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부검합시다"…강남 초교 학부모 '갑질 단톡방' 충격

"아빠들 나서기 전에 해결해…가족 중 고위공무원 있다" 협박도

생활입력 :2023/09/27 09:30

온라인이슈팀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단체대화방을 개설한 뒤 교사들에게 지속해서 갑질을 행사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26일 교육언론 창은 서울 강남의 공립초등학교 학부모 익명 단톡방인 'A사모(서울 A초를 사랑하는 모임)'의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해당 학교는 학부모 민원에 시달려 지난 7월17일 스스로 생을 마감한 서울 서이초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A사모'는 2021년 9월3일 개설됐으며, 26일 기준 366명이 가입된 상태였다. A초등학교 일부 학부모들이 과밀학급 해소를 위한 모듈러 교실 반대 활동을 벌일 때 이 단톡방을 만들었다는 게 매체의 설명이다.

먼저 한 학부모는 "전 이 익명(단톡)방이 영원했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힘을 가진 느낌이 있잖아요? 우리들 톡을 통해서 많은 쌤들 신상에 변화 생긴 거 다 봤잖아요. 저만 쓰레기인가요?"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또 다른 학부모는 당시 교장을 겨냥해 "교장 멱살 한 번 제대로 잡혀야 정신 차릴 듯"이라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당시 교장이 충격을 받은 듯 보이자 한 학부모는 "교장 선생님 몸이 많이 안 좋아지셨나 봐요. 부검합시다"라고 조롱했다.

이른바 '남편 권력'을 내세우며 교장을 협박하는 학부모도 있었다.

한 학부모는 "시간 얼마 안 남았어요. 아빠들 나서기 전에 해결하세요"라며 "점잖은 아빠들 나서면 끝장 보는 사람들이에요. 괜히 사회에서 난다긴다 소리 듣는 거 아니에요"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여기 학부모들이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만 있는 줄 아나 봐요. 왜 학부모나 친인척 중에 고위공무원이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모듈러 사업을 철회가) 조용히 정년까지 갈 마지막 기회"라고 적었다.

그러자 다른 학부모들이 "진짜 이런 분들이 나서면 무서운 거 아셔야 할 텐데요", "A초에 어울리지 않은 교장은 물러나야죠. 학부모들 데리고 이렇게 괴롭히는데 어린애들한테는 어떻게 할지" 등 호응했다.

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진 대전 초등학교 교사의 발인이 거행된 9일 숨진 교사가 근무했던 교실에 조화가 놓여 있다. 2023.9.9/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이외에도 교장의 실명을 거론하며 인신공격하기도 했다. "교장 그릇 아니다", "미친 여자", "○○○씨, 동대문에서 장사하시다 오셨나요?" 등 비꼬는 글이 올라왔다. 결국 이 무렵 모듈러 사업은 A초와 서울시교육청의 사실상 포기선언으로 취소됐다.

이런 사태가 벌어진 뒤 A사모 학부모들은 "오늘도 아침을 모닝 민원으로 시작했다", "민원은 사랑입니다", "오늘 아침도 모닝 민원과 함께 시작해 봐요" 등 '민원 놀이'를 이어갔다.

특히 지난 4일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 집회에 참석하는 교사들을 상대로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한 학부모는 "4일에 집회하시고 5일부터는 복귀하셔서 교사의 임무를 다하시면 좋겠다. 5일에 학생들과 만나시면 교실을 비워서 미안하다고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초 교사들은 단톡방의 감시와 민원 때문에 하루하루 불안에 떨고 있다고 알려졌다. A초 교장은 이 단톡방에 민원 글이 올라오자마자 학부모들에게 올해만 두 차례 사과문을 보내기도 했다.

실제로 한 학부모는 "결국 교장 형사 고발해서 몰아내고 정년 앞둔 선생님 아동학대 고소해서 그만두게 했다"며 "올해도 시시콜콜 때마다 학교에서 사과문이 왔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A사모 학부모들이) 아파트 위에서 선생님들 지각 하나 안 하나, 몇 시 퇴근하는지 보고 교무실에 전화했다. 저 단톡방 가관이었다"면서 "수업 시간에 모 학년 몇 반 선생님이 무슨 말 했는지 단톡방에 돌고 같이 항의 전화 넣었다. 젊은 선생님들 교체, 병가, 정신과 다니고 할 수 있는 한 휴직하고 선생님들 다 빠져나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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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A사모 학부모들은 논란이 커지자 외부인 유입을 막으려 비밀번호를 설정해 뒀으나, 27일 현재 해당 단톡방은 폭파된 상태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