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작지에 현무암 가루를 뿌려 이산화탄소(CO₂)를 흡수하고 탄소 감축 기술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계 모든 농경지에 75년 동안 현무암 가루를 뿌리면 국제 사회의 글로벌 탄소 감축 목표도 달성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예일대 백승훈 박사와 노아 플라나브스키 교수 연구진은 암석 풍화 촉진(ERW, Enhanced Rock Weathering) 기술의 이산화탄소 포집 효과를 분석하는 연구를 실시, 그 결과를 최근 학술지 '지구의 미래(Earth's Future)'에 공개했다.
ERW란 자연의 풍화 작용을 인위적으로 촉진해 이산화탄소 포집에 활용하는 기술이다. 현무암이나 감람석 같은 규산염암은 비가 내리면 비에 포함된 이산화탄소와 작용해 풍화되며,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탄산염 형태로 붙잡아둔다. 자연적인 탄소포집이 일어나는 셈이다.
이들 암석을 가루로 만들면 비와 접하는 표면적이 늘어나며 이산화탄소가 탄산염으로 변하는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수십만 년 걸리는 풍화 작용의 속도를 수십년 단위로 가속화하자는 것이다. ERW는 다른 탄소포집 방법에 비해 안전하고,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해양 산성화를 막을 수 있다는 등의 장점이 있다.
예일대 연구진은 풍화 작용이 잘 일어나는 현무암을 가루로 만들어 농경지에 뿌릴 경우 얻을 수 있는 효과를 분석하는 생화학 모델을 활용했다.
그 결과, 2006~2080년 사이 세계 1천개 주요 농경지에 ERW 기법을 적용해 1헥타르(1만㎡) 당 10톤의 현무암 가루를 뿌리면 이 기간 중 64기가톤(640억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모든 농경지에 이를 적용하면 탄소 포집량은 2170억톤으로 늘었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최근 2100년까지 세계 평균 기온 상승폭을 1.5도 이하로 막기 위해 1000억-1조톤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RW가 지구 기온 상승을 막는데 필요한 이산화탄소를 대부분 제거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풍화 작용은 덥고 습한 환경에서 더 활발하기 떄문에 ERW도 열대 지역에서 보다 효과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높은 기온에선 효율이 떨어지는 다른 포집 방법과 달리 ERW는 기온이 높아도 효율이 유지되기 때문에 기후 변화로 기온이 지속적으로 올라가는 상황에서도 유용하게 활용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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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교신저자인 예일대 지구행성과학과 백승훈 박사는 "ERW는 기후 변화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편"이라며 "여러 기후 변화 시나리오에서 장기적으로 활용 가능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ERW 기술의 상용화도 속도를 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5월 영국 기업 언두(UNDO)를 ERW 기술 공급사로 선정, 영국 농경지에 2만 5천톤의 현무암을 살포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향후 20년 동안 5천톤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이 회사는 내다봤다.