원이 일을 할 때 추구해야 할 7가지의 핵심가치를 갖고 있다고 했다. 김 대표를 인터뷰할 때 사용된 공간인 회의실 벽에는 그 핵심가치가 담긴 액자들이 걸려 있었다. 그중 유난히 눈길을 끈 문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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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 없는 성공보다 근거 있는 실패가 낫습니다.”
덧붙이는 말씀: 김혜성 마인이스 대표가 다음 인터뷰 대상으로 추천한 사람은 뷰티션 업무 솔루션 기업인 크래쉬컴퍼니의 장승규 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