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는 어디서 개발됐을까요? 캐나다입니다. 캐나다는 혁신국가입니다. 세계 순위에서 높은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블랙베리를 처음 개발한 곳도 캐나다고 아이맥스 카메라와 스마트폰이 나오기 이전인 무선호출기인 삐삐(페이저)를 개발한 곳도 캐나다입니다."(신철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밴쿠버사무소 대표변호사)"
"제프리 힌튼 교수가 1983년 캐나다에서 AI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캐나다는 오랜 AI역사를 가진 명소입니다. 특히 퀘벡의 경우 우수 인재와 연구개발 생태계가 잘 조성돼 있어 한국과 협업해 시너지를 낼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임용우 주한 퀘벡주정부 대표부 연구·혁신 담당 상무관)
"기본적으로 캐나다는 열려 있는 나라입니다. 특히 캐나다는 미국 진출의 관문(게이트웨이)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요즘은 미국이 H1B 비자(컴퓨터 등 전문직 분야의 외국인 근로자를 일시적으로 고용할 수 있는 비이민 비자)를 줄여 실리콘밸리에 있는 우수 인력이 캐나다로 많이 오고 있습니다. 우수 AI인력이 많이 있는데 캐나다 수도 온타리오의 경우 세계적 AI석학인 제프리 힌튼 교수를 길을 가다가 만날 수 있습니다"(고종옥 캐나다 AI엑설러레이터 해피소나 대표)
법무법인 디라이트(D’Light∙대표변호사 이병주, 조원희)가 국내 기업의 캐나다 진출을 돕기 위해 마련한 '캐나다:북미 진출의 숨겨진 교두보’ 세미나가 17일 서울 강남 드림플러스에서 열렸다. 이날 디라이트 밴쿠버 사무소 대표를 맡고 있는 신철희 외국변호사와 임용우 주한 퀘벡주정부 대표부 연구·혁신 담당 상무관, 고종옥 캐나다 AI엑설러레이터 해피소나 대표 등 캐나다 전문가 3인이 연사로 나와 캐나다의 기업 환경을 소개했다. 이들 3인은 각각 밴쿠버, 퀘벡, 온타리오의 사회, 경제, 기업인프라를 소개하며 캐나다가 글로벌 진출을 꿈꾸는 국내기업의 좋은 진출지라고 강조했다.
'캐나다에서 사업을 할때 알아야 할 주요 사항'을 들려준 신철희 변호사는 캐나다가 연방국가로 왕과 행정부 수반이 동시에 있어 절차가 다소 오래걸려 한국사람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지만 혁신성이 높은 나라라고 진단했다. 세계경제포럼 지표를 보면 교육 질이 세계 7위, 금융시장발전이 6위며 1인당 과학출판물 수도 G7 국가 중 높다는 것이다. 특히 연구개발(R&D) 부문은 G7 국가 중 비용이 낮은 반면 세금 혜택은 가장 좋다고 강조했다.
또 캐나다가 세계 처음으로 개발한 것들로 전화기와 블랙베리, 아동 이유식, 아이맥스 카메라, 삐삐 등을 거론하며 캐나다의 혁신성을 역설했다. 신 변호사는 캐나다의 높은 혁신성은 "대학 수준이 높기 때문"이라면서 캐나다 1위이자 세계 18위인 토론토 대학을 예로 들었다.
미국과 캐나다간 법적 차이도 설명하며 "캐나다는 미국에 비해 소송 비용이 덜 든다"고 밝혔다. 캐나다는 비즈니스 소송시 승소하지 못한 당사자가 승소 당사자의 비용 일부를 지불해야 할 책임이나 의무가 있어 그렇지 않은 미국보다 소송이 적다는 것이다. 또 캐나다는 판사를 연방 및 지방정부가 임명하지만 미국 판사는 선출직이라는 것도 두 나라간 차이다.
신 변호사는 캐나다가 10개 주와 3개 준주가 있다면서 연방 정부는 주간 상업 및 국제무역을 관할하고 주 정부는 부동산, 기업, 계약, 고용, 상속 및 민사 소송을 담당한다면서 "특히 내가 있는 벤쿠버는 동양인이 많아 현지에서 인력 구하기가 편하다"고 말했다. 과세에 대해서는 "소득세는 미국에 비해 높지만 법인세는 낮다. 한국과 미국과 달리 증여세나 상속세가 없다"면서 "캐나다는 어디에 거주하는냐에 따라 세금을 낸다. 반면 미국은 어디 거주하는냐가 아니라 국적에 따라 세금을 부과한다"고 설명했다.
