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 체납자 10명 가운데 7명 이상은 생계형 체납으로 확인됐다. 몸이 아파도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해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8만여 명을 넘어선 상태다.
지난해 ‘수원 세 모녀’처럼 월 5만원도 되지 않는 건강보험료를 6개월 이상 못 낸 생계형 체납자가 71만 세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위기가구 위험 징후인 생계형 건강보험료 장기체납 세대에 대한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6개월 이상 건강보험료를 체납한 세대 수는 올 7월 현재 93만1천 세대였다. 이중 월 5만 원 이하의 보험료를 밀린 생계형 체납은 71만 세대로 전체 체납 세대의 76%에 달했다.
생계형 체납 세대는 매년 증가 추세다. 2021년 68만5천 세대에서, 2022년 70만8천 세대, 올해에는 71만 세대로 확인됐다. 이들 저소득층 세대의 체납 보험료는 8천995억 원으로 전체 장기 체납액 1조5천31억 원 60%를 차지한다.
또 생계형 체납 71만 세대 가운데 75%인 53만 2천 세대는 연 소득이 100만 원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 소득 100만원 초과 300만 원 이하 세대는 7만4천 세대, 300만원 초과 500만 원 이하는 4만5천 세대, 500만원 초과 1천만 원 이하 5만5천 세대였다. 1천만 원 초과는 3천 세대에 불과했다.
특히 생계형 체납자 중 8만2천720명은 건강보험 급여 제한으로 병·의원이나 약국에 가도 사실상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건강보험 제한 인원을 기간 별로 보면 ▲6개월 미만 인원 2만6천599명 ▲6개월~1년 6개월(미만) 1만5천534명 ▲1년 6개월~2년 6개월(미만) 1만6천849명 ▲2년 6개월~3년6개월(미만) 1만8천444명 ▲3년 6개월 이상 5천294명 등이다.
관련해 병과 생활고에 시달리다 세상을 등진 ‘수원 세 모녀’도 건보험료가 1년 6개월 체납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보험료가 체납돼도 의료기관 이용에는 제한이 없다. 그렇지만 의료 이용 이후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에 제공한 보험급여만큼 체납자에게 환수를 하기 때문에 의료비 전액을 체납자가 부담해야 한다. 건강보험 급여가 제한된 체납자는 물론 생계형 체납자의 상당수는 심리적으로 위축돼 아파도 병원에 가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전혜숙 의원은 “아파도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하는 의료 취약계층이 늘고 있다”며 “생계형 건강보험료 체납자에 대한 국가적 지원 방안을 마련해 벼랑 끝 위기에 있는 국민들의 건강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