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눈처럼 빛을 받아들이는 인공 광수용체를 생체 외 배양 방식으로 만들고, 이 신호를 다른 신경세포에 전달하는 인공 시각회로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17일 밝혔다.
망막 질환으로 인한 시각 장애 치료법 개발을 위한 테스트 키트로 활용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인공 망막으로 발전시킨다는 목표다.
사람의 망막은 적록청과 명암을 구분하는 광수용체 단백질들을 생산하는 세포로 이뤄져 있다. 외부에서 온 빛이 망막에 맺혀 상을 형성하면 시신경을 거쳐 뇌로 전달되는 과정을 통해 사물을 본다.
기존 인공 망막 연구는 인공적으로 광수용체 단백질을 발현시키기 전에 신경세포가 기능을 잃거나 괴사하는 문제가 있었다. 또 실험동물에 적용해 연구할 때 연구비가 비싸고, 냄새나 소리 등 시각 이외 감각 정보로 인한 쥐 행동 변화를 인공 망막에 의한 것으로 오인하는 등의 변수가 생겼다.
KIST 센서시스템연구센터 김재헌·송현석 박사팀과 뇌융합기술연구단 김홍남 박사팀은 신경세포의 기능성과 생존력을 높인 스페로이드(spheroid)라는 세포 군집에서 광수용체를 발현시켰다. 이를 통해 세포 간 상호작용을 증대시켜 안정적으로 인공 광수용체 단백질을 발현시켰다.
스페로이드는 다수 세포가 모여 하나의 구를 이루며 3차원으로 조직화된 세포 덩어리로, 생체 조직과 미세종양을 모방하는 모델로 쓰인다. 기존 2차원 세포배양을 통해 광수용체 단백질을 주입했을 때 신경세포 생존률은 50% 이하였으나, 스페로이드를 쓰자 80% 이상으로 높아졌다.
연구진은 명암을 구분하는 로돕신과 색 구분을 위한 청색 옵신 단백질을 발현해 각각 청색과 녹색에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스페로이드를 제작했다. 이 스페로이드는 사람의 눈이 인식하는 색과 동일한 파장에서 반응을 일으켰다.
이후 눈을 모사한 광반응성 신경 스페로이드와 뇌를 모사한 일반 신경 스페로이드를 연결한 디바이스를 제작하고, 일반 스페로이드까지 신경 전달이 확장되는 과정을 형광 현미경으로 포착했다. 인간의 뇌가 망막에서 발생한 신호를 다른 색으로 인지하는 과정을 탐색할 수 있는 시각신호 전달 모델을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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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헌 박사는 "인공 광수용체의 시각신호 전달 가능성을 다각적으로 검증해 동물실험 의존을 줄이고 연구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며 "앞으로 인간이 볼 수 있는 모든 색을 인식할 수 있는 스페로이드를 생산해 시각 관련 질환 및 치료에 대한 테스트 키트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향후 사람의 망막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인공 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연구는 KIST 내 부서 간 융합연구를 통해, 도전적이고 인류에 공헌하는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하는 그랜드 챌린지(GRaND Challenge) 사업을 통해 개발됐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Eye-mimicked neural network composed of photosensitive neural spheroids with human opsin proteins'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