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사업이 위기다. 서피스 사업을 총괄하던 책임자는 아마존으로 이직했고, 사업 성적은 성장둔화를 건너뛰고 실적 급감을 보이고 있다.
최근 미국지디넷 외부필진 에드 봇은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사업의 위기를 진단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는 2012년 처음 출시됐다. 윈도8을 탑재한 서피스와 arm 아키텍처 기반 윈도RT를 탑재한 서피스RT가 시작이었다. 서피스RT의 큰 실패를 딛고 2018년 50억달러에 근접하는 매출을 기록하며 마이크로소프트의 태블릿 사업은 성장궤도에 오르는 듯 했다. 그러나 이후 정점을 찍고 급격한 매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에드 못은 5년전 게재했던 기고를 재인용 했다. 그는 당시 글에서 "5년전 정신이 온전한 사림이라면 그 숫자에 돈을 걸지 않았을 것"이라며 "2013 회계연도말 마이크로소프트는 서피스RT의 엄청난 실패를 설명하기 위해 일회성 9억달러를 감액해야 했다"고 적었다.
이어 "많은 회사가 그 시점에서 포기했을 것이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접근 방식을 장기적이고 끈질기며 파트너 중심적이라고 묘사한 스티브 발머의 회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발머는 파트너로 가득찬 경기장에서 '우린 집에 가지 않는다, 우리는 계속 오고 오고 오고 있다, 끈기 있고, 끈기 있고, 끈기 있다'고 말했었다"며 "실제로 4년간 전반적 PC 출하량 침체와 감소 속에서 서피스 사업은 연평균 22%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적었었다.
실제로 서피스 사업부는 2022 회계연도말 최고점에 도달했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사업부 매출은 70억달러에 육박했다.
문제는 다음해부터였다. 2022년 7월부터 시작된 2023 회계연도 들어 서피스 매출은 급전직하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2 회계연도 실적보고에서 서피스 매출 수치 보고를 중단하고 대신 전년도 매출 변경 사항을 백분율로 공개하기로 했다. '서피스 매출' 항목은 '디바이스 매출 성장'으로 변경돼 키보드, 마우스, 기타 액세서리 등의 판매를 종합해 보고했다.
지난 7월말로 종료된 2023 회계연도의 서피스 매출 성적은 암울했다. 연례보고서엑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채널 재고 수준의 증가로 PC 수요 감소를 넘어 추가적인 약세를 계속 초래함에 따라 디바이스 매출이 18억달러 또는 24% 감소했다"고 밝혔다. 서피스 매출의 감소 수준은 현 시점의 PC 시장 침체 수준보다 나쁘다.
2023 회계연도 서피스 매출은 2019년 성적보다 낮은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그에 이어 2023 회계연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9월30일 마감되는 분기의 디바이스 매출이 계속 급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디바이스 부문에서 전체 PC 시장과 더 높은 마진의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함에 따라 30%대 중반까지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나마 서피스 제품군 중 서피스프로와 서피스랩탑의 성적은 나름 성공적이다. 그러나 두 제품 모두 최신 제품 출시 후 1년 넘게 새 버전 출시 소식이 없다.
지난 21일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마이크로소프트 이벤트에선 하이엔드 제품인 서피스 랩탑 스튜디오2와 서피스 랩탑 고3, 서피스 고4, 서피스허브3 등이 발표됐다. 플래그십 라인의 신제품 출시가 1년 넘게 멈춘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망에 의하면, 서피스 사업 매출은 이번 분기 2016년과 2017년 수준까지 떨어지게 된다.
서피스 사업의 위기 속에서 부서 책임자도 갑작스럽게 이탈했다. 윈도&디바이스 사장을 맡아온 파노스 파네이가 21일 행사를 이틀 앞두고 돌연 퇴사한 것이다. 파노스 파네이는 처음에 디바이스 사업을 맡았다가 윈도11까지 맡으며 막중한 역할을 부여받았다.
비즈니스인사이더의 보도에 의하면, 파노스 파네이는 최근 마이크로소프트 윈도&디바이스 부문의 상당한 변화에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회사가 실험적 디바이스에 자금을 투입하기보다 히트작에 더 집중하고, 서피스 사업을 단순화하기 위해 자금지원을 삭감한 것에 불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히트작은 서피스프로와 서피스랩탑 제품군이다. 두 제품은 지난 수년동안 외형상 변화를 거의 주지 않았다. 서피스프로8과 서피스랩탑5에 썬더볼트4 지원이 추가된 게 그나마 눈에 띄는 업그레이드였다.
