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체 배터리는 화재 위험이 낮고 에너지 밀도가 높아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안정적으로 구동하려면 높은 압력을 유지해야 하고, 이를 위한 설치하는 외부 장치 때문에 배터리 팩 단위에선 에너지 밀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생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윤석진)는 일반 리튬 배터리와 비슷한 저압 환경에서 성능을 평가, 양극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도 성능을 떨어뜨리는 열화가 발생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10일 밝혔다.
저압 구동 상황에서 전고체 배터리 용량이나 수명이 급격히 줄어드는 요인을 규명, 관련 문제를 해결하고 상용화를 앞당길 기반이 되리라는 기대다.
전고체 전지는 충방전을 반복하는 동안 양극과 음극의 부피가 변화하면서 두 물질이 고체 전해질과 만나는 지점인 계면이 탈착되는 계면 열화가 발생한다. 이는 계면 저항을 높이고 배터리 수명을 줄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외부 장치를 이용해 높은 압력을 유지하고 있으나, 이 때문에 배터리의 무게와 부피가 늘어나고 배터리 팩 단위에서 에너지 밀도를 낮아지는 한계가 있다.
KIST 에너지저장연구센터 정훈기 박사 연구팀은 동전형 리튬이온전지와 비슷한 0.3메가파스칼(MPa) 수준의 저압 환경에서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을 적용한 동전형 전고체 전지를 반복 구동, 성능 저하의 원인을 분석했다. 50회 충방전을 시행한 결과, 니켈-코발트-망간(NCM) 양극층은 부피가 약 2배 늘어났다. 단면 이미지 분석을 통해 양극 소재와 고체 전해질 사이에 심한 균열이 발생했음도 확인했다.
이를 통해 저압 구동 환경에서 계면 접촉 외에도 양극 소재의 균열과 비가역적인 양극 상변화 역시 열화의 원인이라는 점을 새롭게 밝혔다.
또 고체 전해질에 존재하는 리튬과 구분하기 위해 양극의 리튬을 동위원소(6Li)로 대체한 후 시간비행형 이차이온 질량분석법(TOF-SIMS)을 활용해 양극 내 리튬 소모가 셀 전체 용량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최초로 확인했다. 충방전을 반복하면서 고체 전해질의 분해 산물인 황이 양극 소재 내부의 균열 부분에 침투해 부도체 성질의 부산물인 황화리튬을 형성했다. 이는 활성 리튬이온을 고갈시키고 양극 상변화를 촉진해 전고체 전지의 용량을 감소시켰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저압 구동 환경에서 전고체 전지 성능 저하의 원인을 명확히 규명, 일반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수명 특성이 저하되는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았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면 전고체 배터리 생산비용 상승의 주요 원인이었던 외부 보조장치를 제거해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으리란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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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기 박사는 "전고체 전지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현재의 가압 환경이 아닌 무가압 또는 저압 환경에서 구동할 수 있는 새로운 양극 및 음극 소재 개발이 필수적"이라며 "저압 구동형 전고체 전지를 전기자동차와 같은 중대형 응용 분야에 적용하면 기존의 리튬이온전지 제조시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으로 KIST 주요사업과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혁신사업, 한국연구재단 기후변화대응기술개발사업으로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스(Advanced Energy Materials) 최신호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New Consideration of Degradation Accelerating of All-Solid-State Batteries under a Low-Presser Condition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