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30일 현 기준금리 3.50%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작년부터 올해 1월까지 일곱차례 연속 인상 후 이번달까지 7회 연속 동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면서도 “4명은 추가인상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위원 4명, 3.75% 인상 가능성 열어놔야 한다고 주장"
이창용 총재는 “금통위원 6명 모두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인 2%에 수렴할 때까지 현재 수준의 통화정책을 유지하는 데 이견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4명의 금통위원은 앞으로 기준금리를 3.75%까지 올릴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머지 2명은 물가뿐 아니라 경제성장과 금융환경을 함께 고려해 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한국은행 목표치인 2%에 수렴할 때 까지 충분히 장기간 현재 수준의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 환경 변화, 통화긴축 완화 의견 없어”
지난 10월 금통위에선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금통위원이 있었다. 이창용 총재는 “이번 11월 금통위에선 통화긴축 완화 의견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번 한 금통위원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고 의견을 냈을 때는 하마스 사태 확대와 국제유가 급등으로 국내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는 상황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상 종료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인식이 더 많이 자리를 잡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에 비해 연율 기준 5.2% 성장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창용 총재는 “시장에선 현재 미국이 연착륙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사실 작년에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려 국내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연준의 금리 인상 시기가 마무리에 접어들었다’는 시장 기대가 커지고 있고 국내 기업의 대미 수출 여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2024년, 올해보다 어려운 이들 많을 것”
이창용 총재는 “오는 2024년 연간 경제성장률을 2.6%로 전망한다”며 “그러나 내년에는 올해보다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자율과 가계부채 비율이 높고 취약계층도 많은 게 현실"이라며 “통화정책을 무조건 완화적으로 바꾼다기 보단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이번달 1일부터 27일까지 집계된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 규모는 전월 대비 2조3천억원 증가했다. 앞선 4월에는 전월 대비 1천억원이 증가했는데 5월부터는 매월 마다 2조원 이상 늘어나고 있다. 특히 지난 10월은 9월과 비교해 6조3천억원 이상 증가했다.
이창용 총재는 가계부채 총량이 아닌 GDP 대비 부채비율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북아프리카의 리비아를 빼곤 지난 20년 동안 전 세계에서 가계부채가 GDP보다 낮은 국가가 없었다”며 “가계부채 총량을 떨어트려야 한다는 시각이 아닌, GDP 대비 부채 비율을 장기적으로 줄여나가는 시각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만일 지금 수준에서 가계부채를 절대 늘어나지 않게 하는 정책을 시행한다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경제 성장률이 더 악화되고 오히려 금융 불안을 야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화정책방향 발표 전문]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 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재 3.50%로 유지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
물가상승률이 당초 예상보다 높아졌지만, 기조적인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가계부채 증가 추이와 대외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았다.
세계 경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추가 긴축 우려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됐지만 주요국의 통화긴축 기조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 둔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국 인플레이션은 둔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주요국 국채금리가 큰 폭 하락하고 미국 달러화는 상당폭 약세를 나타냈다.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국제유가 움직임 및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둔화 흐름, 주요국의 통화정책 운용 및 파급효과,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의 전개 양상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국내외 통화긴축 기조 장기화와 더딘 소비 회복세의 영향으로 지난 전망치(2.2%)를 소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성장 경로에는 국내외 통화긴축 기조 장기화의 파급영향,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 양상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앞으로 국내 물가는 수요압력 약화, 국제유가와 농산물가격 하락 영향 등으로 기조적인 둔화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예상보다 높아진 비용압력의 영향을 받아 올해 3.6%, 내년 2.6%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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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경제는 성장세가 개선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물가경로가 당초 전망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와 성장의 하방 위험, 가계부채 증가 추이, 주요국의 통화정책 운용 및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 양상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