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의 내년 물량이 모두 주문완료(솔드아웃, sould out) 됐다"고 나란히 밝히면서 차세대 고부가 메모리 시장을 놓고 진검승부에 나섰다.
HBM은 여러 개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대폭 끌어올린 고성능 제품이다. 최근 생성형 AI, 빅데이터 산업의 발전에 따라 HBM은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은 일반 D램 보다 가격이 2~3배 비싸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 기술 개발과 동시에 생산능력(CAPA) 확대에 힘을 쏟는 이유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0%로 1위를, 2위는 삼성전자(40%), 3위는 마이크론(10%)이 차지했다. 내년에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47~49%로 엇비슷해지고 마이크론이 3~5%를 기록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 "내년 HBM3, HBM3E 모두 주문 완료…내후년 물량 논의 중"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선도적으로 뛰어들면서 엔비디아, AMD 등 고객사로부터 높은 신뢰를 쌓아오고 있다. 이에 힘입어 SK하이닉스는 내년에도 경쟁사보다 더 다양한 고객사를 확보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6일 컨콜에서 "내년도 HBM3와 HBM3E 생산량(CAPA)이 모두 솔드아웃(완판)됐고 추가 고객 추가 문의도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내년을 포함해 중기적으로도 다양한 AI 플레이어들, 잠재고객, 프라이머 벤더(핵심 공급사) 등과 비즈니스 영역 확대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다수 고객사와 2024년뿐 아니라 2025년도 기술 협업 및 캐파 논의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1세대 HBM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데 이어 2021년 4세대 HBM 제품인 HBM3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지난 4월에는 세계 최초로 D램 단품 칩 12개를 수직으로 적층한 24기가바이트(GB) HBM3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올해 8월부터 고객사에 5세대 제품인 HBM3E 샘플을 공급하고 있으며, 내년에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2026년에는 6세대 제품인 HBM4를 내놓을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AI 서버 시장이 향후 5년간 40% 이상 꾸준히 증가하고, 이에 따라 HBM 시장은 5년간 60~8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SK하이닉스는 "내년 글로벌 D램 매출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소 10% 중후반이 예상되며, 당사 비중은 그것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7월 SK하이닉스는 2분기 실적발표에서 "전체 D램 매출에서 HBM 비중이 20% 수준으로 높아진 상황이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삼성전자 "내년 HBM 공급 2.5배 늘린다"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보다 제품 출시는 조금 늦었지만, 기술력과 생산량 확대를 통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점유율을 늘리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김재준 삼성전자 부사장은 지난달 31일 3분기 컨콜에서 "내년 HBM 공급을 올해 대비 2.5배 이상 확보할 계획이고, 이미 해당 물량에 대해 주요 고객사들과 내년 공급 협의를 완료한 상태"라며 "HBM3는 내년 상반기 회사 전체 HBM 판매 물량의 과반 이상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난 8월 2분기 컨콜 당시 삼성전자는 내년 HBM 공급 물량을 올해보다 2배 이상 늘리겠다고 밝혔는데, 수요 강세에 따라 2.5배 확대하기로 전략을 수정했다. 삼성전자는 충남 천안사업장의 HBM 생산 능력을 내년 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2016년 고성능 컴퓨팅(HPC)용 HBM2 상용화를 시작으로 HBM2E, HBM3를 양산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업계 최고 수준 성능인 9.8Gbps로 HBM3E(샤인볼트)를 개발해 24GB(기가바이트) 샘플을 공급하고 있다. HBM3E 36GB 초고용량 제품은 내년 1분기에 샘플을 고객사에 공급하고, 내년 하반기에 대량 양산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또 2025년 6세대 HBM4 샘플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은 메모리와 파운드리, 패키지 기술을 모두 보유한 강점을 살려 HBM4에 고온 열특성에 최적화된 NCF(비전도성접착필름) 조립 기술과 HCB(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적용해 경쟁사와 차별화를 둔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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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후발주자인 미국 마이크론도 HBM 시장에서 도전장을 내밀었다. 마이크론은 HBM3를 건너뛰고, 내년에 SK하이닉스, 삼성전자와 비슷한 일정으로 HBM3E를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지난달 4일 3분기 컨콜에서 "내년 실적에서 HBM은 7억 달러(9천509억 원)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HBM 시장에서 점차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