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차세대 메모리반도체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최근 북미 주요 GPU 고객사와 HBM3 테스트를 완료한 데 이어, HBM과 함께 공급 가능한 최선단 패키징 기술도 적극 개발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HBM 공급 물량 확대를 위해 회사의 2.5D 패키징 기술인 '아이큐브'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적층한 뒤, TSV(실리콘관통전극)을 통해 연결한 차세대 메모리다. 기존 D램 대비 데이터 처리 성능이 월등히 높아 AI 반도체와 같은 고성능 칩과 함께 탑재되고 있다.
■ 2.5D 패키징 기술 함께 제공...수주량 3~4배 확대 기대
HBM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기업은 경쟁사인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가장 최근 상용화된 HBM3(4세대)를 AI 반도체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인 엔비디아에 단독으로 공급해왔다.
다만 삼성전자 역시 HBM3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는 "HBM3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성능과 용량으로 고객사와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며 "이미 8단 16GB와 12단 24GB 제품을 주요 AI SoC 업체와 클라우드 업체에 출하하기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AMD를 비롯한 핵심 고객사에도 HBM3를 납품할 예정이다. 최근 HBM3 모듈에 대한 퀄테스트를 통과해, 양산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업계는 삼성전자가 HBM3 공급 물량을 크게 확대하기 위해서는 2.5D 패키징 기술의 중요성이 더 높다고 보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HBM 제품 자체만이 아니라, HBM을 로직 반도체와 완결하기 위한 2.5D 패키징 기술도 함께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2.5D 패키징은 넓은 기판 모양의 실리콘 인터포저 위에 반도체 다이(Die)들을 수평 배치하는 구조로 구성된다.
삼성전자는 이 2.5D 패키징을 '아이큐브'라는 브랜드로 기술력을 자체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HBM 모듈을 몇 개 탑재하느냐에 따라 아이큐브2(HBM 2개 탑재), 아이큐브4(HBM 4개 탑재) 등으로 발전해오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최근 주요 고객사와의 테스트에서 중점적으로 보고 있는 기술은 아이큐브6, 아이큐브8다. 업계 내 최신 HPC(고성능컴퓨팅) 가속기인 엔비디아 'GH100', AMD 'MI300' 등이 HBM을 6~8개 탑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주요 GPU 고객사들과 아이큐브6, 아이큐브8에 대한 품질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며 "특히 아이큐브8이 테스트를 통과하면 하위 버전 인증이 자동으로 완료되기 때문에 아이큐브8에 더 많은 힘을 싣고 있는 상황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HBM 및 2.5D 패키징을 고객사에 함께 제공하는 경우, HBM을 단품으로 넣는 것보다 공급 물량을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HBM에서 패키징의 중요성이 대두된 이유는 생산능력(CAPA)의 한계 때문이다. 현재 AI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엔비디아는 대만 TSMC의 파운드리 및 패키징 기술을 활용한다. TSMC는 자체 개발한 2.5D 패키징에 'CoWoS'라는 이름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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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엔비디아·AMD 등 주요 고객사들이 TSMC에 패키징을 상당 부분 의존하면서, TSMC의 패키징 생산능력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TSMC도 CoWoS 용량을 올해 월 8천장에서 내년 말까지 1만6천장 수준으로 늘릴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투자 시기를 고려하면 당장의 생산능력이 빠듯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HBM 물량이 충분해도 패키징 부족 때문에 AI 반도체 확보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HBM과 패키징을 함께 제공하면 수주량을 3~4배 가량 크게 늘릴 수 있어 삼성전자도 2.5D 패키징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