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하지만 신체 내 모든 장기가 똑같이 늙는 것은 아니다.
같은 사람의 장기라도 나이보다 더 빠르게 늙는 장기가 있으며, 이같은 장기는 질병에 걸리거나 사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스탠포드대 의대 연구진은 5천 678명을 대상으로 심장, 폐, 신장, 간, 면역계, 지방 등 신체 내 11개 주요 장기 또는 조직을 분석해 이같은 결론을 얻었다. 또 혈액 검사를 통해 이같은 위험을 미리 파악하고 대비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
이 연구 결과는 학술지 '네이처'에 6일(현지시간) 실렸다.
연구진은 특정 장기에서 유래한 단백질의 혈액 내 비중을 따지는 방식으로 장기의 '생물학적' 나이를 따졌다. 그 결과, 연구에 참여한 5촌 678명 중 약 20%는 평균적 인구집단과 비교해 태어난 연도 기준 나이에 비해 더 빨리 노화하는 장기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11개 장기 중 소화계를 제외한 모든 장기에서 이같은 주민등록증 나이와 생물학적 나이의 격차가 사망률을 높이는데 영향을 미쳤다. 빠르게 늙는 장기를 가진 사람은 이후 15년 간 사망률이 15-5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장이 늙은 사람은 비록 초기에 별다른 증상이나 심장병에 관한 바이오마커가 없는 경우에도, 보통 속도로 노화하는 심장을 가진 사람에 비해 심장마비 확률이 2.5배 높았다. 뇌가 빠르게 늙은 사람은 동년배에 비해 5년 후 인지 저하를 겪을 확률이 1.8배 높았다. 뇌나 심혈관계 노화는 현존 최고 수준의 바이오마커만큼 정확하게 알츠하이머 위험을 예측했다.
연구진은 혈액에서 단백질 5천여 개의 수치를 검사하고 특정 장기에서 유독 활성화된 단백질을 850여개 추렸다. 또 단백질 수치를 기반으로 장기의 나이를 추정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학습시켜 노화와 관련 있는 단백질들을 찾아냈다.
이전 동물 연구에선 개체나 장기에 따라 노화 속도가 다르다고 밝혀졌지만, 이런 현상이 사람에게도 나타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향후 5만-10만 명 규모로 연구를 확대해 결과를 검증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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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스-코레이 스탠포드대 교수는 "건강한 사람의 개별 장기를 모니터링해 노화 속도가 빠른 장기를 찾으면 병에 걸리기 전에 조치를 취할 수 있다"라며 "특정 장기에 연관된 단백질은 장기 노화를 보여주는 좋은 지표이며 신약의 타겟으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장기 내 단백질 수준은 노화의 원인이 아니라 노화의 부산물일 수도 있어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