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죠. 하지만 하루아침에 먹던 생선을 끊을 수 있나요. 당분간 국내산만 먹겠지만 (오염수가) 우리나라로 흘러들 시기쯤 되면 고민해봐야죠."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시작한 지 만 하루째인 25일 시장 상인들과 시민들은 애써 태연해하면서도 내심 불안을 떨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11시께 서울 마포구 성산동 마포농수산물시장은 이따금 장을 보러온 손님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시장 앞 횡단보도 맞은편에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모두의 바다 우리가 지킵시다"라는 문구로 야당이 건 현수막이 바람에 흔들렸다.
손수레를 끄는 중년의 손님 한 무리가 활어 수조 앞을 지나자 상인들이 "뭐 찾는 게 있으시냐"고 말을 붙였다.
한 50대 상인은 오염수 방류 전후 상황을 묻자 "힘들죠. 안 힘들겠어요"라며 "당장 걱정이지만 말한다고 해결될 것도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일본 도쿄전력은 지난 24일 오후 1시3분부로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시작했다. 방류 속보가 쏟아졌던 어제도 손님이 적었다고 상인들은 울상이었다.
활어회를 뜨는 횟집과 어물전, 쌈채소와 과일을 파는 농산물 가게가 한 곳에 모여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게 마포농수산물시장의 강점이다. 하지만 평일 오전인 것을 감안해도 한풀 힘이 빠진 분위기가 역력했다.
청과물 가게를 운영하는 정양호(57) 상인회장은 "수산물을 먹는 사람은 먹겠지만 소비층이 얇아질 거 같다"며 "농수산물이 어우러진 시장인데 한쪽 손님층이 얇아지면 농산물도 같이 손님이 빠지게 돼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당장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류 계획을 밝힌 올해 초부터 손님이 점차 줄어 타격을 입고 있다고 한다.
정 회장은 "중소벤처기업부와 해양수산부에서 (판촉) 지원 행사를 한다고 예정은 돼 있지만 효과가 크진 않을 거 같다"며 "1년 전 행사 때야 아직 (방류까진) 머니까 많이 팔렸지만 이제는 현실이지 않나"라고 했다.
인근 망원시장은 정오를 넘긴 한낮에도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이 바쁘게 오갔다.
시장 골목 한복판의 생선가게에서 연평도산 꽃게를 가득 쌓은 가운데 젊은 상인이 목청껏 "1kg에 1만3000원, 2kg에 2만5000원"을 외치자 좌판 앞이 순식간에 손님들로 북적였다.
원산지 표시판은 대부분 국산이 차지했고 이따금 중국산, 터키산, 페루산, 노르웨이산이 한 귀퉁이를 지켰다. 상인들은 일본산 수산물은 예전부터 취급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시장 초입의 활어집은 '왕새우 30마리에 1만원'이라 적힌 안내판 아래 대하, 전복 등 각종 해산물을 쌓아놓고 손님을 끌었다.
마포 근처에 산다는 김모(26)씨는 저녁에 친구들과 쪄먹을 거라며 집게로 부지런히 새우를 담았다. 그는 "방류한다고 곧바로 영향이 생기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나중에는 꺼림직할 거 같아서 지금 원 없이 먹어보자고 해산물 파티로 모였다"고 말했다.
부산한 분위기 속에서도 '오염수 방류 이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우려가 엿보였다. 지난 6월 일본 정부가 해양 방출 시운전을 하자 벌어졌던 '천일염 사재기'와 비슷한 상황이다.
어제도 장을 보러 왔다는 전모(64)씨는 "어젠 원래 8000원 하던 다시멸치를 1만원에 팔더라"며 "오염수 방류 전에 미리 사둬야 한다는 분위기 탓인지 쌓아두고 팔던 게 금방 다 나갔다. 건어물은 오래 보관이 되니까 나도 샀다"고 전했다.
학생 때부터 망원동에서 살고 있다는 최은지(31)씨는 "아무리 뉴스에서 수치로 문제가 없다고 해도 마음에 걸린다"며 "어제 방류 뉴스 나오고 친구들도 다들 '불쾌해서라도 당분간 물고기는 안 먹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뒤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을 통해 도쿄전력,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1시간 단위로 공개하는 정보를 모니터링하고, 누리집(홈페이지)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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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도 23일부터 ▲수산물 매일 검사 ▲전체 산지·어종별 표본조사 ▲실시간 결과 공개 ▲시민 방사능 검사 청구제 확대 등을 시행하며 시민들의 불안 해소에 부심했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