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김재성기자] 현대자동차가 시장 수요가 둔화하는 최근 글로벌 전기차 시장 상황과 반대로 오히려 신공장을 건설하는 등 고삐를 죄고 있다. 정의선 회장 등 주요 경영진들이 전기차가 성장통을 겪고 있지만 결국 완성차가 가야할 방향이며 대체할 수 없는 미래라는 장기적인 비전에 방점을 뒀기 때문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울산공장 내 전기차(EV) 신공장 부지에서 개최한 울산 EV 전용공장 기공식 자리에서 전기차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 투자를 늘린 이유에 대한 질문에 “큰 틀에서는 어차피 전기차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운용의 묘를 살려서 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 EV 전용공장은 54만 8천㎡(약 16.6만 평) 부지에 연간 20만대의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는 규모로 지어진다. 약 2조원이 신규 투자되며 올해 4분기부터 본격적인 건설에 착수해 2025년 완공, 2026년 1분기부터 양산에 들어간다.
제네시스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이 공장에서 처음 생산될 예정이다. 특히 최근 완성차업계가 테슬라의 기가캐스팅에 대항하는 공법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가 이번 EV 전용공장에 하이퍼캐스팅을 도입할지 주목된다.
테슬라의 기가캐스트가 기존 완성차 업계 생산 표준이었던 토요타 제조법을 대체하면서 완성차 업계에서는 경각심이 일었다. 이에 토요타는 기가캐스트 공법류인 다이캐스트를 토요타만의 방식으로 제작할 전망이다. 다시 한번 자동차 제조업의 혁신 역사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는 올해 임금·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을 가결하면서 하이퍼캐스팅을 2026년부터 도입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울산 EV 전용공장은 2026년부터 양산을 시작하기 때문에 시기상으로 하이퍼캐스팅 도입이 가장 유력하다.
하이퍼캐스팅은 테슬라의 기가캐스트와 비슷하게 다이캐스팅 공법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테슬라와 같은 이드라(IDRA)의 9천톤(t)급 기가프레스 도입을 앞두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이날 “작업자를 위한 공장 환경을 구현할 것”이라며 “EV 전용공장의 로보틱스, 스마트 물류시스템, AI 등 혁신 기술로 작업자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데 활용될 것”이라고 미래 공장에 관해 설명하기도 했다.
한편 최근 전기차 전환에 박차를 가했던 완성차 기업들이 잇따라 투자 연기를 선언하고 있다. 목표했던 시기만큼 전동화 전환을 달성할 수 없는 것을 시인한 것이다. 제너럴모터스(GM)는 2024년 중반까지 40만대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포기하고, 포드도 연간 60만대 전기차 비전을 뒤로 미뤘다.
반면 전세계 1위 자동차 업체인 토요타는 최근 전기차 시장의 상황과 반대로 2030년까지 약 139억 달러(19조원)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배터리 공장에 투자한다.
토요타가 2025년까지 전 차종에서 전동화 모델 출시하고 2030년 연간 전기차 350만대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본격화하기 위해 올해 역대 최대 호실적을 바탕으로 전동화 전환에 힘을 더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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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행보는 정의선 회장과 현대차의 뜻과도 귀결된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전기차 자체는 특히 인프라 부분 충전 불편함 이런 부분이지만 크게 봤을 때 대세는 대세”라며 “수요는 지속해서 창출돼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