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전기차 수요둔화 여파에 따라 완성차와 배터리 업계가 본격적인 대책 강구에 들어간 양상이다. 배터리 업계는 그간 공격적인 증설에 주력했지만 기술력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완성차 업계 역시 전동화 전략에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13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 9월 누적 기준 국내 전기차 신규 등록 현황은 7만9313대로 전년 동월보다 9.4% 급감했다. 지난해 총 12만3천772대의 전기차가 팔리면서 전년(7만1482대)보다 73.2% 급증했던 것을 감안하면 증가세가 크게 꺽인 것이다.
시야를 국외로 확대해도 전기차 수요 둔화 현상은 뚜렷하다.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기차 판매량은 434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41% 성장했지만 지난 2021년 115%의 성장률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둔화세는 심화하는 양상이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과 포드의 튀르키예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JV) 설립 철회도 이와 무관치 않다. 양사는 올 초부터 JV 설립을 위한 논의를 지속해왔지만 최근 유럽향 전기차 수요 감소에 따라 합작 형태가 아닌 상용차에 배터리 셀 직접 공급 형태로 선회했다.
과거 공격적으로 합작공장이나 증설을 진행해왔던 국내 업계도 기술력 점검을 비롯해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치중한다는 전략이다. 삼성SDI는 프리미엄 배터리 판매와 더불어 저가형 배터리인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양산을 공식화했다. 삼성SDI는 3분기 실적발표에서 오는 2026년 양산을 목표로 LFP소재를 개발 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연내 오창 공장에 4680배터리 생산 설비 구축을 완료하고 미드니켈(Mid-Ni)과 LFP(리튬·인산·철) 등 보급형 배터리 양산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지난 1일 배터리 산업의 날에서 "(전기차용 LFP는) 가능한 빨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2026년보다) 당겨야 한다"고 말해 사실상 저가형 시장을 정조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포드와 켄터키 2공장 증설 계획을 연기한 SK온 역시 LFP와 미드니켈 배터리 개발에 나선 상황이다.
완성차 업계도 수요 불황에 전기차 생산 계획을 폐기하거나 연기하는 상황이다. 2024년 중반까지 전기차 40만대를 생산할 예정이었던 제너럴모터스(GM)는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포드도 연간 60만대 전기차 비전을 뒤로 미뤘으며 폭스바겐은 동유럽에 건설하려 했던 배터리 공장 계획을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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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수요 둔화 상황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얼마만큼 갖추느냐가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배터리와 완성차 업계 모두 가격 경쟁력 제고에 방점을 찍고 향후 사업 전략을 풀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업황이 확실히 수요둔화에 들어간 상황에서 본격적인 내실 다지기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그간 공격적인 증설전략을 구사해온 국내 업계도 저가형을 비롯한 기술개발을 통해 안정적인 사업 도약이 필요한 시기"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