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주가 부양을 위해 안간힘을 쏟는 가운데 일부 오너일가가 주식을 연이어 매수한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3일 업계에 따르면 SK는 최근 시가총액 1% 규모(1천200억원)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자기주식 매입은 주주환원 정책 실천의 일환이다. SK는 지난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2025년까지 기본배당 외 매년 시가총액의 1% 이상 자기주식을 매입하겠다고 주주들에게 약속했기 때문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주가 부양이라는 특명을 내린 뒤에 나온 방책이었다.
하지만 SK 주가는 그때보다 오히려 내려 앉았다. 2022년 1월 21만~25만원대을 오가던 주가는 1년 뒤인 2023년 1월 18만~20만원대로 떨어졌으며 최근 주주환원정책 발표 이후에 이틀 연속 상승세긴 하나 14만원대에 머물러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태원 회장 동생인 최재원 SK수석부회장과 조카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장은 올들어 여러 차례 보유하던 SK 지분을 팔았다. 지난해 초 주요 임원들이 줄줄이 자사주를 매입할 때도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지난 3월 15만주를 장내매도했다. 그리고 지난 9월에도 2만8천872주를 매도했다.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장 역시 올해 꾸준히 SK 주식을 매도 중이다. 1월 초 22만8천971주(0.31%)였던 최 사장 지분은 12만7천984주(0.17%)로 44% 감소했다.
이와 반대로 SK 최태원 회장과 이혼 소송 중인 노소영 아트나비센터 관장은 지난 8월 말 소량의 주식을 매입했다. 비슷한 시기 오너일가가 각기 다른 주식 거래 추이를 보인 것이다.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경우 독립경영을 위한 자금 마련이라는 해석도 있다. 증여세를 납부하고도 남을 만큼 수백억원 어치 지분을 팔았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오너일가 주식거래와 관련해 "개인적인 거래기 때문에 답변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 SK 지분팔아 SK네트웍스에 올인하는 최성환
통상적으로 오너일가와 경영진은 책임경영 차원에서 자신이 경영하는 회사의 지분을 매입하는 경우가 많다.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장도 비슷한 이유에서 SK 지주사 지분을 파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 사장이 보유한 SK 지주사 지분은 지난 2018년 최태원 회장이 증여해 준 것이기에 이를 팔고 자신이 직접 경영하는 SK네트웍스 지분을 늘려나가고 있다.
최 사장의 이같은 행보를 경영권 방어를 위한 지분 매입으로 보는 시각은 적다. SK네트웍스는 SK가 이미 막대한(41.18%)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 사장이 최대주주 SK를 넘어서는 지분을 확보해 지배구조를 바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럼에도 최 사장은 아버지인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후 2021년부터 꾸준히 SK네트웍스 지분을 사들였다. 그 결과 지난 2021년 3월 1.5% 지분율에서 최근 3.15%까지 두 배 이상 끌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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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오너일가의 주식 거래는 최근 지주사가 '기업가치 제고'라는 대의를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과 상관없이 자칫 개인이익만 추구하는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 사장의 지분 판매량은 적기 때문에 (SK)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닐 것"이라며 "SK 지주사 지분을 판 자금으로 SK네트웍스 주식을 사는지는 개인 거래이기 때문에 알 수 없지만 대부분 그렇게 해석하고 있으며, 독립경영을 염두에 둔 것이라기보다는 책임경영 차원으로 보는 시각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