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문제 해결사···'뉴로매치' 한-미서 연내 세계 첫 론칭"

[이진형 스탠퍼드 종신교수 겸 엘비스 창업자] "어릴적 별명 오뚝이...결코 절망 안해"

인터뷰입력 :2023/10/30 11:21

"스타트업 창업가와 스탠퍼드대 교수보다 문제 해결사(Problem Solver)로 불리고 싶습니다. 내가 어떤 문제를 풀었는 지로 평가받고 싶습니다. 올해안으로 두뇌 회로를 분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플랫폼 '뉴로매치(NeuroMatch)'의 상용 버전을 세계 처음으로 한국과 미국에서 론칭합니다. 우선은 간질 환자를 대상으로 하고 이어 치매 환자를 위한 서비스도 내놓을 예정입니다."

미국 스탠퍼드대 종신교수로 뇌 질환 치료 플랫폼 기업 엘비스(LVIS)를 2013년 설립한 이진형 창업자는 최근 서울 사무소에서 이뤄진 지디넷코리아와 인터뷰에서 "치매를 해결하는 약도 10년안에 나올 것"이라면서 이 같이 밝혔다.

뇌질환을 치료하는 스타트업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는 엘비스는 미국 실리콘밸리(팔로알토)에 본사가 있다. 한국와 유럽에 사무실이 있고 한국 지사격인 엘비스코리아는 2015년 설립했다. 서울외에 대구에도 사무실이 있다. '엘비스(LVIS)'라는 회사 이름은 '뇌 회로를 생생하게 시각화(Live visualization)한다'는 뜻이다. 사람의 두뇌 회로를 분석해 간질과 치매 같은 뇌질환을 치료하게 해주는 AI기반 플랫폼 '뉴로매치' 론칭을 앞두고 있다. 이 창업자가 지난 10년간 대학에서 연구해온 성과물이 시장에 나오는 것이다.

이진형 엘비스 창업자는 원래 전자공학도다. 서울과학고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에서 전자공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문 업적을 인정받아 2017년 스탠퍼드대 종신교수가 됐다. 간질과 같은 뇌질환은 우리 두뇌 회로가 잘못 작동한 결과로, 이를 파악하면 치료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 만든게 '뉴로매치'다. 특히 '뉴로매치'는 환자의 뇌를 '디지털 트윈'으로 제작해 뇌의 어느 부분이 문제인지 파악해 치료법까지 제시한다. 이 부분이 다른 AI솔루션과 다르다.

이진형 엘비스 창업자 겸 스탠퍼드대 종신교수가 지디넷코리아와 인터뷰하며 연내 나올 '뉴로매치'를 설명하고 있다.

 '뉴로매치'에 대해 이 창업자는 "체중 관리에 체중계 필요하듯 뇌 관리에도 측정기기가 필요하다. 뉴로매치는 뇌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생성해 뇌의 작동과 치료 시 반응을 파악해 치료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한다. 전자공학도인 그가 뇌질환에 관심을 가진 건 외할머니 때문이다. 스탠퍼드 유학 중 외할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는데 오랜 투병 생활을 지켜보며 '뇌 질환 해결'에 관심을 가졌고 그래서 만든 게 '뉴로매치'다. 엘비스는 연내 세계처음으로 한국과 미국에서 먼저 '뉴로매치'를 론칭한다. 유럽 등 다른 나라에도 차례로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초중고대학을 한국에서 마친 그는 20년 넘게 미국 생활을 하고 있는데 이번 인터뷰에서 "(그동안) 정말 어려운 일이 많았다"면서 "(하지만)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다. 어릴적 부모님이 나에게 부쳐준 별명이 오뚝이였다"고 들려줬다. 이 창업자가 똑똑하고 완벽해서 한번도 실패한 게 아니다.  그는 "실패란 포기하는 거다. 실패와 넘어지는 거랑은 다르다. 나도 많이 넘어졌다. 무릎팍이 깨질정도로. 하지만 포기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20여년간 미국에서 살면서 여러 어려움을 겪은 그는 실리콘밸리내 한인 문화를 바꿔보고 싶다며 '리더스 포럼'을 결성, 운영하고 있다. 

