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흑연 수출 통제에 이차전지 업계 '대체 공급망 없다' 비상

中에 90% 이상 의존 '흑연' 수출 통제시 국내 생태계 대혼란

디지털경제입력 :2023/10/23 15:52    수정: 2023/10/23 21:11

중국발 공급망 리스크에 국내 이차전지·배터리 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배터리 핵심 소재인 흑연 수출 통제 움직임을 보인 까닭이다. 문제는 코 앞에 닥친 흑연 통제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응할  뾰족한 방안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는 20일(현지시간) ‘흑연 관련 항목 임시 수출 통제 조치의 개선·조정에 관한 공고’를 발표했다. 해당 공고에 따르면 이번 수출 통제 대상이 된 품목은 ▲고순도(순도 99.9% 초과)·고강도(인장강도 30Mpa 초과)·고밀도(밀도 ㎤당 1.73g 초과) 인조흑연 재료와 제품 ▲구상흑연·팽창흑연 등 천연 인상흑연과 제품이다. 

중국의 오성홍기 (사진=픽사베이)

중국 정부는 오는 12월 1일부터 정식 허가 절차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표면적으로는 군사용으로 사용될 여지가 있는 흑연을 통제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웠지만 사실상 미국 정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하는 맞불 조치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수출을 전면적으로 통제하지는 않았지만 엄격한 허가절차를 예고한 것을 견줘볼 때 국내 이차전지 기업에 미칠 영향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무역엽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의 인조흑연과 천연흑연의 중국산 수입 비중은 각각 91.1%, 90% 수준으로 사실상 전량 의존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흑연을 무기로 까다로운 수출통제에 들어간다면 음극재를 생산하는 포스코퓨처엠부터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이차전지 생태계는 혼란에 빠지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중국이 지난 8월 반도체 소재인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을 통제하면서 시행 첫 달 수출량은 거의 전무했다.

포스코퓨처엠 광양공장 전경

정부는 23일 '민관 합동 흑연 공급망 대응회의'를 개최하고 합동 '흑연 수급대응 TF'

를 구축했지만 뾰족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탄자니아‧모잠비크를 중국 대체 수급처로 발굴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2025년이 넘어야 가능한 상황이다. 당장 12월 1일 수출 통제 등 발등에 불이 떨어졌지만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 대체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두 국가의 정·제련 역시 중국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국내 이차전지 업계는 1.5개월에서 2개월 분의 흑연 물량은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은 호주의 시라사로부터 천연흑연을 공급받기로 했지만 2025년이 넘어야 공급을 받을 수 있는 데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MOU형식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도 캐나다의 넥스트소스(NextSource)와 10년간 흑연 장기 계약을 맺는다는 구상이지만 이 역시 MOU에 불과해 답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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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업계는 당장은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배터리 셀 제조사보다는 소재 업체에 리스크가 큰 상황으로 파악된다"면서 "당장 수급에 제한은 없지만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국 당국과 긴밀한 소통채널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컨틴전시 플랜 가동을 비롯해 장기적 관점에 대체 수급처를 발굴해 국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