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럴 사라진 거리…"돈을 안 써요" 침체 역력

16일 정오께 서울 명동·강남 거리는 한산

생활입력 :2023/12/16 20:00

온라인이슈팀

연말 최대 행사인 '크리스마스(성탄절)'가 열흘도 남지 않았지만 서울 도심 번화가는 캐럴 소리조차 잦아든 채 침체된 분위기가 역력하다.

최근 고물가로 호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시민들이 지갑을 닫았고, 생활 소음 규제로 거리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을 틀기 어려워진 점도 예년같지 않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드는 데 한몫을 하는 모습이다.

[서울=뉴시스] 박광온 기자 = 16일 오전 11시께 취재진이 찾은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엔 연말 크리스마스 분위기 대신 한산함만 가득했다. 2023.12.16. lighton@newsis.com

16일 점심께 뉴시스 취재진이 찾은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엔 연말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무색하게 한산함만 가득했다. 행인들은 매장에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빠르게 걸어갔고, 한 시민은 의류 매장 앞에서 옷을 들춰보더니 이내 자리를 뜨기도 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왔다는 전현숙(56)씨는 "옷을 좀 사려고 했는데 요새 나가는 돈도 많고 물가도 비싸고 하니 쉽게 못 사겠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지난 13일 발표한 전국 만 18세 이상 국민 1000명 대상 '2024년 국민 소비지출 계획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과반인 523명(52.3%)은 내년 소비지출을 올해보다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년에 소비지출을 축소하는 주요 이유로는 고물가 지속(43.5%)을 가장 많이 꼽았고, ▲실직·소득 감소 우려(13.1%) ▲세금 및 공과금 부담 증가(10.1%) ▲자산 소득 및 기타소득 감소(9.0%) 등이 뒤를 이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2.74(2020=100)로 1년 전보다 3.3% 올랐다. 8월(3.4%), 9월(3.7%), 10월(3.8%)에 이어 4개월 연속 3%대 고공행진을 거듭한 것이다. 품목별로 보면 상품과 서비스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각각 3.8%, 3.0% 상승했다.

인근 카페에서 만난 20대 여성 이주미씨도 "오늘은 친구들과 점심 정도만 먹고 헤어질 계획"이라며 "워낙 물가가 올라서 밥 먹고 옷 사고 선물까지 사면 20만원은 훌쩍 넘어간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선물 계획은 따로 없다"고 전했다.

이처럼 시민들이 소비를 줄이자 명동 상인들은 울상을 짓고 있었다. 명동에서 화장품 매장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예년과 비교하면 매상이 50% 이상 준 것 같다"며 "원래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사람들이 선물도 하고 그러는데, 요즘은 손님이 많이 줄었다. 그래서 따로 크리스마스 장식도 못했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날 서울 강남역 인근 거리에서도 지나다니는 시민들이 적어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직장인 이정언(32)씨는 "예전엔 크리스마스 때 레스토랑을 가자고 했는데 요즘은 가격이 거의 50% 올랐다"며 "그래서 요샌 씀씀이가 많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생활 소음 규제로 거리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을 틀기 어려워진 점도 예년같지 않은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현행 소음·진동관리법에 따르면, 매장에서 외부에 스피커·확성기 등을 설치할 경우 발생하는 소음이 기준치(주간 65㏈, 야간 60㏈ 이하)를 초과할 시 2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일상적인 대화 소리가 65㏈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행인들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음악을 크게 틀기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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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날 서울 명동과 강남 곳곳에선 크리스마스 캐럴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이날 명동을 찾은 박모(44)씨는 "원래는 이맘때쯤에 다양한 크리스마스 유행곡들이 들렸는데, 올해는 그런 게 없어 아쉽다"며 "길거리에서 캐럴 소리가 안 들리니까 연말 크리스마스라는 느낌도 좀 덜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