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전산 오류가 지속되며 현장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대규모 공공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얼마전 지디넷코리아 기사로 게재된 우리나라 공공SW사업의 현황과 문제점이다. 기사는 이에 대한 원인으로 ▲여전히 낮은 SW업계 인식과 불공정 관행 지속 ▲개발자 이탈 대응 못하는 업무 구조 ▲어떻게든 되겠지하는 안이한 시스템 검수 등을 꼽았다.
우리나라 공공SW사업의 문제점을 정확히 짚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2001년부터 전자정부사업분야에서 일을 해왔다. 당시를 돌아보면 벤처붐 영향으로 국가표준시스템에 대한 컨설팅 및 구축사업이 대단위로 이뤄지기 시작한 초기 단계였다. 그리고 자바(JAVA)라는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아키텍처가 이뤄지며 표준화 돼가고 있었다.
그로부터 20년이상이 지났다. 그동안 필자는 전자정부사업, 유비쿼터스 사업, 그리고 이제는 AI사업을 수행하며 SW분야에서 20여년간 종사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기사에 언급된 공공SW사업의 문제점을 보고 '참담' '당연' '걱정' '극복' '미래' 등 여러 복잡한 감정들이 오갔다.
■ 참담
먼저 '참담'이다. 2000년대 초반 이명박 정권이 들어오기 전까지 대한민국 SW는 자바를 앞세워 많은 도전과 발전 그리고 성과를 이뤘다. 이 성과를 이뤄낸 배경엔 언제나 단단한 SW개발인력과 철저한 방법론으로 무장한 PM들이 앞에 있었다. 여기에 사업에 문제가 있더라도 해결할 줄아는 대기업 규모의 SI들이 포진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함께일하는 공무원들에게선 사명감과 애국심이 굉장했다.
안타깝게도 현재는 아니다. SW 개발자들의 저급화와 실력있는 PM들의 노령화, 대기업 SI들의 인재부족과 문제해결에 대한 사명의식 부족, 여기에 예전에 있던 공무원들의 열정 저하와 사명감 상실 등은 '참담'한 마음을 들게한다.
■ 당연
그러니 기사에 소개된 초라한 현실이 당연하다. 2000년대 초반의 실력있는 개발자들은 이미 늙어 버렸다. 열정에 차 있던 그 세대들은 '노안'이와 코딩이 보이질 않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 SI를 지겨워하며 소위 '닭' 튀기러 갔다. 대신 그 자리를 매우고 있는 개발자들은 워라벨을 중시하고 공부를 하지 않고 돈만 많이 받아내려한다. 책임 의식도 약하다. 무엇보다 위태로운 것은 세계의 개발환경 기술과 개발 언어(랭귀지)가 변화하고 있음에도 그들은 워라벨과 돈만을 요구한다. 그리고 조금 힘들면 도망간다. 결국, 그 책임은 기업대표들과 발주처에 돌아간다. 그럼에도 담당공무원은 시간이 지나면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수행기관이라는 보호막, 또 연속사업 전환 등으로 교묘히 빠져나간다.
여기에 대기업 SI가 빠진 자리에는 사명감을 갖고 사업을 수행하는 기업보다 그저 수익성만 따지는 기업들이 들어서고, 여기에 '갑을병정~'으로 이어지는 하도급 체계와 이런 불합리속에도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담당공무원은 시간이 지나면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결국 수행 업체들은 프로젝트 미성숙과 지연으로 소송이다 뭐다하며 시달린다. 실로 '당연'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 걱정
그러니 걱정이다. 나는 사명감을 갖고 지난 2001년부터 전자정부 업무를 했다. 당시는 청사진을 그리는데로 시스템을 제대로 만들며 함께하는 이들과 호흡하며 정열적으로 일했다. 그렇다고 소위 요즘의 '워라벨'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내가 하는 일과 나의 워라벨은 분리돼 있지 않았다. 일을 잘하기 위해 체력을 키웠고, 일을 잘하기 위해 함께했던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며 다양한 자기 계발을 했다. 지금도 이렇게 사업을 하고 있다. 요즘 젊은 개발자들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공부는안하고 눈만 높아진 상태다. 세계의 기술은 날마다 변화하고 발전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공부할 생각은 안하고 세상탓만 한다. 문제 해결 대신 힘들면 도망가려고만 한다. 발주처인 담당 공무원들 역시 이전 공무원들과 달리 열정이 떨어진다. 수행 기업은 어떠한가? 수익만 강조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런 구조적 문제때문에 참으로 두렵고 암울하다.
■ 해결
'해결' 방안은 없을까? 대한민국의 전자정부는 세계 1위다. 그런데 그 기반이 붕괴되고 있고 노후화하고 있으며 책임의식도 약해지고 있다. 미국의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오픈된 정보를 바탕으로 AI기술과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날마다 우릴 위협하고 있다. 반면 우리 지성인들은 그들의 지식과 기술을 알리며 자기 포지션을 유지하는데만 애쓰고 있다. 이러는 가운데 우리의 SW는 사상누각의 위험을 안고 멍들어가고 있다.
나는 SW업계에서 15년간 실무생활을 했고 또 최근 10년간은 SW기술을 기반으로 자연스럽게 AI사업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SW강국 코리아를 위해 내가 내린 결론은 아래와 같다.