스탠퍼드대 종신교수이자 유망 스타트업 창업자인 그는 교수로 불리고 싶냐? 창업가로 불리고 싶냐?는 질문에 "문제 해결사(Problem Slover)로 불리고 싶다"며 "아직 풀어야 할 문제가 엄청 많다"고 했다. 40대 후반의 앳된 얼굴인 그는 10년후가 궁금하다는 질문에 "AI컴퓨팅으로 무언가를 풀고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래는 이진형 '문제 해결사'와의 일문일답. 조만간 '뉴로매치'를 론칭하는 그는 "15년 여정을 왔지만 이제 시작"이라고 했다.

-'뉴로 매치'를 소개해달라

"AI기반 의료 플랫폼이자 서비스다. 뇌에 관한 각 질환별로 필요한 부분을 알아내 이것들을 디지털트윈으로 만든 거다. 지난 10년간 공을 들여 개발해왔다. B2B 제품으로 한국과 미국에서 먼저 론칭한다.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동시에 론칭할 수 없다."

-정확히 언제 론칭하나

"아직 말하기 어렵다.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승인이 나도 여러 준비가 필요하다. 연내에는 론칭한다. 한국에 있는 선생님들에게 먼저 제공, 테스트할 계획이다. 론칭을 하지만 아직 돈을 받는 건 아니다."


-뇌 관련 질환이 많다. 뉴로매치는 어떤 뇌 질환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되나

"우선은 간질이다. 넥스트(다음)은 치매다. 파키슨 병과 자폐도 준비하고 있다."

-치매를 진단 및 예측하는 AI 솔루션이 이미 나와 있다. 이들 AI솔루션하고는 무엇이 다른가?

"우리는 뇌의 디지털 트윈을 만들어 뇌질환을 해결한다. 디지털 트윈에 기반하기 때문에 뇌질환을 진단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진단과 더불어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아내 치료하는 방법을 가이드 하는 게 목적이다. 치매냐 아니냐만 보는 게 아니라 어디가 잘못됐는 지를 보여주는게 우리가 연구하는 핵심 주제다."

-많은 사람이 치매로 고생하고 걱정한다. 치매를 해결할 수 있는 약은 언제쯤 나올까

"멀지 않을 것 같다. 10년안에는 확실히 나올 것 같다."

-스탠퍼드대 종신 교수는 언제 됐나? 강의도 하나?

"2017년이다. 강의도 하고 연구실도 운영하고 있다. 우리 연구실에 10여 명 정도 있다. 내 전공이 전자공학이다. 전자공학에서 쓰는 방법을 사용해 뇌 회로를 분석하고 그렇게 해 디지털 트윈을 만드는 게 우리 연구실에서 하는 일이다."

-종신교수이자 창업자로 일하고 있다. 두 일을 하는게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 굉장히 힘들다.(웃음)"

-얼마전 한국을 찾은 앤드류 응 교수도 스탠퍼드대 교수이자 VC로 투 잡(두 일)을 하고 있는데

"교수직은 그만둔 걸로 알고 있다."

-뉴로매치는 전자회로 원리를 뇌에 적용한 건가

"그렇다. 전자회로 개념을 뇌에 적용해 뇌 디지털 트윈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고안했다. 바닥부터 시작해 전체까지 다 나와 우리 연구소가 새로 만들었다. 지난 10여년간 이 일을 해오고 있다. 학계가 굉장히 보수적이다. 원래 하던 방법을 해야 하는데, 나는 새로운 방법으로 해보고 싶었다. 처음이다 보니 나름 억압과 핍박도 받았다(웃음)."

-그럼 이 분야를 창시한 건가? 두번째(세컨드) 주자도 없나?

"그렇다. 이 분야는 내가 창시했고  아직 세컨드도 없다. 뇌 전기공학적 개념을 이용해 뇌의 디지털 트윈을 만드는 것이 핵심 기술이다. 전자공학적 어프로치로 디지털 트윈 만드는 일을 10년 넘게 연구하고 있다."

이진형 엘비스 창업자가 최근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개최한 행사에서 강연하고 있는 모습. 그는 이날 "나도 무릎팎이 깨질 정도로 넘어졌다"고 말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준다면

"신경세포 종류별로 어떻게 뇌 전체랑 통신하는지를 알려주는 모델을 만드는 거다. 이런 툴이 없어 나 혼자 툴부터 시작해 모델까지 만들었다. 나 이전에 다른 어프로치들, 예컨대 뇌에 뭔가 소자를 만들어야 한다는 어프로치들은 다 실패했다. 내가 연구를 시작할 때쯤 유럽에서 이런 어프로치로 1조짜리 프로젝트를 했는데 사실상 실패했다."

