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수수료 전면 면제'라는 파격적인 정책에 힘입어 점유율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빗썸발 수수료 경쟁'이 업계 전체로 확대될 지 주목된다.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6일 현재 원화마켓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에서 빗썸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24%로 집계됐다. 수수료 면제 정책을 발표하기 전인 지난 2일 점유율 11%에서 2배 이상 수치가 올랐다.
빗썸은 지난 8월부터 수수료 면제 가상자산을 점진적으로 늘려왔다. 그 효과로 평균 앱 체류 시간과 신규 설치 건수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탄력을 받은 빗썸은 수수료 전면 면제를 선언했다.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현재로선 정책 종료 시점을 정해두지 않았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수수료를 포기하면서까지 이용자 유치에 나선 건 글로벌 시장 전체로 봐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사업 특성상 수수료가 매출이기 때문이다. 국내 거래소 중 코빗이 지정가 주문, 조건부 주문 등에 한해 수수료를 받지 않고, 체결 금액의 0.01%를 원화 포인트로 지급하고 있긴 하나 이는 오더북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에 대한 보상으로 제공되는 형태다.
거래소의 유동성이 우려될 만큼 작지 않다면, 이용자 입장에선 수수료를 아낄 수 있는 빗썸에서 가상자산을 거래하는 것이 유리하다. 명확한 서비스 우위가 생기면서 수수료 면제 정책 적용 이틀만에 빗썸 점유율이 대폭 올랐다.
지난해 4월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가 원화마켓을 개시하고 수수료 면제 정책을 9월까지 실시했지만, 이렇다 할 점유율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과 대조된다.
같은 정책에도 성과가 다른 데는 여러 원인이 지목되고 있다. 제휴 은행인 NH농협은행과 전북은행의 가입자 규모 차이, 상장 가상자산 수, 정책 시행 당시 가상자산 시장 상황 등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거래소 자체적으로 보유한 잠재 이용자 수와 시장점유율이 주요한 영향을 끼쳤다는 진단이 나왔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은 신규 이용자가 유입되기보다, 각사 간 이용자를 뺏어오는 데 집중하는 상황"이라며 "빗썸은 업계 1위를 했던 거래소로서 휴면 이용자가 많을 것인데, 수수료 무료 정책으로 이 이용자 상당수가 복귀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고팍스의 경우 원화마켓 서비스를 중단하다 재개하면서 수수료 면제 정책을 폈는데, 잠재 이용자가 많지 않아 시장 반응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 간 국내 가상자산 거래 시장은 1위 사업자인 업비트로 점유율 쏠림 현상이 이어지고 있었다. 경쟁 사업자들의 고군분투에도 상황이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다른 사업자가 모두 고사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도 많았다. 이런 상황이 변화할 조짐이 처음으로 나타난 것이다.
때문에 가상자산 거래소 업계 전반으로 수수료 인하 정책이 확대될지 주목되고 있다. 다만 현재 다른 거래소들은 공통적으로 시장 상황을 관망하겠다는 입장이다. 수수료 면제로 얻은 시장 점유율 효과가 일시적인 것에 그칠 경우, 매출 포기에 따른 실익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 경영을 지속하려면 수수료 무료 정책은 언젠가 종료해야 한다"며 "빗썸이 이번 정책으로 시장 점유율을 많이 회복하겠지만, 향후 수수료 정책을 조정한 뒤에도 점유율이 유지될지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무료 수수료 정책이 끝난 뒤 점유율과 거래량 유지 여부를 봐야 한다"며 "일시적인 점유율 상승에 그친다면 적자 경영에 들어간 다른 거래소들이 수수료 인하 경쟁을 하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대로 향후 빗썸이 수수료를 다시 부과한 이후에도 늘어난 시장 점유율을 유지한다면, 후발 사업자들이 수수료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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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2위 사업자로서 두 자릿수의 점유율을 유지하던 빗썸과 달리, 현재 1% 내외의 점유율을 기록 중인 다른 사업자들이 같은 전략으로 비슷한 성과를 거두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키움증권의 경우 수수료 무료 전략으로 크게 성장하면서 증권업계 전반으로 수수료 무료 마케팅이 확산됐다"며 "단 증권업계는 사업자 간 점유율이 비슷했던 터라 1위 사업자 영향력이 압도적인 가상자산 거래 시장과는 차이점이 있어 빗썸이 결과적으로 비슷한 성과를 거둘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