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팹리스 키우려면 정부·세트업체 원팀돼야"

[이슈진단+] 한국 팹리스 생태계 육성하자(하)...글로벌 점유율 고작 1%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3/11/29 16:19    수정: 2023/11/30 08:55

한국은 세계 메모리 시장에서 70% 점유율(D램 70%, 낸드 50%)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는 3%, 팹리스에는 1% 비중으로 미비합니다. 대만(21%), 중국(9%) 보다도 낮은 수준입니다. 글로벌 상위 10개 팹리스 순위에서는 미국이 6개, 대만이 4개지만, 한국은 전무합니다. 시스템반도체는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70%를 차지하는 중요한 시장입니다. 세계 반도체 패권경쟁에서 우뚝 서려면 한국 팹리스를 반드시 키워야 합니다. 지디넷코리아가 2회에 걸쳐 국내 팹리스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한국전기연구원 전력반도체 연구개발 사진 (사진=KERI)

"국내 팹리스 기업을 육성하려면 팹리스 기업이 스스로 노력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고객사에 해당되는 세트업체와 정부가 함께 나서서 전략적인 지원 정책을 펼쳐야 한다. 특히 혁신 칩을 개발하는 정부과제에서 성과를 못 내더라도 실패를 용인해주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도전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성장할 수 있다."

김용석 반도체공학회 부회장 겸 성균관대학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지난 23일 성남시가 주최한 'K-반도체 생태계 활성화와 기업 성장 방안' 컨퍼런스에서 대한민국 시스템반도체 산업 기회와 지자체의 지원전략을 제시했다.

김 부회장은 삼성전자에서 31년간 시스템반도체, 이동통신 소프트웨어 개발, 갤럭시 제품 개발에 참여한 반도체 전문가다. 삼성전자 재직 시 대통령상, 국무총리상, 삼성기술상을 받았고, 삼성전자 엔지니어 최고의 영예인 사내 명예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올해부터 김 부회장은 한국팹리스산업협회에서 고문을 겸임한다.

■ 세트-팹리스 장기 전략 파트너로 협업…유티콘 팹리스에 집중 투자

학계와 전문가들은 팹리스의 고객사인 세트 기업이 팹리스를 장기 전략 파트너로 생각해서 함께 칩을 개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김 부회장은 "삼성전자, 현대차와 같은 제조사(세트)들은 한국이 강한 메모리를 제외한 대다수의 칩을 해외에서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다"라며 "세트 업체와 팹리스가 차별화할 수 있는 칩을 기획해서 공동으로 개발하면, 앞으로 해외 의존도를 낮출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팹리스-세트업체가 칩 국산화에 성공할 경우 정부의 역할은 세트 업체에 세금감면 혜택 등 확실한 인센티브를 줘서 앞으로 5년, 10년 후에도 꾸준히 국산 칩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표=지디넷코리아 박은주 디자이너

또 정부는 국책 과제의 나눠주기 식에서 탈피하고, 가능성이 있는 유니콘 팹리스에 집중 지원해야 한다. 특히 프로토타입(초기 시험용)형 정부과제를 늘려서 혁신 칩 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 부회장은 "정부 과제에서 칩 개발은 대부분 성공하고 있지만, 상용화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희박하다. 팹리스 기업은 만약 개발에 실패할 경우, 다음 과제를 못 따게 되는 것이 우려돼 당장에 결과를 낼 수 있는 칩 개발에만 뛰어들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팹리스가 혁신 칩 개발에 도전할 수 있도록, 성과를 못 낼 경우에도 실패를 용인해 줘야한다. 그렇지 않다면 누가 혁신 칩 개발에 솔선수범해 뛰어들려고 할 것인가"라고 꼬집어 말했다.

■ 성남·팹리스–용인·파운드리 원팀 되어야

시스템반도체가 성장하려면 팹리스와 파운드리의 동반성장이 요구된다. 팹리스를 담당하는 성남시와 파운드리를 담당하는 용인시가 원팀이 되어서 같이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다. 아울러 산업통상자원부 내에 팹리스 전담부서를 두고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김용석 반도체공학회 부회장 겸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는 지난 23일 성남시가 주최한 'K-반도체 생태계 활성화와 기업 성장 방안' 컨퍼런스에서 발표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김 부회장은 "팹리스(성남시)와 파운드리(용인시)가 협의체를 만들어서 국내 시스템반도체 육성 방안과 어떻게 기업을 잘 키울 수 있는지, 뭘 도와주면 되는지 등에 대해 지속적인 고민을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산자부 내에 팹리스를 전담하는 부서가 운영됐으면 한다"라며 "그렇지 않으면 팹리스에 대한 과감한 지원이 사실상 쉽지 않고, 당장 실적이 안나온다는 이유로 점점 지원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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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최근 장류주행차, 생성형AI 등 AI 기반 신제품 시장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토종 팹리스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만의 미디어텍이 스마트폰 등장으로 성공한 사례처럼 큰 기술의 흐름이 바뀔 때 유니콘 기업이 탄생할 수 있다.

김 부회장은 "AI 반도체가 활용될 수 있는 분야는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엣지 시장과 관련해 스마트홈, 스마트팩토리 등 다양하다"라며 "팹리스 기업 스스로 노력을 하고, 대학, 정부가 함께 노력하면 AI 반도체 시장에서 기회가 오고, 유니콘 팹리스 기업도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