-이 창업자 어프로치도 틀릴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냥 내가 옳다고 생각한 걸 하고 있는데 다행히 잘 되고 있다. 아직 학계에 내가 정확히 어떤 일을 했는 지 다 공개하지 않았다."

-관련 논문은 몇 편이나 발표했나?

"수십편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아직 시작이다. 작은 내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어느 정도의 성과를 학문적으로 이루고, 또 이걸 가지고 환자들에게 정말 적용할 수 있을지 테스팅을 했고, 이제 적용하려고 한다. 이 여정이 15년 걸렸다. 15년 왔지만 아직 앞으로 갈 길이 멀다. 15년 했지만 이제 시작이다. 오랫동안 초석을 단단히 다졌기에 앞으로는 보다 빠른 속도로 일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

-뇌질환 해결에 디지털 트윈이라는 새로운 어프로치를 사용, 세계서 처음의 길을 가고 있는데, 한국계 여성으로서 차별은 없었나?

"(미국 사회에서) 동양인 뿐 아니라 한인 여성도 그렇게 유리한 조건은 아니다(웃음). 상당히 어려움이 많았다. 서울공대 들어갔을 때도 "여기 왜 왔냐"는 소리를 들었다. 주류가 아니면 늘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내 스타일은 어려우니 불평하기보다, 내가 왜 이런 어려움을 겪을까? 생각하며 솔루션을 찾는데 집중한다. 그러다 보면 문제가 해결된다.(웃음)"

-원래 긍정적인가?

"어려움이 올 때 낙천적이지만, 나는 늘 모든 것에 대비를 하는 편이다. 대비를 한다고 어려움이 안 오는 건 아니지만, 대비를 하면서도 챌린지(도전)를 좋아한다."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형인가?

"선적과 후천 둘 다 있는 것 같다. 도전 정신이 원래 있는데다 후천적으로 도전후 극복하면 자신감이 생기고..... 처음엔 무서워 보이지만, 아무리 힘든 일도 하다보면 극복이 되더라. 그러면 또 자신감이 생기곤 한다."

-얼마전 국내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스타트업이 실패하면 안된다고 했다

"당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실패도 습관이 된다는 거다. 그래서 나는 어떤 상황이 왔을 때 아무리 어려워도 성공은 아니더라도 실패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그 상황을 극복하는 게 중요하고, 그러다 보면 어떤 상황도 극복할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긴다."

-여태껏 몇 번이나 실패를 했나?

"실패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한번도 없다고?

"실패라는 건 포기해야 생긴다. 넘어지는 거랑 실패하는 거랑은 다르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실패한 적이 없다. 상당히 어려운 일들이 많았지만 포기한 적은 한번도 없다."

-종교가 있나? 어려울 때 위로가 된 말이나 18번 워딩은?

"카톨릭이다. 유아 세례를 받았다. 세레명은 베로니카다. 처칠이 한 말을 좋아한다. "성공은 최종적인 것이 아니며, 실패는 치명적이지 않다, 중요한 것은 계속하는 용기(Success is not final, failure is not fatal: it is the courage to continue that counts)"라는 말이다. 내 인생철학과 잘 맞는다. 10년전쯤 이 문장을 본 것 같다. 성경 속 좋아하는 말은 빛과 소금이 돼라는 거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이제 알 것 같다(웃음)"

-성공이 최종적이지 않다고?

"목표를 정해놓고 그걸 이루면 성공이라고 하는데, 나는 이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 뭔가를, 내가 사회에 기여하고 또 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다 사회의 일원이고, 그렇게 노력해 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계속해 달성해야 할 목표가 있다. 도전과 응전을 계소 하는 것이 인생의 과정이기에, 성공을, 목표에 도달했을 때도 그걸 끝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석세스는 파이널 하지 않다. 반대로, 뜻대로 뭔가 잘 안됐을 때도 이걸 가지고 끝이구나 한 적도 없다. 어려움이 오면, 정말 어려운 일이 많았는데, 부당한 일도 많았고, 세상이 다 공정하지 않으니, 이럴 때도 오래 절망하지 않는다. 성격상 처음에는 잠깐 절망하지만 바로 해결책을 찾는데 몰두한다. 그러다 해결책이 생각나면 갑자기 기운이 솟는다(웃음)"

-상장 계획이 있나?

