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디지털·신기술 축제로 서울 코엑스에서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간 열린 '2023 대한민국 디지털미래혁신대전(디미혁 2003)'이 막을 내렸다. 25일 오크우드호텔에서 열린 VIP 오찬을 시작으로 공식 일정에 돌입한 '2023 디미혁'에는 산업계는 물론 학계, 연구계, 정계, 관계의 디지털과 과학기술을 선도하는 리더와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세계적 열풍이 일고 있는 생성AI를 비롯해 양자컴퓨터, SaaS(인터넷으로 제공하는 SW), 클라우드, 바이오헬스케어와 윤석열정부 국정과제인 디지털플랫폼정부의 현재와 미래를 제시했다.
'어워드'를 포함해 행사 7년차인 올해는 테크 일자리 포럼과 전시, 인디게임 축제가 처음으로 함께 열려 의미를 더 했다. 세상을 바꿔가는 여러 혁신 벤처 및 스타트업과 중견기업, 대기업 등 국내 ICT 시장을 선도하는 300여 기업이 부스 전시와 컨퍼런스에 참여해 신기술 향연을 펼쳤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등 ICT 분야 공공기관들도 대거 참여했다. 또 서울시 산하 기관인 서울디지털재단과 서울경제진흥원(SBA)은 물론 강원테크노파크(강원TP), 연세대미래캠퍼스, 천안 소재 한국기술교육대학교(한기대), 구미전자기술원 등 지역 경제를 선도하는 기관들도 동참했다.
첨단기술 전시회와 함께 6개 컨퍼런스가 열렸는데 B2B와 B2C를 아우르는 행사답게 컨퍼런스 강사진도 돋보였다. 92만여 구독자를 갖고 있는 유튜버 희철리즘(윤희철)과 세계적 로봇 과학자 데니스 홍 미국 UCLA 교수와 세계적 AI연구자 이홍락 LG AI연구원 최고과학자가 발표자로 나섰다. 특히 데니스 홍 교수는 이번 행사에서 조리 로봇 '요리(YORI)'를 세계 처음으로 공개, 시선을 모았다.
행사에 참석한 안철수 의원은 "디지털· 과학기술은 대한민국의 미래의 운명을 결정짓는 거의 모든 것"이라면서 "대한민국 생존을 위해서는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고, 강도현 과기정통부 실장은 "국민과 기업이 체감하는 디지털 성과를 창출하고 '글로벌 디지털 모범국가 대한민국'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경묵 지디넷코리아는 "향후 5년이 미래 50년을 좌우하는 디지털 패권 시대를 맞아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 디지털 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염원을 담고 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 데니스 홍 교수 조리로봇 세계 첫 공개
이번 행사에서 배민 조리로봇 '요리(YORI,Yummy Operations Robotics Initiative)'가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요리'는 데니스 홍 교수가 로멜라 연구소장을 맡아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25일 프로토타입(시제품)이 세계 처음 공개된 '요리'는 단일 메뉴만 만들 수 있던 기존 조리 로봇 달리 '듀얼-암(Dua-Arm)' 기술을 토대로 조리 기본 동작이자 정교함이 필요한 칼질, 반죽하기 등 동작들을 구현할 수 있다. 로봇 이름 '요리'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는 로봇 기술의 시작(Yummy Operations Robotics Initiative)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양자 컴퓨터·UAM·동형암호 등 신기술 향연
한국표준과학연구원(표준연)이 보유하고 있는 국내 처음이자 최대 규모 양자컴퓨팅도 전시장에 마련됐다. 이용호 표준연 초전도양자컴퓨팅시스템연구단장은 26일 열린 양자컴퓨터 강연에서 "반도체 등 현대 디지털 기술은 양자역학의 발견을 적용한 기술을 상용화했기에 가능했다. 이제 디지털을 넘어 퀀텀 시대로 도약하는 제2 양자 혁명이 도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단장은 양자 컴퓨팅은 초고속 연산이 가능해 산업과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세계 주요 국가들 및 빅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양자 프로세서 개발 등에 대한 투자에 나섰다"고 소개했다. 우리나라도 전략적 중요성을 가진 양자 기술을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표준연이 50큐비트급 양자 컴퓨터 구축 사업을 주관하고 있다.
도심항공교통(UAM)을 소개한 컨퍼런스도 관심을 모았는데 신용식 SK텔레콤(SKT) 부사장은 "UAM은 배터리를 활용하기 때문에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굉장히 획기적인 교통수단"이라면서 "특히 국내 교통 혼잡 문제로 발생하는 비용이 연간 70조원 이상으로 예상되는데, 그 비용들을 상당 부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굉장히 좋은 트리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40여년간 국내 ICT 선도기술 연구를 주관해온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는 동형암호와 관련한 기술들을 전시, 시선을 모았다. 동형암호 하드웨어(HW) 기술 개발을 몇 곳에서 하고 있지만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처럼 칩으로 내놓은데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미국 대학 교수로 세계적 AI석학인 이홍락 LG AI연구원 최고과학자(CSAI)는 생성AI를 강조하며 "세계 연구자들이 생성 AI의 환각 현상과 데이터 편향을 없애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생성 AI가 정확성·신뢰성을 확보하면 향후 앞날을 정확히 바라보는 '예측 AI'까지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는 AI 환각 현상을 막는 자사의 'RAG42'를 소개했는데, 'RAG42'는 검색 증강 생성 기술(RAG)을 활용해 환각현상을 최소화했다.
■ SW 시장 게임체인저 SaaS 열기도 후끈
패키지SW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인터넷으로 SW를 제공하는 SaaS 열기도 뜨거웠다. 올해 2회째를 맞은 '2023 SaaS 서밋'이 25일 코엑스 4층에서 개막, 하루 종일 진행됐다. SaaS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이 참여해 신제품과 기술을 소개했다.
