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호주)=권봉석 기자]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불과 27%만이 일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나와 일의 관계가 악화되면 이는 조직원의 사기를 떨어뜨리며 회사나 조직원의 생산성도 줄어든다."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시드니 2023이 개최중인 18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시드니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올리버 힐(Oliver Hill) HP 뉴질랜드 대표가 이렇게 강조했다.
HP는 올해 6월부터 한 달간 미국과 프랑스, 영국, 독일, 일본 등 총 12개 국가의 지식 근로자, IT 의사결정권자, 기업체 대표 총 1만5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지식 근로자들은 생산성 저하(34%), 업무 몰입도 저하(39%), 단절감(38%)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개인의 건강과 업무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 "코로나19 거치면서 일에 대한 기대도도 높아져"
올리버 힐 대표는 "코로나19 범유행 이후 일이 바뀌었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는 주로 물리적인 장소에만 집중하기 쉽다. 그러나 사람과 일에 대한 관계, 우리가 일에 갖는 기대도 바뀌었다는 사실은 종종 잊혀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전에는 재택근무가 '쉬겠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그러나 코로나19 범유행으로 재택근무가 강제되자 재택근무가 기대치만큼, 또는 그 이상의 성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범유행을 지나는 동안 일에 대해 기대하는 기준도 높아졌다. 설문조사 결과 일에 대해 기대하는 기준이 높아졌다고 답한 사람이 58%, 직장과 일에서 어떤 대우를 받는지에 대해 기대하는 기준이 높아졌다고 답한 사람도 57%였다"고 설명했다.
■ "일로 고통받으면 신체·정신에 모두 악영향"
올리버 힐 대표는 이어 "설문 조사 결과 사람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 뿐만 아니라 조직의 생산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고 밝혔다.
HP가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에서 느끼는 감정이 악화되면 신체·정신건강 역시 악화되며 수면장애, 섭식장애는 물론 자존감 저하, 고립감, 탈진감 등 정서적 장애를 겪게 된다.
■ "우리는 일에서 목적 의식과 방향성을 찾고 싶어한다"
HP는 설문조사 결과를 정리한 보고서에서 "근로자가 업무와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려면 일에서 의미와 목적 의식을 찾기 위한 성취감, 정서적인 유대를 통한 리더십, 사람 중심의 의사 결정, 직무 역량 개발, 업무 공간 유연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올리버 힐 대표는 "우리는 일에서 목적 의식과 방향성을 찾기를 원하며 직장에서 성인으로 대접받기 원한다. 그저 월급을 받기 위해 업무를 수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큰 일을 하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장에서 실수를 했을 때 질책으로 이어지기보다 성장과 자기 개발을 위한 해결책이 주어져야 하는데 이들 중 일부는 전혀 비용이 필요하지 않고 그저 직장 내 문화만 전환해도 된다"고 지적했다.
■ "이제는 일과 나의 관계 재정립해야"
그는 "직원들을 포함해 IT 결정권자, 비즈니스 리더 중 약 60%가 '이제는 일과 자신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런 변화는 고용주나 결정권자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참여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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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응답자 중 83%는 더 행복해지기 위해 돈을 더 적게 벌어도 좋다고 답변했다. 젊은 세대일 수록 이런 경향이 더 강하다. 특히 일하는 장소에 유연성이 갖춰진다면 급여의 13% 상당 금액을 포기할 수 있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또 "조직 내 근로자가 일과 건강한 관계를 확립하려면 직원들이 목적 의식을 갖도록 도와주는 한편 업무 시간과 장소의 유연성도 확보해 주는 것이 기업의 과졔"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