캐나다의 부가가치세는 연방정부 5%와 지방세 6%로 11%라고 덧붙였다. 이어 "캐나다는 한국법인 세우는게 간단하다"면서 "자본 제약이 없는데 지사(branch)보다는 법인(subsidiary) 형태가 더 도움이 된다"는 팁도 들려줬다.
고용에 대해서는 "미국과 달리 임의 고용(at will employment)이 없다"면서 "관습법과 연방, 주 또는 준주고용에 의해 규제를 받는다"고 말했다. 취업허가는 접수후 약 27주 걸린다면서 미리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환경 부문은 환경법이 까다로워 시간이 많이 걸릴 수도 있다고 짚었다. 또 캐나다를 발견한 사람이 프랑스인인데 이 사람이 캐나다를 발견할 당시 원주민에게 이 곳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원주민이 "카나 타(원주민어로 우리동네라는 뜻)"라고 대답해 지금의 캐나다가 됐다는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캐나다는 원주민 보호가 미국보다 더 강하다"고 말했다. 한국정부 초청으로 방한한 신 변호사는 캐나다 언론에 소개된 유명 정치인이기도 하다.
신 변호사에 이어 임용우 주한 퀘벡주정부 대표부 연구·혁신 담당 상무관은 '왜 캐나다와 퀘벡인가'를 주제로 퀘벡과 캐나다의 기업 및 투자 환경을 소개했다. 한국에서 태어난 임 상무관은 5살때 캐나다로 이민가 토론토 대학을 졸업했다. 10년전 한국에와 현재 주한 퀘벡주 정부의 연구, 혁신 담당 상무관으로 일하고 있다.
임 상무관에 따르면, 캐나다는 올 현재 약 4천21만3000명 인구에 면적은 998만4670스퀘어미터로 한국(10만210스퀘어미터)보다 90배 이상 크다. 캐나다에 거주하는 한국인은 2022년 기준 23만7400여명이고(미국에는 260만명) 한국에 있는 캐나다인은 2019년 기준 2만7천명이다. 공식어는 영어와 프랑스어다. 캐나다에 있는 한국인 국제학생은 2022년 기준 1만6505명으로 전체(80만7750명)의 4.99%를 차지한다. 한국과 캐나다간 자유무역협정(FTA)은 2014년 체결, 2015년 1월1일부터 발효됐다.
특히 퀘벡은 캐나다내에서 독특한 위치를 갖고 있는데 인구는 850만명으로 캐나다 전체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2020년 기준 GDP는 4420억달러고 상품과 서비스 수출액은 1870억달러다. 전략적으로 미국과 유럽의 상업적 관문에 위치해 있다. 임 상무관이 일하고 있는 주한 퀘백주에는 임 상무관을 포함해 12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고 크게 혁신, 수출, 투자 부문이 있다.
임 상무관은 퀘백주가 많은 규모의 리서치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면서 "시장 정보 등 스타트업을 위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퀘백주는 한국과의 협업도 적극적인데 ETRI, IITP, NIPA 등 한국의 여러 기관과 협력 MOU를 맺었다. 임 상무관은 "첨단소재 기업 등 많은 한국기업이 퀘벡에서 활동하고 있다. 또 한국에도 CAE, BRP, WSP 같은 퀘벡 기업이 있다"고 말했다.
AI석학 제프리 힌튼이 오래전 AI연구소를 캐나다에 설립하는 등 한국과 캐나다간 협업 부문이 많다고 짚은 그는 "퀘벡은 재생에너지 부문도 강하다"고 강조했다. 또 구글이 2016년 캐나다에 연구센터를 설립하는 등 "삶의 질이 좋기 때문에 외국기업들이 캐나다에 연구센터를 많이 설립한다"고 해석했다. 또 다른 AI석학 요수아 벤지오(Yoshua Bengio)는 몬트리얼 퀘백에서 1993년 '밀라(MILA)' 라는 AI 연구소를 설립해 퀘벡과 캐나다의 AI 혁신 생태계를 이루는 데 큰 영향을 줬다. 강연 말미에 임 상무관은 "드러머로 활동하고 있다. 오는 12월 2일 음악회를 연다"고 들려줬다.
