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삶의 이정표이자 동력이다. 꿈은 곧 미래의 삶이다. 꿈은 그래서 소중하다. 꿈은 사람마다 다르고 다른 만큼 다채롭다. 스타트업이 꾸는 꿈도 그럴 것이다. 소중하고 다채롭다. ‘이균성의 스타트업 스토리’는 누군가의 꿈 이야기다. 꿈꾸는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른 꿈꾸는 사람을 소개하는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된다. [편집자주]
"AI가 개인의 여행 프로그램까지 짜주는 시대 옵니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이 처음 나왔을 때 내비보다 자신을 더 신뢰하는 운전자들도 꽤 있었다. 그들은 자신만 아는 지름길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내비가 알려준 길이 막힐 때면 얼른 샛길로 빠지곤 했다. 내비가 고도화하면서 이런 사람은 줄어든 것 같다. 내비도 ‘믿음 천국 불신 지옥’이 되고 있다.
내비의 사례는 앞으로 인간의 선택(選擇) 행위가 어떤 경로로 진행될 것인지를 생각해보는 데 중요한 시금석이 될 수 있다.
백승국 데이블 대표는 2015년 창업 이전부터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한 개인화 추천 솔루션을 통해 사람의 선택 행위에 도움을 주는 일을 미션으로 삼고 있다. 개인과 전체의 다양한 데이터를 추적하고 분석함으로써 제한된 경험과 학습 밖에 할 수 없는 개인에게 더 나은 선택지를 추천해주려는 것이다.
■광고와 정보를 구별하기 힘들어진 시대
우리는 이미 AI의 추천에 의해 무엇인가를 선택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내비 사례는 일부일 뿐이다. 이제 온라인의 모든 영역이 그렇다. 인터넷을 ‘정보의 바다’라고 부르던 때가 있었다. 정보가 흘러넘친다는 의미였다. 이제는 다른 표현이 필요한 때가 됐다. ‘추천의 바다’. 온라인에 접속한 순간 우리는 ‘추천의 바다’에 떠 있게 됐다. ‘정보의 바다’에 빠져 무엇을 고를지 헤맬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본인에게 최상인 무언가를 선택하기 위해 ‘정보의 바다’를 항해하지 않아도 본인보다 본인을 더 잘 아는 AI가 그것을 찾아다 눈앞에 대령하는 시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본인은 그걸 취할지 말지만 선택하면 된다.
이때 고민이 생길 수 있다. AI가 추천한 것은 광고인가, 정보인가. 그것이 사고 팔리는 자본주의 상품이라면 이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겠다. 그런데 상품에 관한 한 그것이 광고인지 정보인지를 판가름할 기준은 무엇인가. 특히 그 추천이 대중이 아니라 개인을 위한 맞춤형이라면 그건 광고인가, 정보인가.
■AI가 개인의 여행 프로그램까지 짜주는 시대
“지금은 아니지만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AI가 개인의 취향과 상황에 맞춰 개별적으로 여행 프로그램을 짜고 그 프로그램을 추천하는 시대가 될 겁니다. 개인의 여행 이력과 관심사를 분석해 최상의 여행지를 선택한 뒤 적절한 항공편과 숙박시설 그리고 다양한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덧붙여 프로그램을 짜겠지요. 그 프로그램 속에 들어 있는 다양한 상품은 광고이기도 하고 정보이기도 하겠지요. 데이블이 모바일 앱을 통해 제공하는 ‘Wheres DSP 서비스’는 그 길로 가려는 초기 서비스이고요.”
‘Wheres DSP’는 데이블이 야놀자로부터 투자를 받은 뒤 야심적으로 내놓은 서비스다.
“여행 상품은 여타의 다른 상품과 다른 결정적인 특징이 있어요. 대부분의 상품은 가격이 정해져 있죠. 할인이 있기는 하지만 그 또한 제한적입니다. 항공권과 숙박권은 시기에 따라 그 가격이 천차만별이죠. 그 때문에 상품과 소비자를 매칭시키는 일이 훨씬 더 어렵지요. 야놀자와 데이블이 자본 제휴를 한 까닭이 거기에 있어요. 각종 여행 상품과 소비자에 밝은 야놀자와 10년 가까이 데이터에 기반한 추천 기술을 고도화시켜온 데이블이 협력하면 최상의 프로그램을 만들 수가 있지요.”
