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전날 의대 정원 확대를 골자로 한 ‘지역 및 필수의료 혁신 이행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의료계를 중심으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계획에 포함된 의대정원 수요조사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우선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대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의사증원은 최근 불거진 필수의료의 붕괴나 지역의료의 공백 해소를 위한 유일한 대책이 될 수 없다”며 “이를 위한 수가정책, 법적보호 강화 등 근본적인 제반 정책이 반드시 선행·동반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대 입학정원 증가는 필연적으로 교육현장의 과부하를 초래하고 이로 인한 교육의 질 저하가 예견된다”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40개 의과대학과 긴밀한 소통 하에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국적인 증원 규모 등에 대한 결정은 지난 2020년 의정 합의에 따라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의료계와 정부가 협의하여 결정하되 향후에는 정기적으로 의사수급을 모니터링해 의대 입학정원 규모를 조절하는 전문가 기구가 필수적으로 설치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전국 40개의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한 ‘의대정원 수요조사’는 이해상충에 따라 왜곡된 조사로 전락하게 될 수 있다”며 “수요조사가 의과대학과 부속병원이나 지자체와 지역의 정치인 등 의대정원 확대를 바라는 대상의 희망만으로 결과가 도출된다면 조사의 객관성은 상실되고 과학적인 근거 분석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의료시스템 및 건강보험 재정, 의사 양성에 대한 정부의 지원 계획, 각 의과대학의 인증된 교육 여건 및 능력 등 의대정원 확대에 대한 타당성과 현장 수용성을 충분히 반영해 종합적이고 신중한 의사 양성의 질을 제고하는 방안이 보장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의협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이지 못한 근거가 바탕이 된 잘못된 정책은 국가재정의 낭비와 사회적 부작용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의협은 전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필수의료 지원 대책에 따른 분만수가 개선방안이 의결된 것에 대해 “이번 대폭적 수가 가산의 결과가 저출산 시대 분만을 비롯해 붕괴 위기에 빠진 산부인과뿐만 아니라 필수의료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모든 의사 회원들이 환자를 진료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