첫째, 신기술로 무장한 강인한 SW아키텍처로 이뤄진 백엔드 플랫폼에서 프론트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높은 수준이 아닌 기술로 만들어진 프런트(UI와 UX 등 소비자와 맞닿은 앞단)가 혹시 망가지더라도 기반은 안전하다. 강인한 SW 백엔드 아키텍처에선 프론트에게 API를 제공하고 연계시스템에게도 표준화된 API를 제공한다. 즉, 프런트에 문제가 생겨도 큰 문제가 아니며 그 기반은 여전히 안전하게 돌아간다. 이렇게 만들어야 저급한 개발자들에게, 또 노후화한 전자정부프레임워크의 폐해를 막고 안정된 SW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다. 이제는 전자정부 프레임워크를 과감히 버려야 할 때고, 신기술로 무장한 MSA 아키텍처로 전환해 안정된 시스템을 갖춰야 할 때다.
둘째, 표준화한 시스템에 업무를 맞춰야한다. 해외의 유명패키지인 SAP와 세일즈포스를 보자. 우린 이들을 커스터마이징하지 바닥부터 개발하지 않는다. 요즘은 AI시대다. 예전엔 펑션(기능)으로 100%의 결과값이 나왔다. 그러나 AI는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 공무원과 기관 발주자들은 자신의 업무를 AI로 만들어 달라고 한다. 이걸 만들 AI개발자들은 SI시장에 없다. 그들은 대부분 글로벌 빅테크나 '네카쿠베라(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달의 민족, 라인)'에 가 있다. 국방사업쪽은 더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자기의 기술을 존엄히 여기고, 자기를 사랑하고, 실력이 있는 개발자들은 더 이상 SI에 있지 않다.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지만 우린 준비해야하고 마음을 새로 먹어야 한다. 안정된 시스템은 강인한 아키텍처위에 만들어진 패키지의 커스터마이징으로 만들어 진다. 예전처럼 발주를 주면 수행사가 알아서 만들어 내겠지? 하는 안일함은 더 이상 있으면 안된다.
셋째, 잘못된 관행과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먼저, 개발단가가 너무 시대에 맞지 않는다. 발주처의 지나친 개발자 상주 요구도 문제다. 그리고 이젠 공무원들이 일을 해야 할 때다. 언제까지 산하기관에 있는 석박사들 속에 숨어 면피할 것인가. 세금으로 먹고사는 분들은 사명감을 갖고 국가산업발전을 위해 자신을 헌신하고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관행과 구조를 과감하게 타파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SI는 살아남을 수 없을 뿐만아니라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 미래
마지막으로 '미래'다. 글로벌 빅테크는 기술력과 자본력으로 날마다 우리를 도전한다. 우리 지식인들은 빅테크 기술을 학습, 마치 지성있는 기술인양 각종 세미나에서 거론한다. 우린 지난 2016년에 이세돌과 알파고로 본격적으로 AI를 만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많은 예산을 들여가며 AI를 해보려고 했지만 실패가 많았고 힘들었다. 그러다 2022년11월 챗GPT가 나타나 사람들에게 "AI가 정말 되는구나!!"라는 분위기속에 우리 기업도 다시 힘을 받고 있다.
우리가 글로벌 빅테크를 이길 수는 없다. 그러한 기술도, 실력도, 예산도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앞으로 달려가야 한다.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먼저, 그들의 기술을 내재화해 실제 사례들을 만들어가야 한다. 이걸 이루려면 위에서 언급한 대로 강인한 벡엔드 아키텍처와 패키지SW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도 미국처럼 산학연이 힘을 합쳐 코어를 만들어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구조가 없으면 우린 미래에도 글로벌 빅테크 기술을 사용해 애플리케이션이나 만들고 있을 것이다.
하여, SW강국 코리아를 위해 이랬으면 좋겠다. 강인한 SW 아키텍처와 SW를 중시하는 사회 변화, 그리고 앞으로 10년이 넘게 걸릴 젊고 패기 있는 젊은 개발자 양성, 여기에 예전에 우리가 그런 것처럼 개발자들이 사명감을 갖고 국책사업과 대단위 사업에 도전했으면 한다. 공무원들도 보다 헌신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의 데이터를 갖고 있는 나라다. 우리처럼 데이터가 전자화돼 있는 나라는 지구촌에서 드물다. 빅테크들이 갖고 있는 온라인에 있는 지식은 우리도 확보가 가능하다. 하지만 빅테크는 우리가 갖고 있는 데이터가 없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아직도 대부분 수기작업에 능숙하다.
우리 대한민국은 디지털플랫폼을 지향한다. 나는 예전부터 꿈꿔왔다. 우리 대한민국의 저 많은 시스템들을 새로 재편해 하나의 큰 덩어리 즉, 현재의 디지털플랫폼정부로 만든다면 또, 그걸 세계의 기관과 정부들이 쉽게 셋팅하고 시스템에 업무를 맞춘다면, 이건 우리에게 좋은 시장이 될 것이고,
또 참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이러한 생각과 소망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현재 내가 가진 '참담' '당연' '걱정'을 이기고 우린 '해결'할 것이고 또 대한민국의 SW생태계는 밝은 '미래'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믿는다. 대한민국 SW 화이팅!!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