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자신이 속한 친족 집단을 넘어 다른 집단과도 서로 자원을 공유하고 협력한다. 이는 다른 동물과 구분되는 인간만의 특징으로 간주된다.
인간의 가장 가까운 친척인 침팬지는 다른 집단과는 적대적 관계를 보이며, 죽음에 이르는 치열한 싸움도 불사한다.
하지만 침팬지와 함께 사람에 가장 가까운 동물인 보노보는 이와 다르게 행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사람처럼 자기 집단을 넘어 다른 집단과 협력하는 고도의 사회성을 보이는 모습이 관찰됐다.
미국 하버드대학교와 독일 영장류센터 연구진의 이 연구는 학술지 '사이언스'에 16일(현지시간) 실렸다.
침팬지와 보노보에 대한 연구는 초기 인류가 어떻게 서로 협력하거나 갈등을 벌였는지 보여주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두 동물은 모두 수컷과 암컷 성체 여러 마리가 무리를 이뤄 산다. 침팬지는 다른 집단과는 대립하고 싸우며, 이 때문에 인간도 진화 과정에서 이같은 본성을 내재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반면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오지에 주로 서식하는 보노보 집단 간 사회적 관계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 미국과 독일 연구자들은 콩고민주공화국 내 코콜로포리 지역에 보노보 보존구역을 구축해 보노보 무리를 추적 관찰하며 연구했다.
침팬지와 달리 보노보들은 다른 보노보 집단과 마추쳤을 때 함께 여행하거나 쉬고, 먹이를 나누는 등 우호적 행동을 보였다. 독일 영장류센터 리란 사무니 박사는 "코콜로폴리 보노보들은 다른 집단 구성원에 대해 놀랄만한 수준의 관용을 보였다"라며 "이는 다른 집단과 동맹을 맺고 먹이를 나누는 등 사회적 협력으로 이어졌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보노보들이 다른 집단과 무조건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은 아니었다. 이들은 다른 집단 구성원 중 호의를 받은만큼 되돌려주는 몇몇 개체와 주로 교류했다. 각 집단에서 사회성이 좋은 소수 구성원을 중심으로 집단 간 우호적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는 사람 사회의 협력 관계에서도 볼 수 있는 특징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같은 보노보의 행태는 외부 집단 구성원과 사회적 협력을 하고 집단 간 평화를 유지하는 능력이 인간 고유의 특성은 아닐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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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문화와 전통, 사회적 규범을 통해 다른 사회와 협력한다고 여겨진다. 이같은 사회적 협력은 사람이 생각을 교환하고 혁신을 전파하며 지식을 축적할 수 있게 한 주요한 요인이다. 사람들 사이의 네트워크는 자원 교환을 촉진한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문화적 영향 없이도 보노보가 높은 집단 간 사회성을 가짐을 보여준다.
또 이웃 집단과의 갈등이나 전쟁이 진화 과정에서 인간에게 새겨진 불가피한 특성은 아닐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