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상승으로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다시 높아지고 있지만, 시장은 연방준비제도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통화정책 강도를 높이면 경기에 큰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13일(현지시간) 주요외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 노동부는 8월 CPI가 지난해 동월 대비 3.7%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앞서 시장전문가들이 예상한 전망치(3.6%)를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미국의 CPI는 6월 3.0%, 7월 3.2%를 기록하며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현지 휘발유 가격이 8월 한 달간 10% 넘게 뛰었고 항공료도 5% 가까이 오르며 물가 상승을 부추겼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미국의 CPI가 다시 오른 상황이지만, 시장에선 “연준이 이번달 FOMC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5.25~5.50%로 동결할 것”이란 목소리가 있는 상황이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가 ‘일일 원유 생산량을 100만 배럴로 제한하겠다’는 정책을 오는 12월까지 연장하며 국제유가 추가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연준이 인플레이션 해소를 이유로 기준금리를 더 올리면 경기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DS투자증권 양해정 연구원은 “9월 FOMC에서 기준금리 동결시 시장금리 하락과 달러화 약세가 진행되면서 유가 상승의 부담이 일정 부분 상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최제민 연구원은 “8월 CPI 결과가 9월 FOMC의 기준금리 동결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주 미국의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 대비 1만3천명 감소한 것을 놓고 봤을 때 추가 긴축 여력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줄었다는 건 고용시장이 견고하다는 것을 뜻한다.
최제민 연구원은 “유가 상승와 파업 증가 등 인플레이션을 재차 자극할 수 있는 이슈가 현재 수준보다 악화될 경우 추가적인 긴축 또는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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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증권 오창섭 연구원은 “다음 주 FOMC에서 실업률과 물가를 볼 텐데 물가가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실업률이 완화적이라면 통화긴축 분위기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제유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NH투자증권 정여경 연구원은 “유가는 향후 미국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감산을 연말까지 연장함에 따라 원유 공급량은 축소되는 반면, 미국과 중국의 석유 소비가 여전히 견조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