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용 음향기기가 갖춘 노이즈캔슬링(NC) 기능이 매년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작은 이어폰 유닛도 NC 전용 프로세서를 갖추고 주변 소리를 상쇄하는 능력이 수준급이다.
소니코리아는 2017년 첫 무선 NC 이어폰 ‘WF-1000X’를 선보인 이후 2년마다 새 제품을 내놓고 있다. 첫 제품의 슬로건은 ‘케이블, 노이즈, 스트레스에서 벗어난 자유’였다. 2019년에는 ‘WF-1000XM3’ 제품이 넥밴드형 ‘WI-1000XM2’와 함께 등장했다. 이 당시에는 ‘노이즈 캔슬링으로 몰입하다’라는 문구를 썼다. 이후 2021년 ‘WF-1000XM4’에는 ‘헤드폰에 도전하다’라며 본격적인 NC 성능 개선을 예고했다.
소니가 지난달 국내에 정식 출시한 신형 무선 NC 이어폰 ‘WF-1000XM5’은 특히 NC 기능을 강조했다. 헤드폰에 도전장에 내놓은 지 약 2년 만에 ‘이것은 작게 진화한 헤드폰’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헤드폰 형상을 표현한 광고 사진이 나온 것이 이런 배경이다.
■ "마이크·프로세서·드라이버 개선…헤드폰 넘보는 NC"
기자는 WF-1000XM5 제품을 약 2주간 사용해보며 정말 헤드폰에 버금가는 성능을 갖췄는지 살펴봤다. 결론을 우선 밝히면 NC 성능만큼은 지금까지 경험한 어떤 이어폰과 헤드폰보다 우수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점은 이어팁이다. 차음성이 우수한 ‘폼 팁’ 타입과 착용감이 좋은 ‘실리콘 팁’의 장점을 결합한 모습이다. 외관은 전작에 적용된 이어팁과 유사하나, 테두리 두께를 줄이고 메시망을 추가하는 등 변화가 있었다. 작은 귀를 위한 SS 사이즈 팁도 새로 추가했다.
이 이어팁을 귀에 끼는 것만으로도 주변 소리를 차단하는 효과가 상당했다. 두툼하면서 귀 안쪽에 딱 맞는 형상이다. 수험생 시절 끼던 이어플러그와 유사하게 느껴졌다.
WF-1000XM5는 액티브 NC 개선을 위해 마이크, 프로세서, 드라이버를 모두 개선했다.
우선 앞서 헤드폰에 탑재하던 멀티 노이즈 센서를 그대로 적용했다. 작은 이어버드 하나에 2개 피드백 마이크와 1개 피드 포워드 마이크를 갖췄다. 양쪽에 총 6개 NC 마이크를 탑재해 헤드폰 급 노이즈 수음 능력을 보여준다.
이렇게 입력된 주변 소음은 2개 프로세서로 연산한다. WF-1000XM5는 HD 노이즈 캔슬링 프로세서 ‘QN2e’와 새로 개발한 통합 프로세서 ‘V2’를 탑재했다. 소음 파형을 더 정확하고 빠르게 분석한다.
드라이버는 8.4mm로 전작 대비 면적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저역대에서 보다 정확한 상쇄음을 구현해 정확한 NC를 돕는다.
이렇게 구현된 NC 기능은 외부 환경에서 음악을 듣거나 통화할 때 불편을 상당 부분 줄여줬다. 특히 지하철과 같은 시끄러운 곳에서 열차 진동과 같은 규칙적 소음을 잡아주는 효과가 상당했다.
■ "돔·엣지 재질 분리…LDAC 코덱 지원"
소리는 어떨까. WF-1000XM5에 새로 적용한 다이나믹 드라이버 X는 강한 저음부터 청명한 고음까지 폭넓은 사운드를 표현한다. 또한 신형 드라이버는 돔과 엣지 재질을 분리한 구조로 진동을 줄였다.
