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선정 올해 최고 과학 성과는? 기적의 비만치료제

사이언스 2023년 주요 과학 성과 선정

과학입력 :2023/12/15 10:38

학술지 '사이언스'가 GLP-1 기반 비만치료제를 2023년 최고의 과학적 성과로 꼽았다. 비만은 물론, 현대인을 괴롭히는 비만 관련 질병 및 보건 문제 해결의 길을 열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사이언스는 14일(현지시간) GLP-1 기반 비만치료제를 비롯해 AI를 활용한 일기예보, 천연 수소 발굴 가능성, 초거대 블랙홀 충돌 관측 등 올해의 10대 과학적 성과를 선정해 발표했다.

사이언스는 2023년 주요 과학적 성과를 선정했다. (이미지=사이언스)

■ 비만 문제 해결 새 길 열었다

소장에서 만들어지는 GLP-1 호르몬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글루카곤 분비는 억제해 혈당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이같은 효과를 당뇨병 치료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합성한 것이 GLP-1 유사체이다.

하지만 이 성분이 식욕을 억제하고 공복감을 덜 느끼게 해 체중을 조절하는 효과도 있음이 알려지면서 비만치료제로 거듭났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2021년 내놓은 '위고비'는 1년 반 사이 몸무게를 15% 줄이는 효과를 보여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일런 머스크 테슬라 CEO가 이 약으로 체중 감량 효과를 봤다고 밝히는 등 세계적으로 GLP-1 기반 비만치료제 열풍이 불었다. 노보 노디스크의 시가총액은 덴마크 국내총생산(GDP)보다 커졌다.

(사진=unsplash)

최근의 대규모 임상 시험 결과는 GLP-1 기반 약물이 비만한 사람들에게 안정적으로 체중 감량 효과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이언스가 이를 올해의 최고 과학적 성취로 꼽은 이유다. 또 다른 암이나 알츠하이머병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다만 다른 부작용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하고, 비만이 아닌 사람도 사회적 압력 때문에 살을 뺴기 위해 관련 약을 먹는 등 오남용이 일어날 가능성은 우려된다.

■ 바다의 탄소 분리 기능 약해졌다

남극 인근 바다 해수면의 물은 해저 밑바닥으로 내려가며 열과 산소, 이산화탄소 등을 함께 끌고 간다. 이렇게 내려간 물은 천천히 북쪽으로 퍼지며 자연스럽게 해류 순환과 이산화탄소 격리를 일으킨다. 인류가 한해에 내뿜는 이산화탄소의 3분의 1 정도가 이런 방식으로 자연 포집된다.

하지만 최근 이런 순환 시스템이 고장났음을 알리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심해수의 순환이 20-30% 느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기후변화로 빙하가 녹으며 민물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란 추정이 나온다.

■ 땅 속에서 수소 캔다

수소는 지구에 풍부하게 존재하고 환경오염도 없는 차세대 에너지로 기대를 모은다. 땅에서 석유를 캐듯 수소도 채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주목된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지구의 수소 매장량이 1조톤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빌 게이츠의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 등이 수소 채굴 스타트업 콜로마에 9100만달러를 투자하는 등 투자도 몰리고 있다.

AI를 활용한 기상예측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NASA, 사이언스)

■ AI가 기상을 예보한다

10일 이상 중장기 기간의 날씨 예보 정확도를 높이는 인공지능(AI) 기상 예측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지금도 슈퍼컴퓨터가 기후에 영향을 주는 수많은 변수 데이터를 분석해 기상예보를 내놓지만, 컴퓨팅 자원을 많이 쓰고 중기 예보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AI는 일단 과거 기상 데이터를 학습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자원으로 빠르게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지난 11월 딥마인드가 기존 방식보다 성능이 90% 향상된 AI 기반 중기 예보 모델 '그래픽캐스트'를 공개한 바 있다.

■ 말라리아 새 백신 개발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에서 매년 47만명의 어린이가 말라리아로 세상을 떠난다. 기존 '모스퀴릭스' 백신은 효과가 장기 지속하지 않고 생산량도 적다는 문제가 있다. 

영국 옥스포드대 등이 개발해 최근 세계보건기구(WHO) 승인을 받은 새 백신 'R21'이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1회 주사 분량 가격은 기존 백신의 절반인 2-4달러 수준이고, 연간 1억 회 분량을 생산할 수 있다.

■ 아시아인은 언제 아메리카로 건너갔나

이외에도 태양보다 질량이 수백만, 수십억 배 큰 초거대 블랙홀들이 충돌하며 발산한 중력파를 처음 관측한 북미 과학자들의 연구가 올해 주요 성과로 선정됐다. 우주 초기 상황이나 블랙홀 등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리란 기대다.

미국 오크리지연구소의 엑사스케일급 슈퍼컴퓨터 '프론티어' (사진=오크리지연구소)

미국 국립 오크리지연구소의 슈퍼컴퓨터 '프론티어'는 최초의 엑사스케일 슈퍼컴퓨터로 기록됐다. 

레카네맙이나 도나네밥 등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 쌓인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치료제가 인지기능 개선 효과를 보이며 미국과 일본 등에서 승인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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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사람이 당시 육지였던 베링해를 넘어 아메리카로 건너간 것은 1만 6천년 전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 뉴멕시코주 화이트샌드 국립공원에서 약 2만 1천년에서 2만 3천년 전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 발자국이 발견되었다. 아시아-아메리카 간 이동이 당초 생각보다 더 일찍 이뤄졌다는 의미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대학원생과 박사후연구원들이 더 나은 연구 및 업무 환경을 요구하며 조직적 목소리를 낸 것도 올해의 과학계 주요 사건으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