"있다. 나스닥 상장을 생각하고 있다. 시리즈B까지 받았는데 C를 받을지 안 받을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 한국과 미국 모두에서 투자를 받았다. 한국은 SK네트웍스 등이 투자를 했다. 매출을 내 성장할 수 있으면 추가 투자를 안 받을 거다."

-이 창업자가 주도해 미국 팔로알토에 '리더십 포럼'을 만들었다고 들었다. 어떤 포럼인가

"한국인이 세상의 중심에 서서 리더십을 발휘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만든 포럼이다. 한인만 참여하는 건 아닌데 아무래도 한인이 많다. 2022년에 처음 모임을 가졌고 현재까지 세 번 모였다. 포럼이지만 정해진 형식은 없다. 한인이 어떻게 산업적인 면에서 리더십을 가져갈 수 있을 지를 토론하고 네트워킹한다. 약 40여명 정도가 모인다. 인도나 미국인도 온다.


-MS와 구글 CEO가 인도계이고 실리콘밸리는 인도 네트워크가 막강하다

"내가 꿈꾸는 것 중 하나가 이런 네트워크를 만드는데 기여하는 사람이 되는 거다. 한인도 할 수 있구나 하는 걸 보여주고 싶다. 한인들이 뭉쳐 윈윈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리더십과 성공한 누군가가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이런 모임을 만들어보고 싶다. 채용 등 이미 좋은 일이 일어났다. 당장의 이익보다는 대의를 갖고 커뮤니티를 만들어갈 생각이다. 회장 등 조직체계는 아직 갖췄다. 우리 속담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는데, 다른 민족은 정말 대동단결해 서로 굉장히 많이 도와준다. 한인은 아직 힘이 없을 뿐 아니라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문화가 아직 있는 것 같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퍼하지 말고 옆에다 같이 땅을 사서 협력하는 문화를 만들었으면 한다(웃음)."

-미국에서 20년 넘게 살았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파하는 문화를 많이 겪은 건가?

"아주 많이 겪었다(웃음). 미국과 인도 네트워크는 안 그런데 한국은 이게 굉장히 강한 것 같다. 한인이 원래 그런 민족이라기보다는, 인간 사회가 다 어느 정도 그런 면이 있지만,  한인이 워낙 뛰어난데, 작은 물에서 경쟁하는 것에 익숙하다보니,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나 한다.

이런 문화를 바꿔보고 싶다. 핵심은 자긍심이다. 우리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픈 민족이야, 이런 생각보다, 우리도 할 수 있고, 우리도 국제 무대에서 리더십을 가질 수 있다는, 내가 한인인 게 너무 자랑스럽고, 우리 한인들은 서로 이렇게 도와준다는, 이런 문화를 만들고 싶다.

우리는 왜 이럴까? 하는 불평보다, 정말 자긍심을 갖고, 우리가 어떻게 하면 국제 무대에 함께 리더로 설 수 있을지, 이런 것을 서로 구상하고, 이건 어떤 한 사람에 의해 이뤄지기 보다 커뮤니티를 만들어 이런 생각을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의 퍼실리테이션(촉매자)을 하기 위해 만든게 리더십포럼이다. 작은 숫자의 사람이라도 있으면 이 것이 변화의 주축이 되지 않을까 한다."

이진형 엘비스 창업자가 서울 사무실에서 회사 로고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유니콘이 되려면,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려면 미국에서 창업을 해야 한다는 말은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서 미국으로 플립(본사를 미국으로 옮기는 것)하는 기업도 꽤 있는데

"성공 방정식은 다 다르다. 유니콘이 되는 것도 같을 수가 없다고 본다. 전략과 전술이 어떻게 다 똑같겠나. 기업마다 달라야 한다고 본다. 나야 스탠퍼드에 유학 가서 생활했기 때문에 실리콘밸리가 내 주 영역이 된거고 여기서 출발한 거다. 한국에서 정말 잘 만드는 기술이면 한국에서 해도 될 듯 하다."

-무엇으로 불리는게 좋은가? 엘피스 창업자인가 스탠퍼드대 교수인가?

