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우리나라 주요 연구개발(R&D) 사업에 전년 대비 13.9% 감소한 21조 5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국가전략기술 분야 세계 최고 수준 R&D 등에 연구비를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또 해외 선진국과 협력을 촉진하고, 사회의 요구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R&D 제도를 혁신한다. "R&D를 R&D답게" 혁신한다는 목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2일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제4회 심의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2024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안)'을 심의·의결하고, '정부R&D 제도혁신 방안'을 보고 안건으로 접수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R&D는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한 후 기존 R&D 예산배분안을 뒤엎고 진행된 조정의 결과다.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심의하는 정부 주요 R&D 사업 예산안이 줄어든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이다. 기획재정부가 관할하는 일반 R&D 예산도 줄어들 전망이라 정부 총 R&D 예산은 30조원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다. 다만 과기정통부는 일반 R&D 예산 중 과학기술 관련 단체나 4대 과기원 등의 예산 낙폭을 줄이는데 전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 정부 주요 R&D 사업 예산 14% 감소
정부는 기업 보조금 성격의 사업이나 성과 부진 사업 등에 대한 구조조정으로 3조 4천억원을 줄이고, 국가전략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세계 최고 수준을 지향하는 혁신 R&D에 10조원을 투자한다. 12대 국가전략기술에 대해선 올해 4조 7천억원보다 6.3% 늘어난 5조원을 투자한다. 첨단바이오와 인공지능, 사이버보안, 양자, 반도체, 이차전지, 우주 등 7대 핵심 분야 투자가 늪었다.
보스턴 바이오협력 프로젝트 등 선진국 우수 연구그룹과의 협력과 인재 양성에 2조 8천억원을 투입한다.
첨단바이오 및 양자 등 기술 안보 측면에서 중요성이 큰 기술의 내재화와 우주 및 차세대 원자력 등 차세대 핵심 개발을 지원한다.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 등 주력 산업의 초격차 유지와 디지털 융합 등에도 투자한다.
무기체계 고도화 등 국방 분야와 마약 근절 등 국민 안전을 위한 공고 R&D에 지속 투자하고, 탄소중립 분야는 철강 시멘트 산업의 저탄소 전환과 수소기술 등 핵심 R&D 중심으로 투자한다.
출연연 예산은 올해보다 10.8% 줄어든 2조 1천억원을 책정했다. 인건비와 경상비는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혁신 연구성과 창출을 위한 출연연 연구협력단에 1천억을 지원한다.
또 기업 보조금 성격, 나눠주기식, 관행적 추진, 유사중복 사업 등은 구조조정했다. 재정집행 점검을 통해 추가 구조조정도 계속한다. 단기 현안 대응을 위해 최근 몇 년간 예산이 급증한 분야는 임무 재설정 및 예산 재구조화를 통해 투자를 내실화했다. 경쟁 없이 가져가는 R&D, 한 번 증가하면 줄어들지 않는 경직적 예산 구조 등 예산 급증에 따라 나타난 비효율과 부작용들이 조정되리란 기대다.
■ 새는 돈 없도록···정부 R&D 제도혁신 방안
정부는 ▲해외 연구기관의 정부R&D 참여 허용 등 글로벌 공동연구 제도 정비 ▲R&D 입구부터 출구까지(과제 기획‧선정‧집행‧평가)까지 전문성‧투명성‧신뢰성 확보 ▲순수R&D 사업의 예타요건 완화 및 출연(연) 핵심임무 별 통합 예산 도입 ▲매년 사업 재정집행 점검 등을 골자로 하는 정부 R&D 제도혁신 방안도 함께 발표했다.
가치를 공유하는 선진국과 협력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 해외 우수 연구기관이 우리 R&D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한다. 출연연이 국내외 대학, 연구소, 기업 등과 자유롭게 협력할 수 있도록 '글로벌 TOP 전략연구단'을 선발해 지원한다.
국가나 사회의 필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 R&D 지원 시스템을 고친다. R&D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기준과 절차를 완화하고, 도전적 R&D에 대해선 예타 면제도 추진한다.
예산 배분조정에 있어 부처별 예산 상한에 얽매이지 않고 국가 임무 달성에 필요한 분야에 예산이 쓰일 수 있도록 하고, R&D 사업 파편화를 막는다.
연구관리 전문기관의 역량을 점검하고, 혁신 방안을 마련해 추진한다. 범부처 R&D 통합관리시스템(IRIS)는 AI와 빅데이터 기술 등을 접목해 고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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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부터 매년 성과 저조 사업, 국회 등 외부 지적 사업 등 낭비적 요소가 있는 사업은 ‘재정집행 점검단’을 통해 면밀히 재정집행 점검을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구조조정하거나 차년도 예산을 삭감한다. R&D 사업평가에 상대평가를 도입해 하위 20% 사업은 구조조정한다.
이종호 장관은 "그동안 누적된 비효율을 과감히 걷어내어 효율화하고, 예산과 제도를 혁신해 이권 카르텔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라며 "R&D 혁신이 힘들고 어려울 수 있으나, 우리나라가 기술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힘을 합쳐 이루어내어야 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