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서 고지를 차지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높은 곳에서 상대의 움직임을 보며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침팬지들도 높은 곳에 올라 경쟁 집단의 침입 가능성을 살펴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 외의 동물에서 이같은 전술적 행동이 관찰된 것은 처음이다.
이 연구는 학술지 'PLOS 바이올로지'에 3일(현지시간) 실렸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연구진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서부 타이국립공원의 침팬지 58마리의 2만 1천 시간 분량 행동 기록을 추적해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
이 지역엔 영역 경계가 서로 겹치는 침팬지 집단이 서식한다. 침팬지들은 영역의 경계 방향으로 이동할 때엔 자기 영역 방향으로 이동할 때보다 인근 높은 언덕으로 오르는 경우가 2배 이상 많았다.
언덕 위에선 먹이를 따거나 먹을 때 소리를 덜 내고, 조용히 휴식하는 경향이 컸다. 이는 경쟁 집단이 멀리서 다가오는 소리를 더 잘 듣기 위한 것으로 연구진은 해석했다.
또 경쟁 집단과의 거리가 멀수록 침팬지들은 언덕을 내려와 상대 서식지에 가까운 위험한 영역에 더 깊숙히 들어가는 경향이 컸다. 언덕에서 봤을 때 경쟁 집단이 400m 밖에 있을 경우 상대 영역 안으로 들어가는 거리가 40% 늘었고, 3000m 밖에 있을 경우엔 이 거리가 60% 늘었다.
침팬지가 불필요한 싸움을 피하기 위해 높은 곳에서 경쟁 집단 침팬지들의 거리를 가늠하고 이에 따라 행동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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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들은 영역을 지키기 위해 정기적으로 작은 무리를 지어 소리를 억제하며 영역 변방 일대를 돌아다니기도 했다. 일종의 경계선 순찰을 하는 셈이다. 미어캣 같은 동물이 높은 곳에 올라 포식자가 다가오는지 경계하지만, 이처럼 집단 간 충돌 위험을 파악하기 위해 지형지물을 사용하는 행동이 사람 외 동물에서 관찰된 것은 처음이다.
캠브리지대학 인류학과 실베인 르모인 박사는 "전술적 전쟁 행위는 인간 진화의 원동력으로 꼽힌다"라며 "사람이 전쟁을 하듯 침팬지가 지형지물을 활용하는 것에서 선사 시대 수렵채집인들의 초기 소규모 전쟁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