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위성 영상으로 북한 경제 상황 분석한다

KAIST 등 국제연구진, 위성 영상 활용해 최빈국 경제 상황 분석하는 AI 기술 개발

과학입력 :2023/11/21 10:40

북한에서 나오는 국가 통계를 믿을 수 있을까? 하지만 위성 영상을 분석하면 보다 정확하게 경제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KAIST(총장 이광형)는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주간 위성 영상을 활용해 경제 상황을 분석하는 새 인공지능(AI) 기법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국가 통계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학습할 데이터가 부족한 최빈국까지 모니터링할 수 있는 범용 모델이다.

경제규모 예측에 주로 사용되어 온 야간조도 영상(좌상단: 배경사진 미국 NASA 지구 관측소 제공). 불빛이 환한 남한에 비해 북한은 평양을 제외하고 전기 수급이 되지 않아 검게 나타남. 반면 연구팀에서 개발한 이번 모델은 북한(우상단)과 아시아 5개국(하단: 배경사진 구글어스)에 대해 더욱 세밀한 경제 예측 결과를 보여줌.(자료=KAIST)

KAIST 전산학과 차미영 교수와 기술경영학과 김지희 교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서강대, 홍콩과기대, 싱가포르국립대 공동 연구팀은 유럽우주국(ESA)이 운용하며 무료 공개하는 '센티넬-2' 위성을 활용했다. 위성 영상을 약 6㎢(2.5×2.5㎞)의 작은 구역으로 분할한 후, 각 구역의 경제 지표를 건물·도로·녹지 등 시각적 정보에 기반해  AI 기법으로 수치화했다.

이 모델은 기초 데이터가 부족한 지역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인간이 제시하는 정보를 AI의 예측에 반영하는 인간-기계 협업 알고리즘을 채택한 점이 이전 연구와 다르다. 인간이 위성영상을 보고 경제 활동의 많고 적음을 비교하면 기계는 이러한 인간이 제공한 정보를 학습해 각각의 영상자료에 경제 점수를 부여한다. 검증 결과, 기계학습만 사용했을 때보다 인간과 협업할 때 성능이 월등히 우수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번 연구를 통해 연구팀은 통계자료가 부족한 지역까지 경제분석의 범위를 확장했다. 북한을 비롯해 네팔과 라오스, 미얀마, 방글라데시, 캄보디아에 같은 기술을 적용해 세밀한 경제 지표를 얻었다.

이 연구에서 얻은 경제 지표는 기존의 인구밀도, 고용 수, 사업체 수 등의 사회경제지표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데이터가 부족한 저개발국가에 적용 가능함을 연구팀은 확인했다.

경제 활동의 연간 변화를 탐지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국제 사회가 목표로 하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중 '빈곤 종식'과 '불평등 해소'의 재빠르게 모니터링할 수 있다.

현재 세계 53개 국가가 지난 15년 동안 농업 관련 현황 조사를 하지 못 했으며, 17개 국가는 인구 센서스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라 SDGs가 해결하려 하는 빈곤의 현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경제상황 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또는 환경적 지표를 측정하도록 모델을 조정할 수도 있다. 기후변화와 재해 재난 피해가 높은 지역을 식별하도록 모델을 훈련하면, 재해가 발생한 이후 지원을 집중할 지역을 지도할 수 있다.

2016년과 2019년 위성영상과 경제점수 차이. 관광개발구 중 하나인 원산 갈마지구(상단)는 유의미한 개발이 발견되었으나 공업개발구인 위원개발구(하단)는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배경사진: 센티넬-2 위성영상 유럽우주국(ESA) 제공) (자료=KAIST)

연구팀은 이러한 변화 탐지 기능을 북한에 적용한 결과도 공개했다. 대북 경제제재가 심화된 2016년과 2019년 사이 북한 경제에선 세 가지 경향이 발견됐다.

북한의 경제 발전은 평양과 대도시에 더욱 집중돼 도시와 농촌 간 격차가 심화됐다. 또 경제 제재와 달러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설치한 관광경제개발구에선 새로운 건물 건설 등 유의미한 변화가 위성영상 이미지와 이 연구의 경제 지표 점수 변화에서 드러났다. 반면 전통적 공업 및 수출경제개발구 유형에선 변화가 미미했다.

차미영 KAIST 전산학부 교수 겸 IBS 데이터사이언스그룹 CI는 "전산학·경제학·지리학이 융합된 이번 연구는 범지구적 차원의 빈곤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라며 "이번에 개발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앞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 재해재난 피해 탐지, 기후 변화로 인한 영향 등 다양한 국제사회 문제에 적용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모델을 쓰면 적은 비용으로 개발도상국 경제 상황을 상세하게 확인할 수 있어 국제개발협력(ODA) 사업에도 활용 가능하다. 선진국과 후진국 간 데이터 격차를 줄이고 국제사회의 공동목표인 지속가능한 발전 달성에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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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개발한 모델 코드를 무료로 공개한다. 또 측정한 지표가 여러 국가의 정책 설계 및 평가에 유용하게 쓰이도록 계속 기술을 개선하고 매해 새롭게 업데이트되는 인공위성 영상에 적용하여 공개할 계획이다.

이 연구 결과는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최근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A human-machine collaborative approach measures economic development using satellite imagery (인간 기계 협업과 위성영상 분석에 기반한 경제 발전 측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