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피스킨병 백신 반입에도 농장주들 발 동동

생활입력 :2023/10/28 08:43

온라인이슈팀

발병하면 대량 살처분으로 이어져 소 사육 농가에는 파산 선고나 다름없는 소 럼피스킨병이 전국으로 급속히 확산하는 가운데 수입 백신이 순차적으로 반입될 예정이지만 현장 상황은 아직 산 넘어 산이다.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소 럼피스킨병은 지난 21일 충남 서산의 한 한우농장에서 시작됐다.

[뉴시스=서산]지난 24일 서산시 방역 관계자가 성연면에서 럼피스킨병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사진=서산시)

정부가 전국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발 빠르게 이동 제한 조치 등을 했지만 이후 일주일만인 27일 오전 8시 기준 전남·경북·경남을 제외한 전국 14개 시·군으로 빠르게 확산해 3321마리가 양성 확진 판정을 받고 살처분됐다.

28일 전남도에 따르면 소 럼피스킨병을 진정시킬 유일한 해결책인 백신이 남아프리카와 네덜란드, 튀르키예에서 수입돼 이날부터 31일까지 국내에 순차적으로 공급되며 대규모 백신접종도 본격 시작된다.

수입 백신은 총 400만 마리분으로 28일 128만 마리, 30일 60만 마리, 31일 212만6000마리 분이 전국에 공급된다.

백신접종은 11월 초까지 완료를 목표로 진행된다. 항체 생성 시기는 접종일로부터 약 3주가 소요 된다는 점에서 11월 말께로 전망된다.

접종 1순위는 발생 시·군, 2순위 인접 시·군, 3순위 발생 시·도, 4순위 미발생 시·도다.

이는 발생지 바이러스 밀도가 높아지면 타지역으로 전파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을 차단하기 조치다.

정부는 소 럼피스킨병이 발생한 지역을 우선 포위해 둘러싸는 링(RING) 접종을 실시키로 방침을 정했다.

이 때문에 전국 소 사육 규모 1위인 경북과 2위 전남을 비롯해 경남은 '4순위 미발생 지역'으로 분류돼 백신접종 막차를 타게 돼 현장 축산농가의 불만과 위기감은 커져만 가고 있다.

백신 미접종 상태이거나 접종을 했어도 항체 생성 전에 농장에서 단 한 마리만 감염돼도 사육 중인 전체 소를 살처분해야 해서 해당 농가는 사실상 폐농 위기로 내몰리게 되기 때문이다.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대표 축종인 닭·오리는 대량 증식하는데 회전 순환 기간이 몇 개월에 불과 하지만 소 사육 농가는 피해 회복까지 최소 5~10년이 소요돼 사실상 파산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는 점에서 구제역에 버금가는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백신접종 속도도 관건이다.

소 럼피스킨병 백신은 손쉽게 놓는 근육 주사 방식이 아닌 소의 가죽 층을 들어 올려 피하지방에 주사를 놔야 해서 높은 숙련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자체가 지원하는 수의사 파견 접종은 50마리 이하 소규모 사육 농가만 해당한다.

50마리 이상 대규모 사육 농가는 자가 접종을 해야 해서 현장에서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여기에 집단 살처분 상황이 발생할 경우 매몰 비용이 포함된 살처분 예산 마련도 비상이다. 모든 비용을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시·군 지자체가 100% 부담해야 해서다.

특히 살처분 소는 침출수 유출로 인한 지하수 오염 방지 등을 위해 반드시 'FRP(섬유강화플라스틱)재질'로 만든 대형 통'에 20여 마리씩 넣어서 매립해야 하지만 통 가격이 개당 1100여만에 달해 예산이 빠듯한 지자체들은 국비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소 럼피스킨병은 구제역에 이어 두 번째 백신 의무 접종 축산 감염병이 될 전망이다.

항체 생성 기간이 최장 1년이라는 점에서 올 11월 접종을 했을 경우 내년 10월에 반드시 추가 접종을 해야 해서다. 현재 구제역은 매년 4~10월까지 6개월 단위로 의무 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소 럼피스킨병이 가까운 전북 부안에서 발생해 농장단위 차단방역이 느슨해질 경우 어느 때라도 도내에 유입될 수 있는 엄중한 상황"이라며 "모기, 파리 등 흡혈 해충방제와 물웅덩이 등 제거, 축산차량 출입통제, 매일 농장 내외부 소독 등 농장주의 책임방역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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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는 백신이 공급되면 단기간에 예방접종을 완료하도록 긴급 백신 접종반 111개 반(270명)을 미리 편성해 관리하고 있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