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서 골키퍼는 다른 선수들과 완전히 다른 역할을 맡는다. 상대 스트라이커가 골 문 앞에 쇄도하는 짧은 순간에 어떻게 대처할지 빠른 판단을 내려야 한다.
실제로 골키퍼가 감각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은 다른 포지션의 선수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골키퍼는 다른 포지션의 선수들보다 여러 곳에서 동시에 전해지는 시각 및 청각 등의 다양한 감각을 빠르게 인식하고 처리하는 능력이 발달했다는 것이다.
아일랜드 더블린시티대학 연구진의 이 연구 결과는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9일(현지시간) 실렸다.
논문 제1저자인 더블린시티대학 마이클 퀸은 "골키퍼는 제한된 정보나 불완전한 감각 정보에 의존해 아주 짧은 순간에 수천 가지 결정을 빠르게 내려야 한다"라며 "따라서 골키퍼는 여러 감각 기관을 통해 얻는 정보를 결합해 판단하는 능력이 발달했으리라 예측하고, 이를 검증했다"라고 말했다. 일반 선수와 골키퍼의 차이점에 대한 과학적 증거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프로축구 골키퍼와 다른 포지션의 프로 선수, 일반인 6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했다. 각 그룹에게 한 장 또는 두 장의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삐~' 소리를 한 번 또는 두 번 들려주거나 들려주지 않았다.
이럴 경우 보통 시각과 청각 자극이 통합되면서, 한 장의 이미지를 두 번의 소리와 함께 들었음에도 두 장의 이미지를 본 것으로 착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착오는 서로 다른 자극 사이의 시간 간격이 벌어질수록 줄어든다. 자극을 주는 시간 간격이 좁아도 착오를 덜 일으킨다면 이는 다양한 감각을 짧은 시간에 처리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실험 결과, 골키퍼들은 다른 그룹에 비해 자극 간 시간 간격이 짧아도 착오가 더 적었다. 다양한 감각을 처리하는 능력이 좋아 시청각 자극을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골키퍼들에게선 시각과 청각 정보 사이의 상호작용이 덜 나타났다. 시각과 청각 정보를 분리해서 다룬다는 것이다. 이는 골키퍼가 각기 다른 시기와 장소에서 발생하는 시청각 정보를 바탕으로 빠르게 판단을 내려야하기 떄문일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예를 들어, 골키퍼는 공이 날아오는 궤적을 보면서 동시에 공을 찰 때 나는 소리를 들으며 판단을 내려야 하며, 이는 처음에 다른 선수가 공을 찬 위치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이런 일을 수시로 겪으며 골키퍼는 다양한 감각 정보를 분리해 처리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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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앞으로 스트라이커나 수비수 등 다른 전문화된 포지션의 선수들도 다른 선수와 인식 능력의 차이를 보이는지 연구할 계획이다. 또 골키퍼로 뛰다 보니 이러한 능력이 길러진 것인지, 애초에 이런 능력이 좋은 선수가 골키퍼로 선발될 가능성이 큰 것인지에 대한 연구도 실시한다. 유망한 골키퍼의 경력 발달 과정을 추적, 이같은 의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으리란 기대다.
논문 제1저자 마이클 퀸은 프로축구 골키퍼 출신이며, 아일랜드의 전설적 축구 선수이자 영국 프로축구 선덜랜드 AFC 구단주를 지낸 나이얼 퀸의 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