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세포 작용을 조절해 식사량을 줄이지 않고도 살을 뺄 수 있음을 보이는연구가 나왔다. 치매의 원인으로 여겨지는 뇌 염증이 비만에도 관여함을 시사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은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이창준 단장 연구팀이 뇌 속 별세포에서 지방 대사를 조절하는 원리를 찾았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31일(현지시간) 학술지 '네이처 메타볼리즘(Nature Metabolism)'에 실렸다.
공복감이나 체내 에너지 균형은 뇌의 측시상하부가 관장한다. 측시상하부 신경세포들이 지방 조직으로 연결돼 지방 대사에 관여한다고 알려졌지만, 정확한 지방 대사 조절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다.
■ 마오비 효소에서 지방 대사로 이어지는 연쇄 반응
연구진은 신호 전달을 억누르는 억제성 신경물질인 '가바(GABA)'와 결합하는 수용체를 발현하는 신경세포 군집 'GABRA5'를 측시상하부에서 발견했다.
이어 비만한 쥐에서 GABRA5 신경세포가 주기적으로 발화하는 일이 실제로 많이 줄어들어 있음을 확인했다. 인위적으로 GABRA5 신경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니 지방 조직의 열 발생이 줄어 에너지가 소진되지 않아 지방이 축적되어 체중이 늘었다. 반대로 측시상하부의 GABRA5 신경세포가 활성화되면 체중이 줄었다. GABRA5 신경세포가 체중 조절 스위치인 셈이다.
GABRA5의 활성을 조절하는 것은 측시상하부의 별세포였다. 뇌 중 신경세포가 아닌 별 모양의 비신경세포인 별세포는 뇌 세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뇌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치매와 관련 있는 아밀로이드 베타 찌꺼기가 쌓이는 등의 이유로 염증이 일어나면 별세포의 수와 크기가 증가한 반응성 별세포가 된다.
반응성 별세포는 '모노아민 산화효소 B(마오비, MAO-B)'라는 신경전달물질 대사 효소를 발현, 지속성 GABA를 다량 생성해 GABRA5 신경세포를 억제했다. 반응성 별세포의 마오비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자 GABA 분비가 줄어 GABRA5 신경세포가 활성화되었다. 이는 지방 조직의 열 발생 촉진으로 이어져 식사량 조절 없이 체중이 줄었다. 반응성 별세포의 마오비 효소가 비만 치료의 효과적 표적임을 보인 것이다.
■ 치매와 비만 연관성 있다?
연구진은 나아가 2019년 치매 치료제 개발사 뉴로바이오젠으로 기술 이전해 현재 임상 1상 시험 중인 마오비 억제제 'KDS2010'을 비만 쥐 모델에 투여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 역시 식사량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도 지방이 쌓이는 것을 막고 체중을 감소시켰다.
사문선 IBS 박사후연구원은 "기존의 시상하부를 표적한 비만 치료제는 식욕 조절에 관련된 신경세포 기전에만 집중된 측면이 있었다"라며 "이를 극복하고자 비신경세포인 별세포에 주목해 반응성 별세포가 비만의 원인임을 밝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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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창준 단장 연구팀은 반응성 별세포의 마오비 효소가 GABA를 발현해 기억력 감퇴 등 치매 증상을 보이게 한다는 점을 밝힌 바 있다. 또 마오비를 억제해 GABA 발현을 줄이면 류마티스에 동반되는 인지력 저하를 막을 수 있음도 보인 바 있다.
이창준 단장은 "치매와 비만이 모두 뇌 염증으로 인한 반응성 별세포 문제가 원인일 수 있다"라며 "다만 GABA 발현을 일으키는 원인은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아밀로이드 베타, 비만은 고지방 식이로 다르다"라며 "차세대 비만 치료제로 부상할 KDS2010으로 식욕 억제 없이 효과적 비만 치료가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