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과감한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지난 7년 동안 회사를 이끌었던 김준 부회장이 물러나고 박상규 SK엔무브 사장을 새 수장으로 선임했다. 미래먹거리를 담당할 SK온 차기 수장으로 이석희 전 SK하이닉스 사장을 중용했다.
최태원 회장이 지난 달 언급했던 '서든데스'가 그대로 적용된 인사라는 평가다.
7일 SK이노베이션은 신규 사장인사 6명을 포함해 총 15명의 2024년 정기 승진 인사를 발표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달 SK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서든데스(돌연사)'를 언급하면서 대폭 변화를 예고했다. 최 회장이 서든데스란 용어를 쓴 것은 2016년 이후 7년만이다. 그 해 SK 인사에선 주요 계열사 CEO들이 대폭 교체됐다.
이번 인사에서 SK이노베이션 차기 사령탑에 오른 박상규 사장은 1964년생으로 배명고등학교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1987년 SK의 전신인 유공에 입사했다. 이후 SK에너지 소매전략팀장, SK㈜ 투자회사관리실 임원, SK㈜ 리테일마케팅사업부장, SK네트웍스 호텔총괄 등 주요 부서를 거쳤다. 지난 2017년부터 작년까지 SK네트웍스 사장, 올해 SK엔무브 사장을 역임했다.
특히 박 사장은 2013년 최태원 회장이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회장으로 재직할 당시 비서실장을 역임하면서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그룹내 다양한 중책을 역임한 만큼 에너지를 비롯해 소재, 배터리에 이르기까지 해박한 식견을 갖춘 적임자라는 평가다.
박 사장은 SK엔무브에서도 탁월한 경영 성과를 보였다. 올해 SK이노베이션의 주력인 SK에너지가 국제유가 등 대외변수 때문에 영업적자를 면치 못한 반면 박 사장이 경영을 맡은 SK엔무브는 3분기 누적 매출 3조원을 돌파하는 등 24.11% 성장률을 기록했다. 윤활유 사업 뿐 아니라 미래먹거리인 전기차, 데이터 센터 등 신시장으로 체질을 변모할 구상을 세우는 등 미래 토대를 닦아놨다는 평가다.
박 사장은 SK이노베이션이 주력으로 추진 중인 탈탄소 산업에서 수익을 내야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주력 계열인 정유 사업이 대외변수에 따라 휘청이는 만큼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그린 산업을 회사 내 핵심으로 키워야 하는 것이다.
기대를 모았던 SK온 신규 사장에는 이석희 전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선임됐다. 한 때 업계에서는 지동섭 SK온 사장 연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과감한 인적 쇄신 쪽에 무게가 실렸다.
이 사장은 1965년생으로 서울대학교 무기재료공학과와 동대학원에서 무기재료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0년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에 연구원으로 입사한 뒤 미국 유학을 떠나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재료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인텔에서 11년간 근무 후 카이스트(KAIST) 전자공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이후 SK하이닉스 전무로 영입돼 2019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SK하이닉스의 중흥을 이끌었다.
지난해 3월 SK하이닉스 대표를 사임한 뒤 이 전 사장은 1년 9개월 만에 SK온 대표로 복귀하게 됐다. 현재 SK온은 현재 오는 4분기 흑자전환 목표를 비롯해 기업공개(IPO), 재무개선, 수율 안정화 등 다양한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완성차 기업들이 생산량 조절에 들어갔고 글로벌 배터리 생태계는 저가형 배터리개발 등 기술력 경쟁이 극한으로 치닫는 상황이다. 격동기 가운데 SK온 수장으로 지목된 만큼 이 전 사장이 짊어져야 할 짐의 무게는 만만치 않다.
관련기사
- SK이노, 박상규 신임 사장 선임...인적쇄신으로 난국 돌파2023.12.07
- SK이노베이션 2024년 인사 명단2023.12.07
- LG엔솔은 세대교체...SK온·삼성SDI는?2023.11.27
- SK온, 中 옌청 2공장 화재...화재원인·피해규모 조사 중2023.11.21
업계에서는 반도체를 비롯해 제조업에서 잔뼈가 굵은 이 전 대표가 SK온의 미래 성장과 내실 다지기 등 과제를 착실히 해결해 나갈 적임자라는 평이다. 앞서 최 회장이 "빠르게, 확실히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고 주문한 가운데 이 전 사장이 발휘할 경영의 묘에 귀추가 주목된다.
지동섭 SK온 사장은 내년 3월 임기를 끝으로 SK수펙스추구협의회 내 SV위원회 위원장으로 이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