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성비위·금품수수·음주운전 등을 저지르다 ‘정직’ 징계를 받은 직원 수십 명에게 임금 대부분을 챙겨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8년 이후 2023년 6월까지 5년 6개월 동안 정직 처분을 받은 건보공단 직원은 36명. 건보공단은 이들에게 총 4억 4천만 원 넘는 임금을 지급했다. 주요 사례는 이렇다.
건보공단 소속 A직원은 지난해 1월 지사에 근무하는 여직원과의 술자리에서 허리를 감고 가슴을 만지고 강제로 입맞춤을 시도했다. 이후 ‘만져 보니 별거 없네’라는 성희롱 발언까지 해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이 직원은 정직 기간 동안 평소 임금의 90% 수준의 임금을 받았다.
B직원은 재직 당시 채용 과정에 절차를 위반해 개입하고 특혜를 제공하는 등 권한을 남용했다는 이유로 정직 2월이 처분됐다. 이 기간 동안 B직원이 받은 총 임금은 1천408만2천560원으로, 해당 직원은 정직 처분을 받고도 매월 700만원 넘는 돈을 받았다.
C직원은 함께 근무하는 직원에게 성적 수치심 등이 들게 하는 행위를 해 정직 3월 처분을 받았다. 이 기간 동안 C직원에게는 1천870만3천320원의 임금이 지급됐다.
직무관련자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금품 등을 수수해 정직 3월 처분을 받은 D직원도 총 1천552만6천950원의 임금을 챙겼다.
작년 5월 국민권익위원회는 기획재정부장관과 행정안전부장관을 포함해 공직유관단체장 전체에게 ‘공직유관단체 징계처분의 실효성 강화’ 제도개선안을 권고한 바 있다.
제도개선안은 정직 처분을 받고 직무에서 배제된 직원에 대한 임금 지급은 징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고, 정직 기간 중 임금 지급 금지를 명문화하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권익위는 공무원의 경우 정직 기간에는 임금을 전액 삭감하고 있고, 고용노동부 표준 취업규칙(안) 및 행정해석에서도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에 따라 정직 기간에 임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되어 있다는 점도 권고했다.
올해 6월 기준 34개 기관이 정직 처분을 받은 직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규정을 갖추고 있었다. 이 중 24개 기관은 국가권익위원회의 제도개선안이 나온 이후 정직 직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건보공단을 비롯해 국립중앙의료원·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 등은 여전히 정직 직원에게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와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은 정직 직원에게 원래 임금의 3분의 1 수준을 지급하는 반면, 건보공단은 원래 임금의 90%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하고 있는 것.
인재근 의원은 “비위행위로 정직 처분을 받은 직원에게 기존과 비슷한 임금이 지급된다는 사실을 과연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국민 눈높이에 맞춰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