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가치 '뚝', 엔화예금 '껑충'

시중은행 두 곳 예금 월평균 64.25% 증가…전문가 "엔화 지속 우세 가능성 높아"

금융입력 :2023/11/15 11:27

일본 엔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엔테크족과 엔화를 비축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15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시중은행 두 곳의 엔화예금이 지난해 보다 큰 폭 늘었다. 

A은행의 2022년 1년 간 월평균 엔화예금 금액이 1천185억8천만엔이었지만 올들어 지난 14일까지 월평균 엔화예금이 2천349억200만엔으로 98.1% 가량 증가했다. 올해가 아직 한 달 여 남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 배 가량 엔화예금이 늘 것으로 보인다.

(사진=픽사베이)

B은행의 경우에도 양상은 비슷하다. 2022년 1년 동안 835억2천600만엔이던 월평균 엔화예금은 올해는 지난 13일 기준 1천88억8천500만엔으로 30.4% 늘었다.

엔화예금이 늘어난 것은 엔화 가치 하락과 관련이 있다. 실제 미국 달러화 대비 일본 엔화 환율은 일본은행의 통화 완화정책 지속 기대 등으로 지난 7월말 기준 8.5% 하락하면서, 주요국 통화 중 가장 큰 폭의 약세로 집계됐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엔화의 실질실효환율은 2022년 12월 77.7에서 올해 6월 74.2로 하락하면서 올해 들어 4.5% 떨어졌다. 실질실효환율이 100이하면 기준 시점 대비 주요 상대국에 비해 통화가 저평가됐음을 의미한다.

엔화가 달러화 대비 큰 약세를 띄다보니 원·엔 환율도 큰 폭 떨어진 상태다. 하나은행의 매매기준율 기준으로 11월 6일 100엔당 867.59원까지 떨어진 원·엔 환율은 이날 오전 10시 기준 866.16원까지 하락했다. 원·엔 환율이 870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08년 이후 15년 만이다.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것이란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만큼 일본 엔화 수입 및 엔화예금은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 문정희 자본시장영업부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엔화가 과도하게 저평가되어있다는 점에서 엔화 반등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나, 장기적으로 일본 경제 펀더멘털이 강하지 않다는 점에서 기대 수익률을 높게 예측하지 않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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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엔화가 쌀 때 사두려는 기업들의 실수요와 엔화 차익을 노리는 투자가 맞물려 엔화예금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B은행 관계자는 "일본 수입기업의 경우 결제 자금이 엔화이니까 엔화가 쌀 때 확보하려고 하는 수요가 높아졌다"며 "당분간 엔이 저렴하다고 봐 헷지 차원서 엔화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관광을 가는 개인의 엔화 수요도 더해져 엔화 수입은 증가할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