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국가별 인공지능(AI) 산업 수준을 비교한 ‘글로벌 AI 지수’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AI산업 수준은 지난 4년간 개선됐지만 여전히 보완이 필요하다고 12일 밝혔다. 한경협은 한국이 AI 3대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인재 수준 개선과 AI기업의 경영 애로사항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경협은 영국 데이터분석 미디어인 토터스인텔리전스(Tortoise Intelligence)가 올 6월 발표한 '글로벌 AI지수'를 인용, 우리나라의 AI 산업 수준이 62개국 중 종합순위 6위라고 밝혔다. 토터스의 글로벌AI 지수는 '스탠포드 AI 지수(스탠포드대 HAI 연구소)'와 '정부 AI 준비지수(옥스포드 인사이트)'와 함께 3대 글로벌 AI지수로 꼽힌다. 인재, 인프라, 운영환경, 연구수준, 특허(개발), 정책(정부전략), 민간투자 등 7개 부문을 비교, 순위를 발표한다. 한국은 이들 7개 지표 중 특허(개발)와 정책(정부전략) 등 두 부문만 세계 상위 10위권에 들었다.
AI산업의 미·중 양강 체제는 굳건했다. 미국은 ▲AI 전문인력 등 ‘인재’ ▲인터넷·모바일 등 ‘인프라’ ▲학술논문·R&D 등 ‘연구수준’ ▲특허 수 등 ‘특허(개발)’ ▲AI 기업 수·투자 규모 등 ‘민간투자’ 부문 등 5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종합순위 1위에 올랐다. 중국은 ‘인프라’ ‘연구수준’ ‘특허(개발)’ ‘민간투자’ 부문에서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미국과는 상당한 격차를 두며 종합순위 2위를 기록했다.
■ 우수 분야: 특허(개발) 3위, 정책(정부전략) 6위
한경협은 AI 특허(개발)와 정책(정부전략)이 세계 상위 10위권에 진입, 두 부문이 한국 AI 산업의 가장 높은 경쟁력이라고 분석했다. AI 관련 특허 수 등을 나타내는 특허(개발) 부문은 3위를 기록했다. 미국과 중국에 이어 AI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했다. 특허청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국적별 초거대 AI 관련 누적 특허출원 수에서도 한국은 미국과 중국, 일본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기관별로 분석하면 삼성이 1위로 IBM(2위), 구글(3위), 바이두(5위) 등 미국과 중국의 주요 기업들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정부의 AI 국가전략과 투자계획을 의미하는 정책(정부전략) 부문에서 한국은 6위를 차지하며 AI 공공투자 규모 및 기간 등이 우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2019년에는 31위를 기록하며 7개 부문 중 최저 순위를 차지한 것에 반해 2023년에는 정부의 잇따른 AI 육성전략 발표에 따라 순위가 대폭 상승했다. 정부는 2019년 ‘인공지능 국가전략’ 발표 이후 ‘신뢰할 수 있는 AI 실현전략’(’21),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22) 등의 AI 산업 육성책을 차례로 발표하며 AI 초일류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 개선(보완): 운영환경11위, 인재 12위, 연구수준 12위
AI 운영환경, 인재, 연구수준 부문은 지난 4년간 다소 개선됐지만 여전히 세계 10위권 밖에 머무르며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또 데이터 관련 법률 수준 등 AI 산업을 둘러싼 규제환경을 나타내는 운영환경 부문은 2019년에는 30위를 기록했지만, 이후 데이터 3법 개정 등의 노력을 통해 기업들의 개인정보 활용 여건이 마련됨에 따라 올해는 11위로 상승했다. 하지만 AI 설명요구권(AI 서비스 이용자가 AI의 의사결정 원리(알고리즘)에 대해 의심될 경우, 서비스 제공자에게 이에 대한 설명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은 미비한 것으로 나타나 AI 산업 육성의 기반이 될 ‘AI 기본법’의 조속한 입법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또 AI 전문인력 수를 의미하는 인재 부문도 2019년 28위에서 2023년 12위로 상승했다. 하지만 세부 항목인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및 엔지니어 수에서는 20위를 차지해 데이터분석 관련 인재가 부족함이 드러났다. 아울러 ‘2022 인공지능산업 실태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AI 부족 인력은 총 7841명으로 집계돼 1609명(’20), 3726명(’21) 대비 해마다 두 배 이상 증가하는 등 AI 인력 부족 문제가 오히려 심화했다고 한경연은 분석했다.
AI 관련 출판물과 R&D 규모 등을 의미하는 연구수준 부문은 12위를 기록했다. 2019년의 22위에 비해 개선됐다. 특히 한국은 세부 항목인 GDP 대비 R&D 투자 비율과 투자 규모가 각각 2위와 5위로 양적 측면에서 R&D 투입 수준이 높은 편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AI 관련 출판물 수는 11위로 재정 투입 대비 산출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 부진:민간투자18위로 7개 부문 중 최저 순위
한국 AI 산업의 가장 부진한 부문은 AI 민간투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AI 기업 수 및 투자 규모 등을 의미하는 민간투자 부문에서 한국은 18위를 차지해 총 7개 부문 중 최저 순위를 기록했다. 지수 점수도 8.3점에 불과해 상위 10개국 평균(29.0)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것은 물론 홍콩(19.2점)과 인도(8.9점)에도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은 AI 관련 기업 수와 투자 규모가 모두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투자 부문의 세부 항목인 AI 관련 상장기업 수에서 한국은 총 6개 기업으로 11위를 차지해 미국(172개)과 중국(161개)은 물론이고 일본(26개)과 대만(9개)에 비해서도 적었다. 또 AI 기업당 평균 투자 규모도 19위에 불과했다. 반면 한국보다 종합순위는 낮은 이스라엘(7위)은 AI 관련 상장기업 수와 AI 기업당 평균 투자 규모 모두 4위를 차지, 한국이 이스라엘의 활성화된 창업생태계를 벤치마크할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한경연은 밝혔다.
한편 과기정통부와 SW정책연구소가 시행한 ‘2022년 인공지능산업 실태조사’에 의하면, 인공지능 기업이 사업 운영상 느끼는 애로사항 중 ‘AI 인력 부족’과 ‘데이터 확보 및 품질 문제’가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한경협 추광호 경제산업본부장은 "AI 산업은 제조업·서비스업 등 다른 산업에 대한 파급효과가 큰 만큼 미·중과의 기술격차를 줄여 국가경쟁력을 제고해야한다”며 “기술력 핵심은 곧 인재이므로 국내 인재 양성은 물론 비자 규제 완화 등을 통해 해외 고급인재도 적극 영입해 인력 부족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추 본부장은 "여전히 높은 데이터 활용 장벽으로 AI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개인정보보호법과 신용정보법의 규제완화를 통해 민간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