임 상무관에 이어 발표를 한 고종옥 해피소나(캐나다 AI엑셀러레이터) 대표는 "기본적으로 캐나다는 열려있는 국가다. 더 많은 한국기업이 캐나다에서 활동하기 바란다"며 말문을 열었다. 한국에서 KTF를 다니다 모바일 앱 회사를 창업해 10년간 운영한 경험이 있는 그는 6년전(2017년) 캐나다에 갔는데, 한국인 첫 캐나다 연방 스타트업 비자 프로그램(SUV)으로 영주권을 획득해 주목받았다.
고 대표가 캐나다에서 엑설러레이터 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이렇다. "처음엔 나도 캐나다를 잘 몰랐다. 단풍과 메이플 시럽이 전부였다. 캐나다가 좋은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이 있는데 자료가 별로 없더라. 이걸 내가 제공해야 겠다고 생각해 캐나다로 갔다. 처음에는 관광비자로 갔다가 2번 연장해 지금에 이르렀다."
고 대표는 "캐나다는 스타트업을 창업하면 바로 영주권을 준다. 미국은 그렇지 않다"면서 "특히 캐나다를 통해 미국에 진출하는 것도 큰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캐나다가 북미 진출의 관문(게이트웨이)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수많은 사람들이 캐나다 창업으로 미국 시장을 본다. 그만큼 미국과 캐나다는 친밀감이 있다. 문화와 언어가 비슷하다"면서 "무엇보다 미국 진출을 한다고 하면 몬타리오주가 적극 도와준다"고 밝혔다.
실리콘밸리에 비해 저렴한 AI개발자 비용도 장점이라고 해석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3년 경력 AI개발자 연봉이 3~4억원이지만 토론토에서는 3년 경력 AI개발자 연봉이 1억2천~1억5천만원"이라면서 "하지만 실력은 비슷하다. 여기에 미국이 이민 쿼터를 축소하면서 많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토론토에 연구개발센터를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토론토 스타트업 생태계에 재미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인력과 기업들이 몰리면서 직원 채용 목적의 인수합병이 많아지고, 그만큼 토론토 스타트업들의 엑시트가 많아져 투자 유치도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고 짚었다.
캐나다 인력에 대해서는 "진짜야? 할 정도로 우수 인력이 많다"면서 "샌프란시스코와 산호세 보다 더 교육 수준이 높다. 예전엔 인도 천재 개발자들이 실리콘밸리에 갔는데 요새는 토론토로 온다"고 말했다.
AI석학인 제프리 힌튼 교수와 해피소나 회사 직원 2명이 같이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우리 개발자가 길을 가다가 힌튼을 만나 같이 사진을 찍었다. AI대가들을 오고가다 만날 정도"라고 밝혔다. 또 온타리오에 있는 벡터연구소(벡터 인스티튜드)를 "세계 최고 AI 연구소"라면서 "우리 회사는 벡터연구소의 패스트레인 액설러레이션(Fastlane Acceleration)의 공식 파트너다. 좋은 AI기업을 발굴해 벡터연구소에 지속적으로 추천한다. 우리가 투자한 스타트업이 토론토대학교의 AI와 혁신기술 상징인 SRIC(Schwartz-Reisman Innovation Campus)에 1년여의 심사 끝에 공식 입주가 확정됐다. 벡터연구소 등 토론토의 유수 연구기관과 AI 기업이 이 곳으로 이주 예정이다"고들려줬다.
최근 벤처캐피털(VC)을 설립했다는 고 대표는 온타리오 진출 시 좋은 점으로 세계적 AI기업과 사람들이 몰려 있어 다양한 테크 트렌드를 빨리 캐치할 수 있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역설했다. "세계적으로 핫한 AI기업들이 몰려있다보니 문제를 어떻게 풀었는지 하루만에 듣는다. 우리 회사가 하고 있는게 잘못됐다는 걸 금방 알게 된다. 자칫 수개월을 허비할 수 있었는데 막을 수 있는 것이다"고 들려줬다.
미국처럼 이질감이 적은 것도 온타리오의 매력이라고 설명한 그는 한국기업들이 온타리오 진출시 궁금해 하는 11가지 질문을 정리해 들려주면서 "중요한 포인트는 세가지다. 어떤 혁신기업인지, 장기적으로 얼마만큼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지, 글로벌 시장 진출은 어떻게 하려는지를 설명하면 된다"고 말했다.
한편 행사를 마련한 디라이트의 조원희 대표 변호사는 "기업 고객을 만나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북미 시장을 어떻게 진출할까?"라면서 "최근 이 지역에 진출했다 어려움 겪는 기업을 보고 이번 세미나를 마련하게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