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 2, 4위 업체인 일본 키오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WD) 간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요미우리신문은 27일 키오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이 경영통합 협상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양사는 그동안 웨스턴디지털이 반도체 메모리 사업을 분리해 키오시아홀딩스와 지주회사를 설립해 경영을 통합하는 방안을 협상해왔다. 이달까지 합병 협상을 마무리할 예정이었는데 돌연 중단된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키오시아의 주요 투자자이자, 낸드 시장에서 키오시아와 웨스턴디지털과 경쟁관계에 있는 SK하이닉스가 합병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게 영향을 미쳤다고 보도했다.
양사 통합에는 키오시아에 간접 출자한 SK하이닉스 동의가 필요하다. 키오시아 최대 주주는 베인캐피털 등이 참여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이다. SK하이닉스는 베인캐피털이 주도하는 한미일 연합 특수목적법인(BCPE Pangea Intermediate Holdings Cayman)를 통해 2018년 키오시아홀딩스에 약 4조원을 투자해 지분 15%가량을 확보했다.
요미우리는 "장래에 키옥시아와의 협력도 염두에 둔 SK 측이 경영통합시 웨스턴디지털의 주도권이 강화될 것을 우려해 동의하지 않았다"며 "이번 협상에는 경제안전 보장 관점에서 미일 양국 정부도 깊이 관여했다"고 분석했다.
앞서 26일 SK하이닉스는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키오시아에 투자한 자산과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이번 합병 건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공식 입장을 처음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낸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31.1%), 키오시아(19.6%), SK하이닉스(17.8%), 웨스턴디지털(14.7%) 순이다. 키오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합산 점유율은 34.3%로, 1위인 삼성전자와 맞먹게 되며, SK하이닉스는 3위로 내려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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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중단 소식이 알려진 이날 웨스턴디지털의 주가는 9.3% 하락했다.
앞서 2021년에도 키오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은 합병을 추진했지만, 각 사의 지분 가치 측정에서 의견이 달랐고 최종적으로 지난해 일본 정부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