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빌딩 옥상에 스마트 온실···작물 키우며 건물 에너지 아껴

기계연, 건물일체형 스마트팜 온실 '성수동 루프탑 그린하우스' 개장

과학입력 :2023/11/15 12:00

요즘 서울 시내 최고 '핫플' 중 하나인 성수. 지하철 2호선 성수역에 내려 채 3분도 안 걸리는 거리에 있는 공유오피스 빌딩 옥상에 새 명소가 생겼다.

밤에는 영롱한 보라색 빛을 내는 건물일체형 스마트팜 온실 '성수동 루프탑 그린하우스'다. 건물에 분산 발전 시설을 설치해 전기를 공급하고, 이 과정에서 나온 열과 이산화탄소(CO₂)로 옥상에 설치한 온실에서 작물을 키운다. 성수동 오랜 공장 지대에 스타트업 공유오피스와 농업 시설인 온실이 한데 모였다.

성수동 평화빌딩 옥상 온실 야경 전경 (사진=기계연)

한국기계연구원이 건물 에너지 사용량 절감과 도시 농업 구현 기술을 검증하기 위해 빌딩 옥상에 설치한 200제곱미터 규모의 시설이다.

14일 개장한 이 옥상 온실은 건물 에너지와 온실 에너지를 통합 제어하며 열과 이산화탄소를 교환해 건물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액티브 에너지 교환기술을 적용했다. 국내 연구진이 상용 건물에 온실을 구축한 첫 사례다.

도시 유휴 공간인 옥상에서 작물을 재배, 건물에서 버려지는 열과 이산화탄소를 온실에 활용하고 온실 환경을 최적 제어한다. 냉난방 에너지 20% 절감, 온실가스 30% 감축 효과가 기대된다고 기계연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옥상 온실을 활용해 건물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외부 기상 조건에 따라 냉난방, LED 조명, 양액 공급 등 모든 시스템을 통합 제어하는 맞춤형 스마트팜 솔루션을 개발했다. 구축된 온실은 성능 검증용 테스트베드로 활용된다.

이상민 기계연 무탄소연료발전연구실 책임연구원은 "옥상 온실이 설치된 평화빌딩은 같은 구조의 건물 2개가 나란히 선 합벽 구조라 한쪽에 온실을 설치한 후 효과를 비교 연구할 수 있는 최적 조건을 가졌다"라고 말했다.

이상민 기계연 책임연구원이 14일 서울 성수동 평화빌딩 옥상 온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기계연)

옥상 위 온실엔 두꺼운 파이프 모양의 재배 시설이 줄지어 서 있었다. 파이프 위에는 영약액을 공급하는 관이 연결된 작물이 나란히 자라고 있다. 센서로 온도와 습도, 이산화탄소 농도, 광량 등의 데이터를 측정, 양액과 LED 조명, 외부에서 들어오는 빛의 양 등을 최적 조건으로 조정한다. 이같은 스마트팜 기술로 작물 생산성을 20% 높일 수 있으리란 기대다.

현재 성수동 옥상 온실엔 오크라와 서양 가지, 파프리카 등 3가지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재배 규모가 작은만큼 부가가치가 높은 작물 위주로 선정했다는 설명이다.

도시 온실은 건물 시스템과 연계해 에너지 사용을 효율화할 수 있고, 산지와 소비처가 가까와 수송과 저장 비용이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 또 도시 커뮤니티를 위한 새로운 녹지 공간을 제공할 수도 있다. 북미와 유럽 등에서도 유통점과 식당 등에 작물을 공급하거나 도시 거주민의 커뮤니티 구심점 역할을 하는 옥상 온실이 인기를 얻고 있다.

기계연 옥상 온실 역시 공유오피스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와 문화 공간으로 활용할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상민 책임연구원은 "도시 농업은 그린빌딩이나 스마트팜 같은 기술적·산업적 가치뿐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고 도시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등 사회적·환경적 가치도 크다"라고 말했다. 성수동 온실 옥상 역시 주민들을 위한 리빙랩으로도 운영되며, 체험과 교육, 치유 등 다목적 복지 공간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스마트그린빌딩 개념도 (자료=기계연)

기계연은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 2차 실증 시설을 짓고 보다 규모를 키운 연구를 실시할 계획이다. 자체 식자재 공급이나 투숙객을 위한 체험 공간 등의 활용이 가능하다.

다만, 엄격한 건축 관련 규제가 옥상 온실 확대를 가로막을 가능성은 있다. 기계연은 건물일체형 옥상 온실 활용 및 보급·확산을 위해 건축공간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과 협력해 신축 및 기축건물에 대한 옥상 온실 표준 설계와 건축 기술 개발을 진행한다. 관련 인증과 규정도 마련할 계획이다. 기계연은 옥상온실 건축과 건물 실증을 위해 성동구청과도 MOU를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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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책임연구원은 "기계, 에너지, 건축, 농업 기술이 접목된 건물통합형 옥상온실 기술은 도시농업을 확산시킬 뿐만 아니라 건물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진정한 미래 융합기술"이라며 "국내 최초 모델을 서울 도심 건물에 성공적으로 실증해 옥상온실 확산에 기여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수요관리 핵심기술개발사업인 '다중 분산발전 기반의 옥상온실형 스마트 그린빌딩 융복합 시스템 개발 및 실증'의 일환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