항공권이든 숙박권이든 결국 그것은 상품이다. 이를 추천해준다면 그것은 광고일 수도 있고 정보일 수도 있다. 필요하면 정보이고 불필요하면 광고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사실은 여행을 하려면 그것들이 필요하고 누군가 추천해주지 않는다면 직접 알아봐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만약 직접 이리저리 알아본 것보다 추천해준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면 그 추천은 더 많이 선택될 가능성이 있다.
차를 타고 자연스럽게 내비를 켜는 것처럼.
■아시아에서 3~4억 명의 사용자 확보
데이블은 사용자들이 원하는 정보나 상품을 추천하는 ‘개인화 추천 기술 회사’다. 야놀자와 자본 제휴한 뒤 여행 상품 추천을 핵심 서비스를 가져가려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정보와 상품 추천이 핵심 비즈니스였다.
데이블은 이를 위해 아시아 지역 4천여 개 미디어와 제휴하고 있다. 한국 2천여 개, 대만 1천여 개 미디어와 제휴한 상태이고 베트남 태국 홍콩 중국 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도 약 1천여 개의 미디어와 제휴하였다. 미디어 방문자 쿠키 정보를 추적하고 분석한 뒤 그들이 원할 만한 정보와 상품을 추천해준다. 이들 4천여 개의 미디어 방문자 3~4억 명이 데이블의 추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PC와 모바일 사용자를 합할 경우 우리나라에서만 7천만 명이 이 서비스를 쓴다.
“추천 기술의 관건은 방문자 필요를 얼마나 충족시켜주느냐의 여부일 것입니다. 추천된 정보나 상품에 만족한다면 방문자는 그 자체로 혜택인 것이고 미디어는 방문자의 체류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더 좋은 것이지요. 국내 한 유력 미디어 평가에 따르면 데이블의 추천 기술을 붙이고 나서 방문자당 콘텐츠 소비 개수가 1.3개에서 2.5개로 늘어났어요. 방문자와 미디어 모두를 만족시켜준 거죠.”
백 대표에 따르면, 이 분야에서 데이블이 한국과 중국에서 1위다. 한국에서 상위 30위 미디어를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이 67%이고, 대만에서도 후발주자로 시작했지만 시장점유율 24%로 1위를 하고 있다고 한다.
데이블의 지난해 매출은 456.8억 원이며 이중 45%가 해외 매출이다.
■“데이블의 뿌리는 SK플래닛이죠”
백 대표는 대학 때 생명공학을 전공했고 공학 석사를 취득한 뒤 3개의 회사를 다녔지만 조금이라도 어릴 때 사업을 시작하고 싶었다. 부친이 사업을 한 영향도 있지만 70~80세까지 원하는 일을 하려면 창업을 하는 길 밖에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창업을 하지 않았으면 자영업자가 돼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기회는 SK플래닛을 다닐 때 찾아왔다.
“SK플래닛에 레코픽(RecoPick)이라는 사내벤처팀이 있었죠. 11번가 등에 개인화 추천 기술을 제공하는 조직이었어요. 그런데 SK 내부에 있는 것보다 독립하면 더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뜻을 같이한 이채현 공동대표, 김군우 CPO 등과 함께 2015년에 창업을 하게 됐어요. 국내에서 역사가 짧지 않은 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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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이름인 데이블은 Data와 Able의 합성어다. 인공지능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사용자에게 더 나은 가치를 만들어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말이다. 그 가치를 한 마디로 압축하면 ‘개인화 추천’이다. 추천은 당연히 선택을 위한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누구든 이미 데이블의 추천 정보를 선택해봤을 수도 있다.
덧붙이는 말씀: 백승국 데이블 대표가 다음 인터뷰 대상으로 추천한 사람은 케어마인드의 신윤제 대표입니다. 케어마인드는 수술 후 회복 관리를 도와주는 ‘애포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