이날 강도현 과기정통부 실장은 국내 SaaS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면서 "출범이후 디지털에 대한 화두를 던진 현 정부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시장을 이끄는 새로운 시대에 대한 원대한 포부를 품고 있다”면서 “특히 인공지능(AI)를 비롯한 클라우드와 SaaS는 민간의 주도로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차세대 반도체로 주목받는 디지털 헬스케어
행사 둘째날인 26일 오전에는 '디지털헬스케어포럼 2023(DHF2023)’이 디지털헬스케어연합포럼·주한덴마크대사관·대한의료데이터협회가 공동주최하고 지디넷코리아가 주관, 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한국보건산업진흥원·한국제약바이오협회 등이 후원한 가운데 열렸다.
행사에서 유형원 디지털헬스케어연합포럼 총무이사 겸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41%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의 사례를 예로 들며 국내 디지털헬스기업이 나가야할 방향을 제시했다. 유 교수는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은 소프트웨어(SW), 원격진료, 인공지능(AI), 웨어러블 순으로 관련 기업 비중이 높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주로 하드웨어 집중돼 있어 다변화가 필요하다"면서 ""국내 헬스케어 기업들은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영세한 경우가 많지만,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들이 헬스케어 사업에 뛰어드는 등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굉장히 많은 기업들이 괄목한 만한 성장을 이루고 상장을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짚었다.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는 “정부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보건의료 해결을 넘어 반도체보다 더 큰 시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700조원 규모의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 소비자가 되기 보다는 이를 기회로 선도적으로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 연일 북적된 채용 브랜딩 페스티벌 '잡테크 커넥팅 데이즈'
올해 처음 열린 잡테크 행사에는 취업준비생과 테크 기업 인사 채용 담당자들로 북적였다. 이직을 생각하는 직장인들도 참여해 국내 대표 테크 기업과 교육 기업들이 전하는 채용 트렌드와 ‘힙’한 기업들의 일하는 기업 문화에 귀를 기울였다.
‘잡테크 커넥팅 데이즈’라는 이름으로 열린 행사에는 ▲원티드랩 ▲제네시스랩 ▲나만의 닥터 ▲네이버 ▲당근(구 당근마켓) ▲라인 ▲오늘의집 ▲직방 ▲토스CX ▲힐링페이퍼(강남언니)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서울경제진흥원(SBA) 등이 부스를 마련하고 참관객들을 맞았다.
특히 ‘에듀테크 기업이 그리는 일의 미래’ 주제로 열린 컨퍼런스에는 ▲원티드랩(이복기 대표) ▲멋쟁이 사자처럼(권오철 CAO) ▲팀스파르타(이범규 대표)가 강연을 맡았고, 이어 ‘IT/SW 산업과 인재 육성 전략’ 주제 컨퍼런스에는 ▲김현우 서울경제진흥원 대표가 오프닝 강연을 ▲원티드랩 정승일 교육사업 총괄과 ▲크래프톤 김현수 정글 코칭실장이 채용 트렌드와 인재육성 전략 등을 설명했다. 120석에 달하는 좌석이 거의 모든 강연 내내 만석을 이룰만큼 관심이 높았다.
■ 디지털플랫폼정부(디플정) 현재와 미래 조망
윤석열정부의 국정과제인 디플정 현재와 미래를 조망한 컨퍼런스도 큰 관심 속에 열렸다. 디플정 플랫폼부문 태스크포스(TF)장인 송호철 더존비즈온 플랫폼사업부문 대표는 "정부의 인터페이스나 기능들을 오픈 플랫폼화해서 기업이 가지고 있는 기능들을 정부의 사이트와 연계해 국민들이 익숙하게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앱)에 사용할 수 있게 할 것"이라면서 "창구를 오픈해서 민간의 수많은 혁신이 그 창구를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오픈 플랫폼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디플정에서 초거대AI 부문을 맡고 있는 하정우 네이버 AI혁신센터장은 앞으로 초거대AI가 공공 업무와 민간 일상에 더 빨리 들어설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기술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었다. 디플정은 기존 전자정부를 넘어 새로운 시대를 개척할 것"이고 강조했다.
■ 덴마크 고령부 장관도 방문
메테 키르케고르(Mette Kierkgaard) 덴마크 고령부 장관이 취임 이후 첫 해외 순방국으로 한국을 찾아 행사장을 방문했다. 덴마크 고령부는 우리나라의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비교되는데 담당 역할과 권한은 더 크고 넓다. 고령부 자체 인력이 200명이다. 메테 장관은 방한 이유에 대해 “한국의 혁신적인 복지 기술과 기술의 현장 적용 사례를 배우고 싶었다"면서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덴마크와 우리나라가 당면한 고령화와 대응, 디지털 복지 기술의 현장 적용 과제, 치매 노인 관리 등을 이야기했다.
■ 92만 유튜버 희철리즘 "자기 스스로를 믿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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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만여 구독자를 확보한 유튜버 희철리즘(윤희철)도 강사로 나서 여행 영상 크리에이터로 성공하기까지의 여정을 밝혔다. 그는 좋아하는 일을 본업으로 삼아 활약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믿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강연에서 최근 관광 콘텐츠학과를 개설한 모 대학에서 겸임 교수 제안을 받았다면서 "석박사도 안 했는데 말도 안 되는 것”이라면서 “점과 점이 연결돼 선이 된다는 스티브잡스 말처럼, 당장은 예측할 수 없지만 10년 뒤 봤을 때 우리가 걸어온 점들이 다 연결돼있을 것이다. 유튜브가 잘 될지도 몰랐고, 불안했기 때문에 온라인 강의도 시작한 것인데 대학 교수 자리까지 제안 받게 됐다”고 들려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