21일 이벤트는 사실상 윈도11과 마이크로소프트365의 코파일럿 시리즈 출시에 초점을 더 맞췄고, 디바이스 부문의 신제품은 뒤로 밀렸다.
지난 3년 사이 서피스 사업부의 신제품 출시는 난항을 겪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반의 듀얼스크린 휴대폰 '서피스듀오'는 높은 가격과 불편한 사용성으로 혹평을 받았다. 2019년 서피스듀오와 함께 발표된 접이식 듀얼스크린 태블릿 '서피스네오'는 출시조차 되지 못하고 2020년 내부에서 폐기됐다.
서피스네오에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던 새로운 '윈도10X'란 운영체제도 함께 폐기됐다. 윈도10X는 크롬OS와 크롬북에 대항하기 위한 경량형 윈도 운영체제로 개발됐다.
사티아 나델라 회장은 그동안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제품에 단호한 결정을 내려왔다. 윈도10X는 온전한 성능을 내지 못해 테스트 단계에서 포기 결정을 받았다.
에드 봇은 2019년 글에서 "윈도10X는 여러 화면을 갖춘 새로운 PC 폼팩터의 기본 OS로 데뷔할 것"이라며 "그러나 핵심 혁신은 OS의 코어와 격리된 보안 컨테이너에서 기존 윈도 데스크톱앱을 실행하는 기능"이라고 적었다. 그는 "이 기술이 머지않아 더 전통적인 폼팩터로 마이그레이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윈도10X는 듀얼스크린이란 새 하드웨어에 맞춘 것처럼 보였지만, 내면은 x86 기반 윈도 앱의 최신 아키텍처 이식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 개발팀은 x86 기반 윈도 앱을 별도의 변환작업을 거치지 않고 arm 아키텍처로 이식할 수 있는 컨테이너 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쓸 앱이 없다'고 혹평 받으며 역사 속으로 사라진 윈도RT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 노트북 시장의 주요 영역이었던 교육 부문을 구글 크롬북에게 다수 빼았겼다. 무겁고 고가였던 윈도를 경량화하고 저렴한 하드웨어에서 돌아갈 수 있는 새 윈도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어쨋든 소프트웨어 기술 성과는 살아남았다.
윈도10X는 3년의 '코어PC 프로젝트'를 통해 명맥을 이어 진행됐다. 코어PC 프로젝트는 내년 윈도12로 출시될 것으로 전해진다. 코어PC는 모듈식과 사용자지정 가능한 변형을 특징으로 한다.
윈도센트럴의 잭 보우덴은 "소식통에 의하면, 코어PC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침내 OS 공간, 성능, 기능 등의 면에서 크롬북과 경쟁할 만한 윈도 버전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저사양 교육용 PC로 설계된 엣지, 웹앱, 라떼 프로젝트 기반 안드로이드앱, 오피스 앱 등만 실행하는 윈도 버전은 이미 내부적으로 초기 테스트를 진행중이며, 윈도11 SE보다 약 60~75% 더 작다"고 보도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크롬북과 경쟁 외에도 애플의 M2 기반 맥북 라인업과 경쟁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하는 입장이다. 애플 M2 맥북과 견줄 수 있는 성능과 배터리 수명을 확보하려면 Arm 프로세서가 필수다. 이는 퀄컴의 차세대 칩인 누비아 SoC 출시 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퀄컴의 최신 칩 활용이 서피스 사업의 회복을 결정짓는 중요한 계기로 여겨진다.
에드 봇은 "윈도온arm은 적어도 퀄컴의 현재 SoC 디자인을 사용하는 경우 애플보다 훨씬 뒤떨어진다"며 "누비아 기반 오리온 아키텍처를 성공적으로 출시해 일부 사용자지정 윈도 기능을 구축할 수 있다면 따라잡을 수 있고, 심지어 경쟁에서 뛰어넘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것이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근 하드웨어 이벤트에서 서피스프로나 서피스랩탑의 향후 버전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이유일 것"이라며 "x86 기반 하드웨어의 배터리 수명을 두 배로 늘리고, 고급 AI 작업을 위한 신경처리장치를 갖추면서 보안 컨테이너에서 앱을 실행할 수 있는 Arm 장치는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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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사업부는 저가형과 고급형 모두에서 힘든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두 방향의 경쟁에 모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에드 봇은 "예산 삭감과 핵심 리더의 상실에 직면에 이를 수행해야 할 때 도전은 더욱 악화된다"며 "서피스 롤러코스터를 탈 준비를 하라"고 글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