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공SW 대기업 참여 완화 검토...'먹통 문제' 해법될까

대기업 참여 차세대 사회보장정보·금융시스템 모두 초기 장애

컴퓨팅입력 :2023/11/27 11:46    수정: 2023/11/29 11:12

정부가 최근 잇달아 발생하는 전산망 장애를 개선하기 위해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 대기업 참여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 참여로 현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근본적인 개선 없이 대기업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고 비판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행정안전부는 공공 SW사업의 대기업 참여제한 완화를 검토 중이다.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은 지난 25일 진행한 브리핑에서 대기업의 참여에 대해 규제 개혁 차원에서 관계 기관과 협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17일 오전 서울의 한 구청 통합민원발급기에 네트워크 장애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미지=뉴스1)

■ 이미 대기업 참여사업 오류 사례 존재…근본적 대안 필요

공공SW 사업 대기업 참여 규제 완화는 올해 초부터 규제 개선 과제로 선정돼 논의가 진행된 법안이다.

지난 6월에 과기정통부는 토론회를 통해 1천억 원 이상 대규모 SW사업 및 설계·기획 사업에 한해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는 개선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시스템 복잡도가 높고 기술적으로 어려운 대규모 사업을 많은 개발 인력과 노하우를 보유한 대기업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최근 잦아진 전산망 오류가 국가적 재난으로 지정되는 등 대규모 피해가 우려되자 대안 마련이 시급해졌다. 이에 개선안에서 제시한 사업 금액보다 기준을 낮춰 700억 원 수준으로 대기업 참여 제한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업계에선 대기업 참여가 늘어난다고 전산망 서비스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와 우정사업본부 차세대 금융 시스템 구축 사업 모두 개통과 함께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했다.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의 경우 서비스 먹통으로 인해 장애인 등 기초수급자가 연급 지원 명단에서 제외돼 생계의 위협을 받았다. 해당 부서 공무원은 사비를 털어 지원했을 뿐 아니라, 연금 지급 내용 정리 등 자동화해야 할 대규모 업무를 모두 수기 작성해 업무가 피로도는 극에 달했다.

관련 업계에선 근본적 원인으로 지목되는 저가발주, 대가 없는 과업변경 등은 해결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대기업에게 맡기려는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 산하 IT서비스 기업은 주요 매출원이 그룹사인 경우가 다수를 차지하며, 상대적으로 많은 자본과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규모 공공SW 사업의 수익성이 좋지 않거나 적자가 발생하더라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수주사에서 1년 간 무료로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관례화 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족한 개발 기간과 비용으로 인해 구축 완료 기간까지 시스템이 완성되지 못했을 경우 1년간 추가 개발을 진행하는 것이다. 해당 기간 발생하는 인건비나 추가 비용은 발주사에서 제공하지 않는다.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이미지=행정안전부)

LG CNS도 수익성 악화와 개발 어려움 등으로 인해 사업철수를 밝힐 정도로 사업 구조가 가혹한  만큼 대기업 참여제안 완화로 얼마나 많은 기업이 사업에 참여할지도 의문인 상황이다.

한 IT서비스기업 임원은 “일반적으로 공공SW 사업은 수익성보다는 기업의 역량을 알리고, 차기 사업을 위한 준비 과정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참여한다”며 “하지만 지금은 기업이 사업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조건이 과도해지고 있는 만큼 사업 비용을 현실화하고, 불합리한 관행을 해결하

IT서비스산업협회 채효근 부회장은 “공공SW 사업의 핵심적인 문제는 규모에 비해 수익률이 낮아 양질의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공공SW 사업을 주로 담당하는 중소기업은 평균 영업이익률이 0.5%인 반면, 그렇지 않은 기업은 12배에 달하는 6%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지금 공공SW 사업에 참여하면 높아진 인건비나 사업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현 상황에서 대기업 참여제한을 푼다고 실질적인 변화를 예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고진 위원장 “공공SW 사업 패러다임 혁신해야“

디지털플랫폼정부 사업을 이끄는 고진 위원장은 대기업 참여제한만으로 현재 공공 전산망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공공SW 사업의 고질적인 문제를 혁신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 위원장은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정부 박람회’에서 “최근 발생한 전산장애는 아픈 일로 앞으로 긴 호흡으로 패러다임의 전환과 제도적·기술적 혁신을 이뤄야 한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어서 “공공SW 사업의 근본적인 문제인 사업 비용을 현실화하고, 정확하게 사업을 평가하기 위해 전문가로 구성된 조직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현재 정부 시스템을 완전히 디지털 플랫폼 정부로 전환하기 이전에는 이런 사고가 재발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디지털플랫폼 정부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반 행정 정보시스템을 말한다. 정부가 축적한 다양한 데이터와 AI를 융합한 행정서비스를 시민에게 제공한다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