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대규모 공공SW 사업으로 인한 피해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수천억 원의 세금이 투자되는 공공사업인 만큼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기업 참여제한 완화 외에 추가적인 대안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관련업계에서는 공공SW 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없이 대기업들에게 사업 실패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대기업 참여제한 완화를 검토 중이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지난 11일 진행한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대기업 참여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기업의 참여만으로 현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관련 업계에서는 끊임없이 발생하는 대규모 공공SW 사업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IT서비스기업 임원은 “일반적으로 공공SW 사업은 수익성보다는 기업의 역량을 알리고, 차기 사업을 위한 준비 과정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참여한다”며 “하지만 지금은 기업이 사업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조건이 과도해지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IT서비스산업협회 채효근 부회장은 “현재 공공SW 사업의 핵심적인 문제는 규모에 비해 수익률이 낮고 양질의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대기업 참여제한을 푼다고 해서 실질적인 변화를 예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근본적인 문제인 사업 비용을 현실화하고, 정확하게 사업을 평가하기 위해 전문가로 구성된 조직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LG CNS가 참여한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이나 2011년 삼성SDS가 구축한 3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역시 대규모 오류가 발생했다. 특히 대기업인 LG CNS도 수익성 악화와 개발 어려움 등으로 인해 사업철수를 밝힐 정도로 사업 구조가 가혹한 상황이다.
그런 만큼 공공 SW 사업이 내실을 갖기 위해선 가혹한 사업 구조부터 먼저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정부 부처들이 대기업을 선호하는 것은 대규모 SW 사업으로 인한 오류나 문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주장했다.
대기업 IT서비스 기업은 주요 매출원이 그룹사인 경우가 다수를 차지할 뿐 아니라, 많은 자본과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규모 공공SW 사업의 수익성이 좋지 않거나 적자가 발생하더라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구축 사업 종료 후 서비스 중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기업 인력을 투입해 서비스를 안정화시킬 수 있다.
만약 해당 사업을 중소, 중견기업이 담당했다면 수익성을 유지하지 못해 사업을 포기하거나 최악의 경우 기업이 도산하는 상황까지 발생할 것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책임은 고스란히 발주사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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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대기업의 경우 직접 사업을 수주하지 않았더라도 문제해결을 위해 개발인력을 투입하는 등 대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LG CNS는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백신 사전예약 시스템 먹통 현상과 원격수업 끊김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무상으로 전문팀을 파견하는 등 상황해결에 나선 바 있다. 당시 LG CNS는 두 사업 모두 참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