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갈등 조정에서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갈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스타트업은 고사 직전까지 간다. 만약 우리가 폐업하게 된다면 인접 분야에서 근 10~20년 이내에 어떠한 혁신 스타트업도 나오기 힘들 것이다.” (로앤컴퍼니 엄보운 본부장)
법률·의료·세무 등 다양한 플랫폼 분야에서 규제나 신구 사업자 이해관계 충돌 등으로 인한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갈등을 빠르게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업계 목소리가 나왔다.
31일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플랫폼과 산업 갈등 : 쟁점과 과제’ 세미나에서 로앤컴퍼니 엄보운 본부장은 “현실에서 플랫폼 갈등 양상은 스타트업을 말려 죽이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로톡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3번 고발당하고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변협은 검찰 불기소 처분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추가로 고발하고 있다. 이는 피고발 상태로 상대를 묶어 형사사법 절차에 있으니 불법 소지가 있다는 멍에를 씌우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엄 본부장은 “10년간 로톡이 겪은 고통도 그렇지만, 후배 기업, 의료, 세무 등 다른 업계에서도 똑같이 되풀이되고 있다. 반복적인 고소·고발로 기업을 흠집 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소기 성과를 거두는 셈”이라며 “스타트업의 경우 이러한 공격에 매우 취약한 모습이다. 후속 투자가 어렵거나 성장 지표 등이 꺾여 다음 단계로 가기가 힘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엄 본부장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변협과 서울변회를 사업자 단체로 보고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이는 행정 소송으로 다툴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손해보는 것은 스타트업이다. 빠른 결론 없이 시간이 유예되는 것은 혁신 스타트업을 하지 말라는 말”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그는 “만약 로톡이 폐업하게 된다면 인접 분야에서 근 10년~20년 이내에 어떠한 혁신 스타트업 기업도 나오기 힘들 것이다. 갈등 관리에 걸리는 시간에 대해서 집중해 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남성준 다자요 대표는 “신구 갈등에서 조정 역할을 해야 하는 이들이 조정을 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라며 “제도가 없어서가 아니다. 이미 규제샌드박스등 다양한 제도가 있으나, 갈등 조정, 운영하는 공적 기관에서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 대표는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운영하는 공적 기관에 대해 정책적 인센티브가 있다면 갈등 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국회입법조사처 정준화 입법조사관은 “갈등 해결 제도를 만드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그간 결정 방식이 탑다운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갈등을 직면했을 때 어떻게 풀어낼지 경험이 부족하다”며 몇 가지 원칙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혁신을 막을 수는 없다. 천천히 가더라도 중단하지 말자는 원칙이 필요하다”며 “또한 국민을 위하고 전체가 유익한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용자가 갈등 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제를 맡은 순천향대학교 곽규태 교수는 플랫폼을 둘러싼 갈등은 필연적이라며, 갈등을 없애는 것보다 갈등의 편익이 여타 비용보다 커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모니터링, 업계 의견 청취 등으로 적절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갈등은 적절히 관리하면 경쟁 촉진시키고 혁신을 만들 수 있다”며 “디지털 전환 시대에서 상당한 지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갈등을 해결해야 사회적 비용 줄일 수 있으나, 플랫폼 안팎에서 학문적 논의와 이론화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갈등 관리는 갈등을 0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고, 갈등 편익이 결정 비용과 조정 비용보다 높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법 제도, 경제적 접근, 참여 거버넌스적 접근법이 있다”며 “참여 거버넌스 접근법이 이상적이나 사실상 많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대부분 공적 기관이 주도하는 사후적 접근이 선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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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는 “정책 만들어지고 수정됐지만 결과적으로 4분의 3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남아있다. 갈등 지속될 경우 언제든지 활화산처럼 터질 수 있어 모니터링하며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규제 변화, 신구 산업 의견을 청취하고 협의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연세대학교 모정훈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2020년 '타다'가 좌초되는 상황이 있었다. 기술 측면에서 타다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향후 과연 대한민국에서 이런 모빌리티 서비스가 나오지 않을까 묻는다면 그렇지 않을 것이다. 언제 바뀌냐 하는 것은 시간의 문제이지, 가느냐 가지 않느냐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서비스 혁신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면, 어떻게 해서 사회적 합의를 저비용으로 이룰 수 있을지에 논의가 집중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