"둘 다 좋다. 나는 문제 해결사(Problem Solver)라고 생각한다. 내가 어떤 문제를 풀었는지로 평가받고 싶다. 그럼 어떤 문제를? 나는 뇌질환을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했고,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싶다. 사람들이 물어본다. 너는 교수냐? 창업자냐? 때로는 노벨상을 받고 싶냐?고도 물어온다. 이렇게 물어보는게 사실 이해가 안가기도 하는데, 내가 교수를 한 이유는 기본연구부터 내가 해야했기 때문이다.

 연구자가 연구를 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게 교수를 한 거였고, 그 해결한 문제를 논문을 쓰는 것에  그치지 않고 환자에게 딜리버리 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있어야만 했기 때문에 창업을 한 거였고, 노벨상 문제는 내가 상을 받으려고 뭘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물론 상을 받으면 좋겠지만, 기본적으로 우리가 다 목표로 해야하는 거는, 각자가 꼭 남을 위해 살라는 건 아니지만, 사회의 구성원으로 다 각자 살고 있는데, 내가 잘 살는 것의 일환으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회에 필요한 문제를 내가 풀면 당연히 사회도 나에게 리워드(보상)를 줄 것 아닌가, 그래서 나는 사회에 도움이 되는 문제를 내가 풀고, 그 푼걸로 잘했다고 칭찬받으면 좋겠다. 나는 내가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10년후 이진형이 궁금하다

"10년 후에는 내가 지금까지 죽을 힘을 다해 만든 이 기술들이 환자들을 치료, 환자들이 달라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정말 만족할 것 같다. 노벨상 한 개도 안 줘도 된다.(웃음) 이런 문제를 50대안에 다 해결하고 싶다."

-60대나 70대는 뭘 하려고?

"또 다른 일을 계획하고 있다. 뇌랑 관련돼 있는데, 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고 알고리즘을 만들었으니, 이 걸로 새로운 AI 컴퓨팅을 만들어보고 싶은 아이디어가 있다. 아직 풀고 싶은 문제가 엄청 많다(웃음). 지금까지는 너무 많은 사람들을 설득해 일을 해야했기 때문에 진척이 느렸다. 투자자도 설득해야 하고, 논문을 쓰려면 리뷰하는 사람도 설득해야 하고, 승진도 해야하고 그랬다. 지금까지 한 일들이 재미있고 좋았지만, 내가 생각한 것보다 늘 한 10배씩 오래 걸리더라, 그런데 내가 많은 것을 이뤄 놓으면 하고 싶은 일들을 좀더 빨리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렇게 되면 너무 행복할 것 같다. 풀고 싶은 문제가 아주 많다. 내가 일복은 끝내준다.(웃음)"

-그렇게 일복이 많은데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하나?

"별거 없다. 스트레스 해소에 가장 중요한 방법은, 내가 혼자 내적으로 갈등을 해서, 이렇게 해결할 수 있겠다, 궁극적으로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그게 정말 솔루션이건 아니건, 내가 만일 구덩이에 빠졌으면, 이거 어떡하지? 구덩이에 빠졌네, 큰일 났네 하는 단계에서 굉장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다가, 구덩이를 잘 살폈는데 여기서 잘하면 기어 나갈 수 있을 것 같고, 아니면 저 위에 저거를 끌어다가 잡고 나갈 수도 있고, 이렇게 계획을 세우다보면 마음이 안정된다. 일단은 그 상황에 잠시 절망했다 바로 해결을 찾는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해결 방법을 찾다보면, 그 방법이 맞건 틀리건, 일단 그 것을 하다보면 기운을 찾는다. 

그래도 절망했을 때 가장 중요한 건 위로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건데, 나랑 가까운 사람들에게 위로를 받는다. 많은 분들이 위로해 줬다. 가족도 있고 친구들도 있고, 위로를 해줄 수 있는 사람, 정말 그런 게 있는 게 인간한테는 내가 뇌과학을 하지만 정말 중요하다. 구덩이에 빠졌을 때 손 내밀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꺼내줄 수 있지 않나. 나는 계속 절망하지는 않는다. 어릴 때 내 별명이, 우리 부모님이 나한테 오뚝이라고 그랬다.(웃음)"

-지난번 한국 강연에서 '아마존 원칙'처럼 중요하게 생각하는 '6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언제 만든 건가?

"내 경험을 바탕으로 3~4년전에 만들었다."