WF-1000XM5은 무선 환경에서 완성도 높은 사운드를 구현하기 위해 LDAC 코덱도 지원한다. LDAC는 최대 990kbps로 고해상도 오디오를 원음 그대로 무선 전송하는 코덱이다. 다만 아이폰은 해당 코덱을 이용할 수 없어 이 소리를 경험해보지는 못했다.
디지털 음질 업스케일링 기술인 DSEE 익스트림은 압축 과정에서 손실된 사운드를 복구한다. 소니 공간 오디오 기술을 활용한 360 리얼리티 오디오도 갖췄다.
WF-1000XM5는 골전도 센서와 5억개 이상의 목소리 샘플을 분석해 개발한 AI 기반 노이즈 감소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시끄러운 환경에서도 선명하고 자연스러운 통화 품질을 제공한다. 메시 구조 마이크는 바람 소리를 줄여준다.
■ "크기·무게 큰 폭 줄어…NC 끄면 최대 36시간 사용 가능"
다양한 기능을 개선하면서 크기를 줄인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제품 이어버드는 전작 대비 25% 작고 20% 가볍다. 무게는 유닛 당 5.9g 수준이다. 케이스도 더 작아져 휴대성을 높였다.
이외에도 다양한 편의 기능도 갖췄다. 별도 조작 없이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오토 플레이’ 기능도 지원한다. 이어폰을 착용하거나 걷기를 시작할 때 음악 재생 타이밍을 취향에 맞게 설정할 수 있다.
또한 사용자 목소리를 인식해 자동으로 음악을 일시 정지하고 상대의 음성과 주변 소리를 강조해주는 ‘스피크 투 챗’ 기능과 2개 블루투스 장치를 동시에 페어링 할 수 있는 ‘멀티포인트’ 기능도 탑재했다.
제품은 완충 시 최대 8시간 연속 사용이 가능하다. 전용 충전 케이스를 이용하면 최대 24시간 이용 가능하다. NC 기능을 끄면 여기서 이용 시간이 50% 늘어난다. Qi 무선 충전과 IPX4 등급 일상생활 방수도 지원한다.
■ "친환경 소재로 제작…이어팁 4종 크기 제공"
WF-1000XM5는 재생 플라스틱으로 제작했다. 제품 포장은 대나무, 사탕수수 섬유, 재활용 종이 등을 활용해 소니가 자체 개발한 오리지널 블렌드 재료를 적용했다.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제품 구성은 이어폰 양쪽 유닛, 충전 케이스, USB-C 케이블, 여분 이어팁이다. 이어팁 M 사이즈를 기본 장착해 출고되며, SS, S, L사이즈 이어팁 3쌍을 추가로 준다. 여러 크기를 껴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이어팁을 찾아 쓰면 된다.
다만 이렇게 되면 귀에 맞지 않는 이어팁은 활용도가 떨어진다. 애초에 구성을 고를 때 이어팁 사이즈를 선택할 수 있거나, 쓰지 않는 이어팁을 다른 사이즈로 교환해주는 서비스가 이뤄져도 좋을 듯하다.
환경을 생각해서만이 아니라 비용 측면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어폰을 오래 쓰다 보면 이어팁을 갈아야 하는 때가 온다. 소니 노이즈 아이솔레이션 이어팁 ‘EP-NI1010’은 한 쌍에 2만2천9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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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F-1000XM5 색상은 블랙, 플래티넘 실버 2가지로 출시한다. 가격은 35만9천원이다. 여전히 이어폰 가격으로는 익숙해지지 않는 단위지만, 에어팟 프로2 동일 가격인 점을 고려하면 납득 가능해진다.
막강한 NC 성능을 원하는 안드로이드 환경 유저에게 특히 추천할 만하다. 다만 일부 코덱을 이용할 수 없는 아이폰 유저는 기존에 사용하던 에어팟 시리즈가 더 유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