* 이 창업자의 6가지 원칙은 첫째, 사람들에게 유익한 것을 하라(Do good for the people) 둘째, 홀로일 수 없다. 도움에 감사하라(We can't do anything alone. Be grateful to those who help) 셋째, 용기를 갖고 언제 어디서든 도전을 받아들여라(Have courage and be ready to take on new challenges at any time) 넷째, 경청하고 비판과 장애에 귀를 기울여라(Listen and pay attention to criticism and obstacles) 다섯째, 겸손하라, 나보다 낮은 사람은 없다(Be humlbe. Nothing is beneath you) 여섯째, 인생은 장기전이다. 길고 멀리 보라(Focus on the long game).

-6가지 원칙 중에 겸손해라가 있다. 이 것도 경험에서 나온 건가

"그렇다. 그런 상황을 많이 봤다. 굉장히 훌륭하고 똑똑하고 능력 있는 사람도 교만해지는 순간, 정말 교만해지면 머리도 나빠진다. 왜냐하면 새로운 생각을 듣지 않기 때문에, 또 교만하면 내가 나를 제한시킨다. 내가 회사 사장인데 어떻게 청소를 해? 이렇게 나의 능력을 제한하기 때문에 나는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진형 엘비스 창업자.

 -직원 채용시 전문성과 애터튜드(태도) 중 무엇을 먼저 보나

"애터튜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탁월함을 추구하고 긍정적이여 한다. 부정적인 사람이랑 일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또 오늘보다 늘 내일이 더 나아지는, 그런 성장(그로스) 마인드를 가진 사람을 원한다.내가 추구하는 가치관 1번이 엑설런스(Excellence)인데, 이는 주어진 일을 그냥 하는 게 아니라 최대한, 정말 완벽을 기하려고 노력하는 자세로 전문성보다 애터튜드에 가깝다. 이런 나의 가치관과 맞는 사람을 채용한다. 내 가치관을 들려주고 상대방 반응을 보거나, 나한테 궁금한 걸 질문하는 걸 보면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진심은 다 티가 난다(웃음)"

-40대 후반인데 건강 관리는 어떻게 하나

"테니스 등 여러 운동을 한다. 못하는 운동이 거의 없다(웃음). 잘하는 게 아니라 할 줄 모르는 운동이 없다. 트로피도 몇 개 받았다. 테니스는 5살 때부터 쳤다."

-롤 모델이나 아이 오프닝(eye opening)한 책이 있나?

"그런 건 특별히 없다. 나는 사실 문과적 성향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그야말로 공순이었는데, 세상 풍파를 많이 만나다보니 질문을 많이 하게 됐고, 왜 이런 일이 있어났을까?를 생각하다보니, 대부분의 내가 내린 결론은, 연구를 할 때도 논문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거나 뭐 책을 보고 인생에 문과적인 영감을 얻거나 그런 편은 아니다. 

그냥 혼자 생각을 많이 한다. 위에서 처칠이 한 말을 언급했는데, 처칠 말을 봐서 안게 아니라, 내가 혼자 생각하면서 나는 이렇게 해야겠구나 했는데, 나보다 더 훌륭하신 분이 먼저 그걸 이야기 했더라. 해리포터에 나오는 '선택'이라는 말도 그렇다. 내가 혼자 그냥 생각했던 건데, 옛날엔 그냥 재미있는 공상과학 스토리로만 여겼는데, 내가 어려운 상황을 겪고보니,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이냐 나쁜 사람이냐는 그 사람의 인텔리전스가 아니라, 인텔리전스는 사람의 본질도 아니고, 그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제일 중요하다는 거를 깨닫은 거고, 그런데 그 말이 해리포터에 써져 있더라. 

경영 서적을 열심히 찾아보는 편이 아니다. 롤 모델도 특별히 없다. 좋아하는 사람은 많다. 여러 좋은 사람한테 좋은 점을 배운다. 훌륭한 기업가의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이 걸 배우고, 또 정치인이 멋있는 말을 하면 그걸 배우고, 하지만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그냥 내가 뭘 하고 싶다, 이렇게 생각하면, 해나가는 과정에서 이 사람한테 배우고 저 사람한테 배운다. 다른 사람에게도 그렇게 권하고 싶다. 다른 사람처럼 되는 것보다는, 각자 자기에게 맞는 역할을 찾아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